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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이 쓸 수 없는 한국외대

 장애인은 한국외대를  쓸 수 없다. 첫째, 특별전형으로 원서를 쓸 수 없다. 둘째, 학교 시설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두 가지 측면에서 ‘쓸 수 없는’ 학교다. 3년 간 캠퍼스를 누비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신체 장애인 분들은 어떻게 수업을 듣지?’ 그저 그렇게 흘러간 생각이었다. 그들의 무게를 온전히 느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신체장애학생으로 캠퍼스를 돌아봤다.

 


[신체장애 학생으로 캠퍼스를 돌아보다]
‘전국 흐리고 비. 수요일까지 120mm 폭우’
 겨울비 치고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1월 7일. 휠체어에 올랐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장애 학생들은 비가 와도 등교를 한다. 폭우 예보에 한순간  ‘다른 날 취재할까’ 고민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거센 비가 내리는 날 휠체어로 캠퍼스를 누비는 것은 ‘신발이 축축해지는데’ ‘우산 챙겨야 하네’와 같은 불편함과는 차원이 달랐다. 온몸이 비에 젖음은 물론, 급한 경사에 손이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A.M. 8:30 외대 정문
 외대 정문에서 휠체어에 올랐다. 첫 번째 목적지는 사회과학관이었다. 
사이버관을 제외한 모든 건물에 가기 위해선 교내에 하나뿐인 경사로를 올라야 한다. 두 발로 걸을 때는 몰랐다. 그 경사가 그렇게 가파른지. 휠체어로 경사를 다 오르고 나니 진이 다 빠졌다. 
휠체어에 오른 채로 샛길은 이용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비장애인 학생들보다 두 세배 넘는 시간을 들여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A.M. 9:00 사회과학관 수업
 신체장애학생은 1층에 강의실이 없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선 강의를 들을 수 없다. 학교 측은 신체장애학생이 인문관 수업을 수강 신청한 경우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 강의실이나 1층 강의실로 재배정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첫 번째 수업을 사회과학관으로 가정했다.
 사회과학관 정문으로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경사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돌아 경사로가 있는 문으로 향했다. 꽤 가팔랐다. 비 때문에 손이 연신 미끄러졌다. 도와주는 이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수업을 듣기도 전에 이렇게 지친다니. 
 사회과학관 1층에는 강의실이 한 개 있다. 그런데 문 폭이 너무 좁았다.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작은 수동식 휠체어가 아니라 전동휠체어였다면 들어가기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M. 10:00 공강 시간 교개원에서 자습
 빗방울이 점점 거세졌다. 교수학습개발원에서 자습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학생증을 인식하는 입구 차단기 폭은 휠체어 폭의 3/4도 되지 않았다. 교개원에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여자 화장실은 2층에, 남자화장실은 차단기 너머에 위치해 있었다. 신체장애 학생은 교개원의 어떤 시설도 사용할 수 없다.

 


 모순적이게도 교개원 자습실 내부에는 장애학생 전용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장애학생은 입구 차단기에 가로막혀 들어갈 수 조차 없는 공간에 신체장애 학생을 위한 배려 좌석이 대여섯 개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학교가 얼마나 신체장애학생에 대해 무지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P.M. 12:30 인문관 식당에서 학식
 교개원에서 자습을 할 수 없었기에 학식을 먹으러 인문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턱이 없고, 공간도 비좁지 않아서 이동하기 수월했다. 하지만 무인 식권 판매기 앞에서 주문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서 있을 때 적당했던 식권 판매기의 높이는, 휠체어에 앉아 올려다봤을 때 너무나도 높아져 있었다. 게다가 혼자서는 배식을 받은 후 자리로 돌아올 수 없었다. 
시각장애인이라면 어땠을까? 혼자서는 식권 구매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P.M. 2:00 대학원 수업
드디어 마지막 수업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대학원 건물로 향했다. 하지만 또다시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회전문만 사용”
회전문 외 모든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그러나 좁은 회전문 한 칸에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휠체어의 반이 튀어나온 상태에서 안간힘을 써 몸체를 넣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장애학생으로 캠퍼스를 돌아본다는 것은]


 신체장애학생으로 캠퍼스를 돌아본 3시간. 비 신체장애인에게는 당연했던 것들이 이 세계에서는 당연할 수 없는 것이었다. 
 평지에 학교가 작아 다니기 편하다는 생각은 비장애인만의 생각이었다. 크고 작은 턱이 많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동선은 한정되어있었다. 가파른 경사로를 한번 오르고 나면 온 몸의 진이 다 빠졌다. 10분 만에 건물을 이동한다고? 연강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결론은 도움 없이 장애학생이 학교를 다니기란 불가능에 가깝다였다. 그렇다면 외대는 장애학생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을까?
 
 
[장애학생 지원센터의 입장]


(한국외국어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문의를 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정보 명시에 따르면,  우리 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는 국가 교육 근로장학(장애대학생 봉사 유형) 도우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학생과 도우미 매칭을 통해 교내 학업활동 및 학교생활을 지원한다. 또한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2019년 대학알리미의 정보공시에 의하면, 한국외국어대학교에는 총 3명의 장애학생이 있다. 하지만 본교의 일반도우미와 전문 도우미는 모두 0명이다. 장애이해 프로그램 운영시간 또한 0시간으로 사실상 운영되지 않고 있다. 4명의 장애학생이 재학 중인 서울여대가 400시간의 장애이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2017년 교육부에서 공시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 평가에 따르면 한국외국어대학교는 보통등급을 받았다. 당시 한국외대는 4명의 장애학생과, 1명의 도우미가 있었고, 60시간의 장애이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수치상으로는 장애학생 지원이 과거에 비해 퇴보한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외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장애학생지원센터 측은 장애학생에 대해 개별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고 있으며, 학생의 장애 유형에 따라 외부 기관에서 학습보조기구를 대여하거나 센터 예산을 집행해 편의를 보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보통 등급을 받은 것과 관련, “구체적인 점수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며 “결과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들은 지속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교육복지지원 실태 평가는 3년마다 이루어진다. 평가를 받는 2020년, 현재 외대의 상황은 더 나아졌을까.
 
[문제 1: 입학전형의 부재가 ‘배리어 프리 하지 않음’의 정당화 기제가 될 수 없다]


 한국외대에는 장애학생 입학전형이 없다. 현재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3명의 장애 학생은 모두 일반전형으로 입학했다.
 학교 측은 지난 18년 외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장애학생 입학전형이 있는 학교의 시설과 본교의 시설을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응답했다.
(기사 출처: 대학알리)
 그러나 단순히 장애학생 입학전형의 부재가 ‘배리어프리하지 않음’ 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첫째, 특별 입학전형이 없다고 해서 장애학생이  외대에 입학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외대에는 장애를 가진 재학생이 존재한다. 배리어 프리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배리어프리하지 못한 환경이 장애학생들의 본교 입학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많은  장애 학생들이 입학 전형은커녕, 장애학생의 학습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캠퍼스에 입학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외대에 장애학생이 한 명이라도 존재하는 이상, 혹은 입학 후 사고 등으로 인해 장애학생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이상, 불편 없이 다른 재학생과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본교 시설은 장애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같은 권리를 누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과 휠체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출입문은 예사였다. 시설물 자체를 변경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들이다.
 
[문제 2: 장애학생 입학전형 부재가 근본적 문제]


 장애학생 관련 문제에 있어서, 학교 측은 무엇보다 장애학생 입학전형 부재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입학전형 부재로 인해 장애학생의 입학 수 자체가 적다 보니, 장애이해 프로그램과 도우미를 비롯한 장애학생 지원 역시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시설물 개선 역시 이루어지기 어렵다. 
 기회균등의 의미 역시 퇴색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입학전형에는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지역 균등 전형과 기회균등 전형이 모두 존재한다. 이 두 전형의 의의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전형만이 부재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입학전형의 부재가 인프라 부족을 야기하고, 인프라 부족은 입학전형 신설의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러한 악의 굴레 속에서 개선은 차일피일 미루어질뿐이다.

-한국외대는 장애학우를 맞이할 수 있을까
 
 휠체어를 타고 돌아본 한국외대는 신체장애인에게 열린 공간이 아니었다. 작은 줄로만 알았던 캠퍼스는 너무나 넓었고, 건물은 너무나 좁았다. 문이 없어서, 문이 좁아서,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들어갈 수 없는 건물들이 낯설었다. 한국외대는 언제쯤 장애학생에게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
 아직까지 한국외대는 장애학생에게 입학과 재학 모두 쉽지 않다.

 

정지우 기자

정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