2024.09.19 (목)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외대 졸업생 중 75.8%가 A학점 이상이라고?

|외대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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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학점을 너무 후하게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느정도냐면 졸업생의 99%가 B학점 이상입니다. 이런 성적표가 평가 기준이 되긴 더 어려워 보입니다. <5월 23일 SBS 8시 뉴스>


What is the true meaning?

지난 달 23일 SBS 8시 뉴스에서 대학들의 학점 인플레현상을 보도하며 특히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졸업생 학점을 지적했다. 사실 언론에서 대학의 학점 인플레현상을 제기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SBS는 유독 ‘한국외국어대학교’만을 지목하며 학점인플레 현상이 가장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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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A, 어떻게 가능한가?

왜 우리학교는 학점인플레의 ‘대표적’ 학교로 지적받은 것일까?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4년제 대학의 2013년 졸업생 성적 분포 비율’에 따르면,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의 평균 졸업 평점평균은 3.7(4.5만점), 졸업생 중 A학점 이상 취득한 학생은 전체의 75.8%에 이른다. B학점 이상 취득한 학생은 99.8%에 이른다.

우리학교의 학점 인플레를 보도한 언론은 이러한 평균평점 상승의 주원인으로 높은 절대평가 비율을 지적했다. 실제 우리학교는 현재 소규모·원어 강의 등으로 인한 절대평가 비율이 71%에 이른다. 또 재수강자의 경우, 상대평가가 적용되는 수업이더라도 따로 절대평가로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학교 학생 대다수가 A이상의 평점과 함께 졸업하는 것이다.

외대의 A대란, 무엇이 문젠가?

그렇다면 우리학교의 절대평가 강의비율은 왜 이리 높은 것일까? 답은 우리학교의 특성에 있다. 우리학교는 언어관련 학과가 많은 특성 상 소규모 강의 비율이 매우 높다. 또한 글로벌을 강조하는 학교 정책 상 한 과에 개설된 수업 중 절반 이상이 원어강의인 경우가 많다. 실제 비율을 살펴보면, 우리학교가 개설한 4,893개의 강좌 중 20명 이하의 소규모 강의는 2,517개로, 전체의 51.4%에 이른다. 모두가 중등교육을 마치고 입학한 ‘지적 수준 동류집단’인 대학에서 소규모 집단을 ‘줄 세우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소규모 강의에는 절대평가가 적용된다.

학점인플레로 지목된 타 학교들도 높은 ‘소규모 강의’ 비율을 가지고 있다. 중원대의 20명 이하 소규모 강의 비율은 54%, 금강대는 약 63%에 이른다. 또 앞서 제시한 우리학교의 특성인 ‘높은 원어강의 비율’도 이에 한몫을 한다. 원어강의에는 통상적으로 절대평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 당시 우리학교의 원어강의 비율은 전체 강의의 35%를 유지하고 있었다.

재수강에 의한 절대평가 또한 학점에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학교의 2013년 재학생 충원율은 134.9%에 이른다. 이 지표는 재적인원에 비해 등록하는 학생 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구성의 주된 이유는 9학기 이상의 등록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9학기 이상을 등록하며 재수강을 감수하는 학생들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절대평가를 받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이는 바로 평점상승으로 직결돼 학점 인플레의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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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 속 상대평가, 그 의미는?

그러면, 절대평가는 평점상승과 직결되니 좋지 않은 평가 방식인걸까? 사실 한국외대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추지 않더라도, 대학에서 ‘평가 방식’은 언제나 큰 화두다. 일반적으로 대학은 크게 상대평가/절대평가의 방식으로 나누어 학생들의 점수를 책정한다. 상대평가는 ‘규준 지향 평가’라 불리며, 한 집단의 점수를 높은 순으로 배열하여 평가한다. 반면에 절대평가는 학문의 성취수준을 정해놓고 이를 달성하면 그에 상응하는 성적을 주는 방식이다. 대학에서는 어떤 평가방법이 바람직할까?

바람직한 평가방법에 대한 공방전은 생각보다 치열하다. 우리학교 경제학과 A 교수[ref]현재 학교 성적 관리정책변경으로 학교-교수-학생 간 잡음이 있어 익명처리했다.[/ref]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수업의 목표는 100이고 이것만 채우면 되는데, 상대평가라서 어쩔 수 없이 150짜리 내용의 과제를 내고 시험을 출제합니다. 이래야만 학생들을 줄 세울 수 있어요. 물론 더 많이 공부하고 배우면 좋긴 한데, 이건 그 수준을 넘었다고 봐요. 50만큼을 더 배워야 하는 것은 개인의 판단에 달린 겁니다. 내가 성적으로 이걸 강제하는 건 말이 안돼요.”

반면에 다른 동일 학과 다른 교수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학생들 공부 잘하고 다같이 A주면 그것보다 좋은게 없단 말이죠. 문제는 외부에서 보는 시선이에요. 자기가 공부 잘해서 성적 잘 맞았는데, 회사나 대학원 들어갈 때 이걸 인정 못 받으면 잘 받은 의미가 없잖아요. 상대평가는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하지만 학문을 상대적으로 평가할만한 기준이 ‘최소한의 기본 소양과 암기량’에 의존하는 현실은, ‘진리탐구, 사고력 배양’이라는 고등교육(대학교육)의 목적과 배치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정 수준의 지식을 함양한다면, 그 뒤는 개인적인 판단과 사고능력이기 때문에 가치를 평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은 2014년도 신입생부터 절대평가(P/F제도)를 실시하기로 했고, 고려대 의과대학을 비롯한 다른 대학들도 이에 대해 논의 중이다. 고려대 의대 교육부 채성원 부학장은 “의과대학에서 상대평가는 의미가 없다”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지식의 유무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려대 의대도 평가방식 전환을 고려중”이라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학점인플레가 아닌 실력인플레로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평점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높은 성적과 실제 실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마치 과거의 일부 고등학교가 대학입시에 쓰일 학생들의 내신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학교의 상황은 고등학교의 내신조작과 경우가 전혀 다르다. 언론, 심지어 학교 본부까지도 학교의 특성과 상황, 고등교육의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은 채 ‘높은 학점=단순한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간주하고 있다.

2013년 1월 ‘F학점에 관한 성적관리 지침변경’에 관한 논의 당시, 우리학교 학교본부는 학생과 충돌했다. 이미 이때부터 학교는 높은 평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이것이 학문과 교육적 고찰에서 온 것인지, 언론과 교육부의 눈치보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모두가 A’라는 것은, 모두가 ‘천재’ 혹은 ‘바보’임을 의미한다. 현재 학점을 가지고 졸업한 졸업생을 포함하여, 앞으로 학교의 행보에 따라 그동안의 외대가 ‘천재’였는지, ‘바보’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봉현 기자 chop01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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