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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상대평가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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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2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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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등

 

학창 시절, 성적 줄 세우기 그리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부해왔던 우리.

 

‘상대평가’라는 제도 안에서 평가받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대학에 와서도 누구는 1등이고 누구는 꼴찌가 될 수밖에 없는 치열한 경쟁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평가 제도는 과연 존재할까?

 

우선 가장 보편적인 평가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1) 상대평가란?

 

상대평가는 정상 분포곡선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성적 평가 방식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적 평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인의  학습 목표 달성 정도를 알 수 없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현재 외대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2) 절대평가란?

 

절대평가는 어떠한 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학생 개개인의 성적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절대적 기준은 평가자에 의해 세워진다. 다른 학생들과 성적을 비교하는 것이 아닌, 각 개인의 성적이 해당 목표에 다다랐는지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상대평가와 대응된다. 절대평가는 개인이 학습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의 파악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절대적 기준이 평가자의 주관에 좌지우지되기 쉽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A 유형? B 유형? 뭐가 달라?

외대의 현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앞서 말했듯, 외대는 교직과목 중 학교 현장실습과 군사학을 제외한 전 과목에 대해 상대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교과목 특성에 따라 크게 A 유형, B 유형, C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B 유형은 ‘수강생 10명 이하의 강의, 교직과 이공계 실험 실습, 대학 영어 진리반’ , C 유형은 PASS/FAIL 강의를 의미한다. 이를 제외한 강의들은 모두 A 유형에 해당한다.

 

수강편람의 ‘성적 평가 기준’ 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은 표가 첨부되어 있다. 표는 어떠한 의미이며, (A+, A0) + (B+, B0)란 무엇일까?


 

 

표의 백분율은 해당 학점을 받을 수 있는 퍼센티지(%)의 ‘최댓값’이다.  A 유형을 예로 들자면 A 학점은 최대 30%까지, A 학점과 B 학점을 합쳐서 최대 65%까지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교수가 전체 학생의 30%를 넘겨서 A 학점을 줄 수 없다는 의미이며, 반드시 학생의 30%에게 A 학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외대의 성적 평가 방식은 어땠을까?

 

상대평가가 확대되기 이전인  2014년 외대는 수강생 20명 미만의 소규모 강의와 원어 강의에 절대평가를 시행했다. 우리 학교는 학교 특성상 언어 관련 학과가 많기에 소규모로 진행되는 원어 강의 비율이 매우 높다. 때문에 당시 전체 강의 중 절대평가를 시행하는 강의 비율은 71%에 육박했다. 그 외 강의에는 현재 A 유형과 동일한 상대평가를 시행했다.

 

성적 평가 방식은 왜 변화했을까?

 

2014년 12월 외대는 학생들에게 '당해 학기부터 모든 강의를 상대평가로 전환한다'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해당 이메일에서 학교 측은 ‘학점 인플레’를 상대평가 전환의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학점 인플레란 대학에서 학점을 후하게 주어서 높은 학점을 받는 비율이 늘어나 학점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외대를 포함한 대학들의 학점 인플레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기업 역시도 대학 학점의 변별력을 불신하고 있는데, 외대의 학점 인플레 원인 중 하나가 높은 절대평가 과목 비율이라는 것이다.

 

또한, 당시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 지표 중에서 ‘학점 분포’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면서 그에 대한 대응으로 성적 평가 방식 변경이 불가피했다는 학교 측의 설명이다. 만약 대학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면, 학교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뿐만 아니라 정원 감축, 국가장학금 축소, 정부 주도 사업 참여 제한 등 여러 방면에서 강도 높은 제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대의 현 성적 평가 제도에 대한 학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국외국어대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약 1주간의 온라인  설문 결과, 응답자 중 5.7%는 현 성적 평가 제도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94.3%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만족한다고 답한 5.7%는 노력한 만큼 성적을 얻을 수 있고, 성적 인플레 방지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현재 시행 중인 상대평가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몇몇 학우들은 상대평가에서도, 학기 말 성적 조회 시에 많은 학생이 구체적인 세부 점수를 알 수 있도록  세부 점수 입력 필수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평가 제도의 공정성을 넘어서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세부 점수 확인은 학우들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이 정당한 비율에 맞추어서 평가하는지, 정확한 기준에 따라 학생들에게 평가하는지 정확한 세부적인 점수에 대해 학생들은 알 권리가 있다.  이는 정확한 세부 점수 표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상대평가 절대평가를 떠나서, 대학 공부의 본질을 흐리지 않도록 정당한 평가 기준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다.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한 94.3%는 이후 이루어진 ‘선호하는 평가 방식’에 대한 질문에서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절대평가 중에서도 ‘원어 강의만 절대평가’, ‘언어 수업만 절대평가’ 등 부분적인 절대평가 시행을 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학생은 상대평가 제도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걸까?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상대평가는 순위에 따라 비율에 맞추어 점수를 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현 외대의 ‘상대평가’ 제도에서 A의 비율은 30%이다. 그리고 B와 C의 비율은 35%로 같다. 즉 상대적으로 A의 비율은 낮은 방면, C의 비율은 너무 높다는 주장이다.

 

한 학생은 100점 만점에 총점 95점을 받았지만, 상대평가 제도하에서 낮은 점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B+라는 점수를 받은 현실에 불만을 내비쳤다. 변별력이 없는 수업은 단 ‘1점’ 차이로 다른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대평가는 과도한 경쟁적 분위기를 초래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상대평가가 ‘언어’에 특성화된 학교인 외대의 성격과 맞지 않는 평가 방식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국외대는 타 학교와 비교해 언어 과들이 많다. 언어학과 성적 평가의 문제점 중 하나는 학업의 출발선이 다른 학생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언어를 배우고자 입학한 학생들은 이미 언어를 배우고 온 외국어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 심지어 그 나라에서 몇 년간 살다 온 특기자들과 같은 수업에서 상대평가 제도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고 무작정 경쟁을 붙이는 상대평가 제도는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상대평가 제도는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 쉽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의 목적인 ‘학문 수양’에 회의를 느껴 학업 의욕이 떨어진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몇몇 학생들은 수업의 특성(수업 인원수, 학년)에 따라 상대평가가 더 큰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고 응답했다. 수강생이 많지 않은 수업에서 상대평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쟁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상대평가는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이 수행해야 할 목적과 합치하지 않는다는 의견들이었다. 많은 학생은 개개인의 독창성, 흥미, 성실성을 무시한 단순 줄 세우기 평가 제도는 학생의 온전한 학습 능력과 이해도를 평가하지 못하고, 진정한 전공 학문 수양과 탐구를 저해한다고 보았다.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해 양 캠퍼스 총학생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외대의 현행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한 총학생회의 의견과 앞으로의 관련 정책 진행 방향을 들어보고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와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 ‘The 본’과 각각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공통된 부분을 묶어 정리하였다. 본 인터뷰는 현 총학 출범 이후 2020년 1월까지 논의된 사안에 대한 내용이다. 절대평가 도입에 관해 새롭게 논의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학교와 총학 양측의 입장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며,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임을 미리 밝힌다.

 

Q.  관련 사안에 대해 양 캠퍼스 총학생회가 협의한 내용은 무엇인가?

 

A: 양 캠퍼스 총학생회는 현행 교육제도와 관련하여 학교에 더욱더 강하게 의견을 개진하기 위하여 임기 시작 이후부터 여러 차례 만나며 의견을 공유해왔다. 한 번에 모든 강의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기에 가장 시급한 초급원어회화강의(1학년 초급회화 강의)에 대한 절대평가 도입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기로 합의하였다.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 논의할 계획이다.

 

Q. 원어 초급회화 강의 절대평가가 시급한 이유에 관해 설명 부탁드린다.

 

A: 회화 강의는 대화 실력을 키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평가로 바뀌면서 가시화된 점수를 보여주기 위해 필기시험 형식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학생들도 이에 맞춘 공부를 하고 있다. 이는 회화 수업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초급회화 강의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이 전공 언어를 대부분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학생들의 회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가 용이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되려면 절대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Q. ‘원어 초급회화 강의 절대평가’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은 무엇인가?

 

A: 학교 측은 절대평가 도입은 교수권과 마찰을 빚을 수 있으며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또한 재수강 제한과 원어 회화 강의 절대평가를 별개로 논의할 수 없으며, 초급회화 강의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게 되면 현재 절대평가로 진행되는 재수강 제도를 상대평가 전환하는 등으로 실행하겠다고 답변하였다.

 

Q. 그렇다면 이에 대한 총학생회의 의견은 무엇인가?

 

A: 원어 초급회화 강의 절대평가와 재수강 제도는 엄연히 다른 안건이기 때문에 이를 반대급부 격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회화 강의 절대평가는 강의의 질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므로 절대평가 도입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학습권이 교수권 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고려대, 이화여대와 같이 교수가 자신의 강의 특성에 맞는 성적 평가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교수 자율평가’ 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 부분은 회의 때마다 학교가 지향해야 하는 바임을 계속해서 말씀드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수강 학점 제한에 대해 양 캠퍼스 총학생회가 제한 완화 혹은 철폐 등의 의견도 개진하고 있으므로, 학교 측의 답변에 대해 각 안건을 온전히 도입할 수 있을 여러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Q. ‘원어 강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할 것 같은데, 총학 측이 생각하는 원어 강의의 범위는?

 

A: 현재 외국인 교수님 이외의 교수님이 초급회화 수업을 담당하는 강의가 여럿 있다. 원어의 사전적 의미는 번역하거나, 고친 말의 본딧말이기 때문에 원어 강의란 모든 외국어 강의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저희 총학생회는 외국인 교수님 외에 한국인 교수님의 수업도  ‘원어 강의’의 범주에 포함하고자 한다.

 

외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상대평가로 인한 학점 경쟁 과열은 학생들의 학문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며 ‘학문 수양’이라는 대학의 본질적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내용을 단편적으로 암기하도록 강제하는 상대평가 제도는 많은 비판을 받는 주입식 입시교육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절대평가로 한 번에 변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우선순위를 매겨 가장 시급한 원어 회화 강의 같은 일부 강의부터라도 절대평가를 시행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모든 성적 평가 방식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와 ‘외국어 대학’이라는 학교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성적 평가 방식 또한 융통성 있게 변화해야 할 것이다.

 

 

안은진 기자 (eunjin4028@gmail.com)

엄시현 기자 (sihyeon9873@gmail.com)

진다혜 기자 (cleste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