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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교수사회 성희롱 - 젠더혐오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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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악의 고리: 일상에 스며든 교수들의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들
수십년째 반복되는 교수들의 젠더혐오, 성희롱 발언
조사 결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례 많아
문제의식, 처벌, 징계 강화로 악의 순환 ‘끊어야’

 

반복되는 강단 내 성희롱-젠더혐오발언, 안일한 학교본부와 교수사회

한국외대는 코로나 19로 한 학기동안 전면 비대면 강의를 진행했다. 이 기간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했지만, 그중에서도 교수의 젠더 혐오, 성희롱 발언이 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경영대학 L교수는 여성혐오적인 내용을 담은 자신의 글을 학생들에게 읽게한 뒤, 수강생들에게 감상문 제출 과제를 부여했다. 글에는 자신의 딸을 성적대상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JTBC보도에 따르면, 한국외대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 쓴 글을 가지고 논란삼으면 안된다”며 문제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사건 공론화 이후 경영대학 동료 교수는 해당 강의 수강생들에게 L교수를 옹호하는 메일을 전송해 비난을 받았다. 두 사례는 학교 본부와 교수 사회가 강단 내 젠더혐오적 발언에 얼마나 안일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지난 3월 온라인 강의 도중 여러 개의 음란물을 전송받은 A교수의 메신저 화면이 학생들에게 노출됐으나 그대로 강의를 이어간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A교수는 “수업 자료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실시간 강의가 아닌 녹화강의였으나 해당 장면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송출한 점, 그리고 음란물 유포에 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은 사실로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2020년 2학기 A교수는 한국외대 학부 강의 중 6개의 강의를 배정받았다. 실질적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위 두 사건은 지난 한 학기동안 공론화된 사건이다. 공론화되지 않았거나, 과거에 발생했던 사례가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외대알리는 외대 학우를 대상으로 ‘한국외대 교수의 성희롱, 젠더차별적 실태 조사’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설문은 2020년  8월 15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됐으며 총 34건의 응답이 기록됐다. 

 

과반 이상, 한국외대 교수의 성희롱, 젠더혐오발언 경험 있어

 

‘교수의 성희롱, 젠더혐오발언, 성별고정관념 강화발언 또는 일반화발언, 행동으로 인해 불쾌감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61.8%의 응답자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례로

 

  “여자는 회사에 가서 커피만 잘 타면 돼” “내가 고용주라면 여자 채용 안하지. 일을 못시키는데!” 스물 다섯 여성 학우를 쳐다보며 “여자는 25살 넘으면 꺾인 나이야!” “비 오는 날 우산 없는 여학생들이 뛰어다니는 걸 보면... 캬~” “생리 유고결석계? 생리하면 아프기는 하냐?” “진로가 불확실하다고? 전업주부할거냐?” “나는 아내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읽지 말라고 했어. 아내는 그러한 차별을 당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이가 본인을 쫓아온 경험을 우스갯소리로 말하며 이를 유머로 소비함’ “(화장을 하지 않은 학생을 가리키며) 학생은 화장도 안하고 왔냐” “룸싸롱 다녀온 경험 이야기 해줄게” “여자들은 삼국지를 몰라. 여자들, 삼국지 등장인물 하나씩 말해봐!” “잘 꾸미는 건 여성의 미덕이야” ‘동성애와 낙태를 부정적으로 말함’ ‘그리스시대 사유방식을 근거로 들며 수업 내용 절반 이상 음담패설을 일삼음’ 

 

등 응답이 집계됐다.

 

 

‘교수들의 성차별, 성희롱, 젠더혐오적 언행 문제에 관한 교수사회의 문제의식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70.6%의 응답자가 ‘문제의식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또한 학교본부의 문제의식 수준 질문에서도 55.9%의 응답자가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문제의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7.6%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문제의식에 관련된 질문에서는 ‘문제의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44.1%를 기록했다. 

 

다수의 응답자가 교수와 학교 본부의 문제의식 수준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현재 성차별, 성희롱, 젠더혐오적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교수들의 징계수위, 징계 이후 반성 태도 등이 적절한 수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서는 70.6%의 응답자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못하며처벌이 미미한 수준이다’라고 응답했다. 

 

 적정한 징계 수위를 묻는 질문에서는 파면, 해고, 권고사직, 교수사회 퇴출(교단 제명) 등 현재 처벌과 대조되는 강력한 수위의 징계를 요구하는 응답이 12건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형법 상 처벌, 교수의 부덕 자각 및 공개 사과 등의 응답이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한국외대에서는 교수에 의한 다양한 종류의 젠더혐오적, 성차별적 언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언론 등에 공론화된 사건 이외에도 다양한 혐오적 언행들이 수면 아래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악의 순환이 계속되는 이유는?

일상에서 이러한 ‘비상식’이 통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세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교수사회, 학교본부의 자정작용과 성인지감수성의 부재가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1993년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은 한국 최초의 성희롱 고소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전까지는 성희롱이 불법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2020년 현재,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교수는 성희롱을 일종의 ‘장난’으로 치부하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 학생을 상습 성추행한 한국외대 그리스 불가리어과 K교수는 “너무 귀여워서 그런 것”이라며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이 인식하는 학교 본부와 교수들의 성인지감수성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학생사회가 가지는 문제의식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성차별, 혐오 발언의 주체인 교수와 이를 처벌하고 문제의 재발을 막아야 하는 학교 본부의 낮은 성인지감수성때문에 학생들의 높은 문제의식 수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변화가 이뤄지기 힘든 것이 현 상황이다.

 

 두번째, 학교 본부의 경미한 처벌이 문제다. 오래 전부터 학교 본부는 성희롱, 성 관련 문제 가해 교수에게 경미한 징계를 내렸다.  2018년 국제지역대학원 S교수는 수년간 성희롱, 성추행, 스토킹을 일삼았으나, 학교는 S교수에게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리고 2019년 장기근속포상을 수여했다. 또한 여성혐오 글 감상문 과제로 논란을 빚었던 경영대학 L교수의 강의는 즉시 중지되었지만 그는 아직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이와 같은 ‘봐주기식’ 징계는 교수사회의 성인지감수성과 성희롱 문제의식 제고에 악영향을 끼친다. 

 

현재 한국외대에는 성평등센터, 조사위원회, 징계위원회 등 사건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기구가 존재하나, 징계 수준 의결 과정에서 학생의 영향력은 0에 수렴한다. 이미 여러 차례 ‘보여주기식 징계’로 논란을 일으킨 위원회에서 유의미한 진보를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결국, 학교 본부의 경미한 처벌은 학생들의 무력감에 일조한다. 학생들은 가해 교수에게 적당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다시 강단에서 강의를 이어가는 상황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2019년 한국외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세종시 교육부 청사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서 국제지역대학원 S교수 파면 시위를 전개했으나, 학생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의 소통 부재와 봐주기식 처벌의 반복은 학생사회의 효능감 경험 기회를 박탈하고, 결국 ‘목소리를 내도 바뀌는 것은 없다’는 무력감 아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학생사회 분위기를 양산한다. 

 

 마지막으로 성평등센터와 같은 공식 기구를 통한 신고율이 낮아 공론화 및 실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한국외대 강단에서 학생 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혐오발언이 존재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공론화된 대부분의 사건이 ‘에브리타임’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 등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알려졌다. 비공식 커뮤니티를 통한 사건의 전달은 효율적이지 못하며 적극적 대책 마련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보다 적극적인 강단 내 젠더혐오, 성희롱적 발언 신고가 필요하다.

 

 한국외대 성평등센터 관계자는 “많은 학생들이 성희롱 피해는 그 정도가 애매하다고 생각해 성추행에 비해 신고하기 어려워한다”며 “성평등센터는 익명성을 완전히 보장하며, 피해 사례가 충분히 성희롱적인 발언이라면 성희롱으로 판단하고 조사하니 적극적으로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강단 내 성희롱 발언은 충분히 신고가 가능하며 실제 신고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며 “현장 녹음자료가 없더라도 강의 중 발언의 경우 다수의 학생이 들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증거가 될 수 있으니 당시 상황을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해 방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더디긴 하지만, 2017년 ‘미투’ 흐름 이후 확실히 변하고 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획기적일 정도로요.”

외대알리는 지난 9월 15일, 한국외대 성평등센터에서 두 명의 연구원과 현재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외대 성평등센터는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피해 사실을 조사해 징계위원회 회부를 결정하는 예비조사기관이다. 현장에서 여러 사례를 목격하고 체험하는 두 연구원의 경험과 생각을 들어봤다. 

 

“강단 내 성희롱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부정적 유산’이 고쳐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2017년 미투 이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성희롱 발언들을 농담으로 치부했고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2017년 이후 교수사회에서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연대를 하기도 하고, 문제의식을 가지는 분도 계십니다.” 

 

그는  2017년 이후 대학 사회 내 교수들의 태도가 확실히 변했음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강단에 서계신 분들은 어느 정도 연령이 있으셔서, 인식 변화가 더욱 어렵습니다. 어린 시절, ‘성희롱’, ‘젠더관계’, ‘성인지감수성’ 등의 단어를 배우지 않고 자란 세대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일상으로 여겼던 것을 새로운 것으로 봐야 한다니, 매우 어려웠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하지만 과거에는 교육을 해도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확실히 그때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연구원은 인터뷰 내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 재발을 막고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 방책이 교육이며, 실제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대학 구성원 별 폭력예방 교육 의무 제도를 추진하고 있어요. 교수가 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교원 업적 평가시 감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도화하기로 의결했고, 조만간 시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강사에게는 임용평가 시 감점을 부여하여 재임용을 어렵게 하는 제도를 시행중이고요. 학생의 경우도 교육 미이수시 학기말 성적평가를 열람할 수 없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로는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결국 교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희롱’의 개념만을 알지, 어디까지가 성희롱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교육을 통해 ‘이것도 성희롱이었구나’라고 깨닫죠.” 

성희롱 교육은 ‘살아있는 교육’이다. 그때는 장난으로 치부됐던 것들이 현재 분명한 범죄이듯, 성희롱, 성폭력 교육은 새로운 형태로 반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일부 교수들과 학교 본부가 방관해 온 교수들의 강단 내 젠더혐오적, 성차별적 언행들은 권위주의적 대학 사회에서 일종의 ‘희롱’이나 ‘유흥’정도로 치부되어 소비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부 교수들은 성차별적 - 젠더혐오적 발언을 주로 ‘섹슈얼한 선을 아슬아슬 타고 넘나드는’ 또는 ‘위트있는’ 자신의 이미지와 함께 소비했다. 

 

또한 학교 본부는 ‘보여주기식’ 처벌로 일관하며, 사실상 방관의 태도로 사건의 재생산 및 심화에 일조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학우들은 수치심과, 불쾌감, 분노를 느꼈으나 적극적 항의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대학사회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전까지는 논의되지 않았던 젠더 담론이 부상하며 성인지감수성 제고가 이루어졌다. 사회 변화의 흐름과 함께, 학생 사회도 더 이상 교수사회의 젠더혐오적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적극적 행보에 나섰다. 

 

느리지만 변하고 있다. 3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였다. 앞으로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그래야만 한다.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그의 저서에서  ‘부정본능’ 개념을 들며 “상황은 나쁠 수도 있고 동시에 좋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나쁜 것과 나아지는 것 중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상황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고,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는 것이다. 

 

성평등센터 연구원은 짧은 시간동안 일선에서 많은 변화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기대하는 변화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더욱 나쁘게만’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아지고 있지만 나쁜’ 상황일 것이다. ‘나아지고’ 있는 상황은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일상 속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피해자와 연대하며 적극적 행보를 펼친 학내 구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계속해서 분노하고 바꾸어 나간다면, ‘더 나아지고 있으며 좋은’ 상황과 조우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본부와 교수 사회의 자발적 성찰과 변화가 뒷받침된다면, 그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취재 및 기사 작성 정지우 기자 (star_dust_ji@naver.com)

인포그래픽 작성 이하은 기자 (chdol2002@gmai.com) 

설문조사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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