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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더러 학교에서 방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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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와 서울시의 MOU체결로 강의실을 뺏긴 학생들
#운캠을_지키자

 

“성신여자대학교는 대내외적 위기 환경을 극복하고 명문사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청렴하고 깨끗한 대학, 구성원이 함께 행복한 대학, 공감과 소통, 도전과 열정이 가득한 열린 대학으로 발전하겠습니다.”
 
이는 교비 횡령으로 퇴진 당한 성신여대 전 총장의 뒤를 이어 직선제로 총장 자리에 오른 양보경 현 성신여대 총장의 인사말이다. 학교는 새로운 총장의 당선과 함께 “공감과 소통”을 약속하였고, 학생들은 학교의 권력에 휘둘려지는 것이 아닌 학교의 주체가 되길 원했다. 학생들의 힘으로 이뤄낸 총장 직선제였기에,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해주는 총장을 원했다.

 

MOU체결 발표

 

지난 6월28일, 성신여대는 서울시와 시설을 공동활용하는 MOU를 체결하였다. 이 체결문에는 서울시의 산하기관인 “서울기술연구원”과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에게 미아동에 위치한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이하 운캠)의 C동과 P동을 2022년부터 약 10년간 임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서울기술연구원” 전체와 “평생교육진흥원” 본원 그리고 “서울 자유시민 대학”의 본부가 교내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운캠은 예술대와 간호대, 자연과학대 등 6개 계열의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축캠퍼스로 4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C동과 P동은 그중에서도 학생들의 강의실과 실습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공간이다. P동에는 간호대 학생들이 실습하는 모의병동과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음향 스튜디오 등 다양한 실습실과 도서관이 자리잡고, C동은 2층부터 7층까지 중/대형 강의실이 밀집되어 있다. 학교측은 C동과 P동에 위치한 학생들을 위한 시설을 A동과 B동, 혹은 지하 등 배치 가능한 곳에 이동시키거나 성신여대입구역에 위치한 수정캠퍼스로 이전시키고 “서울기술연구원”과 “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 사무실을 들여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MOU 체결은 왜 한 것일까?

 

학교측은 MOU체결의 이유를 학교의 재정난 해소를 위함으로 꼽았다. 성신여대는 전 총장의 비리와 더불어 167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였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학교의 적립금 568억원은 2023년께 소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성신여대는 서울시 공공기관에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만성 재정난을 극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 6월26일 운캠에서 진행된 공청회에서 학교 관계자는 "MOU체결을 통해 재정난을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협력사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발표했다. 학교측이 학생들에게 제시한 MOU 체결을 통한 이점은 아래와 같다.


 서울시 전체의 평생 교육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의 본원이 학교에 들어오게 됨으로써, 본원의 청년팀이 성신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할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분야에 있어 본교의 “융합문화예술대학”과 새로운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본교 학생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환경 에너지를 중점으로 다루는 “서울기술연구원”을 통해 본교의 “자연과학대학”을 더욱 발전 시키고 특성화 시킬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렇듯 학교는 MOU 체결을 통해 학교의 재정난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입주기관과의 협력사업으로 학생들에게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대다수의 학생은 강의실 및 실습실의 이전과 축소로 인해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 받는다며 MOU체결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친다. 학교측에 반대 의견을 내기 위해 총학생회를 통해 학교와의 공청회를 제안하고,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운캠을_지키자” 등의 키워드로 반대 운동을 진행하며, 학교측에 대자보를 전달하고 캠퍼스내에서 반대 포스트잇 운동 등을 하였다. 총학생회측도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지난 6월25일부터 7월2일까지 수정캠퍼스에서 MOU체결 반대 노숙농성을 진행하였다.

 

현대실용음악학과에 재학중인 20학번 A씨는 “공청회에 참여했을 때 학교측에서 우리와 같은 실습 학과들의 연습실을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지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를 보여줬는데, 우리 연습실이 지하로 옮겨져 있었다. 방음 문제에 있어서도 가벽을 세우겠다는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결책을 내놓았다. 물론 시뮬레이션 결과가 확정은 아니라지만 우리 학과 뿐 아니라 다른 학과도 지하로 옮겨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학습권이 침해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뜩이나 입학하자마자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못가봐서 소속감이 덜한데, 학교의 무책임한 결정과 대응에 이미 자퇴나 반수를 결심한 동기들이 있다. 이는 결국 학교의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며 MOU체결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였다.                                                                                                                                                              

       

 

 

 

 

 

 

 

 

 

 

 

 

 

 

 

 

 

또한 바이오식품공학과에 재학중인 18학번 B씨는 과 특성상 실험실의 이전은 부적절하다며 “현재 C동에 있는 실험 실습실은 과에 필요한 실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험 동선, 실험 기계 위치 등이 체계적으로 설계되어있다. 학교 측에서 제시한 B동으로 실험실을 이전할 경우, 창문으로 인해 실험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고, 비상 샤워기의 부재등 많은 문제가 있을 것 같아 C동에서 만큼 좋은 실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 의문을 제기하였다. 특히 B씨는 “학교의 재정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너무 일방적 통보였다고 생각한다. 운캠에서 3년째 수업을 듣고 있는데 C동과 P동에서 가장 많은 수업이 이루어지며,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서관과 학식당도 위치해 있다. 학생 출입이 가장 빈번한 C동과 P동을 재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지자체와의 공동 사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역시나 학교의 MOU체결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학습권과 더불어 학생들은 안전권도 위협받는다고 주장한다. 운캠은 건물구조 특성상 4개의 동이 내부에서 모두 연결되어있다. 따라서 C동과 P동을 외부에 임대한다면 캠퍼스를 외부인과 공유하는 셈이기에 공학보다 외부인 출입과 보안이 철저한 여대 특성상 안전상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다. 특히 P동의 경우 지하3층에 주차장이 있는데 지대가 높아 지하 층수지만 외부에 출입구가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따라서 학교측에서 외부인 차단용 게이트 설치, 보안요원 추가 배치 등의 방안을 구상은 했지만 현실적으로 세심한 부분까지 통제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학생들의 또다른 입장은?

 

학생들은 MOU체결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치는데, 학습권 침해 뿐 아니라 학교의 대응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한다. B씨는 그나마 18학번이고 과 학생회에 속해있어서 일반 학생들보다 2-3주 정도 일찍 MOU체결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A씨와 같은 신입생이나 학생회 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는 학교측에서 언론에 공개하기 직전 혹은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MOU체결에 있어 성신여대 학교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미리 공지하지도 않은 것이다. 학생들이 분노하는 지점이 이 지점이다. MOU체결 자체로 인한 학습권 침해도 심각한 문제지만, 학생들과 의논없이 MOU를 체결하고 그 이후로도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하는데도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는 학교의 태도에 학생들은 분노하고 좌절한다. A씨는 “공청회도 학생측에서 먼저 제시해서 급하게 열었는데,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학교의 모습이 많이 실망스럽다. 몇 개월 전부터 논의하고 급하게 체결된 MOU라고는 하지만, 그때부터라도 학생들에게 알리고 소통하며 논의를 했으면 이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성신여대는 MOU체결이 임박하고 나서야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다음의 표에 나와있는 것과 같이, 학생들이 MOU체결을 납득할 수 있게 학교에서 마련한 시간은 20여일도 채 되지 않는것을 확인할 수 있다. 

 

6월9일 총학생회측이 학생들 대상으로 1차 설명회 진행
6월11일 총학생회측이 학생들 대상으로 2차 설명회 진행
 

학교가 직접 학생들에게 입장 발표하지 않자,

총학생회에서 학교에게 공청회 건의

6월25일 총학생회측에서 설문조사 진행 (25일~26일)
6월25일 학교측에서 공청회 진행 공지 발표
6월26일 오전, 오후 두 차례 운정캠퍼스에서 공청회 진행
6월28일 MOU체결을 언론에 공식발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

 

                                  성신여자대학교 학칙 

                                          제1장 총칙

제1조 (목적) 성신여자대학교(이하 “본 대학교”라 한다)는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에 입각하여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광범정치한 응용방법을 교수 연구하고, 아울러 인격의 도야와 건전한 사상을 함양하여 능력 있고 성실한 여성지도자를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개정 1998.7.1)
 

                                                      제12장 학생 활동

제58조 (학생활동) 학생은 학칙을 준수하여 성심성의로 학업에 전념하고 덕성과 교양을 함양하며 장래 국민의 지도자가 될 자질을 닦아야 한다.



학칙에 나와 있듯 성신여대는 학생들이 ‘학칙을 준수하며 학업에 전념하고, 덕성과 교양을 함양하고 능력있고 성실한 여성지도자로 양성되길 희망’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하면, 학교는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줄 의무가 있다. 또한 재정난과 같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학업 분위기 조성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함께 어려움을 나누자는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성신여대의 독단적인 MOU체결 결정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정당한 학습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시키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건으로 성신여대에는 두가지 불씨가 남았다.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 신뢰가 훼손됐다는 점, 그리고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갖고 학업을 수행한 후, 사회에 나가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학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존재이다. 학교는 현재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는 셈이다. 거위가 황금알을 더 잘 낳을 수 있도록 보살피고 도와주어야할 책무를 저버린채 도리어 거위의 배를 가른 격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성신여자대학교는 대내외적 위기 환경을 극복하고 명문사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청렴하고 깨끗한 대학, 구성원이 함께 행복한 대학, 공감과 소통, 도전과 열정이 가득한 열린 대학으로 발전하겠습니다.”

 

'구성원이 함께 행복한 대학, 공감과 소통, 도전과 열정이 가득한 열린 대학'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앞으로 1년 반도 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성신여대 구성원들은 MOU체결 문제를 두고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학교와 학생들이 원활히 소통하며 바람직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대학알리]는 계속 예의주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