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4 (목)

대학알리

새 옷이 아닌 새로운 옷을, '다시입다'

비영리스타트업 4기 인터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와 떼어놓을 수 없는 ‘옷’.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얼마나 입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수치를 따져보았을 때, 옷 한 벌을 평균적으로 7번 정도 입는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적은 횟수이지 않나요? 게다가 20년전에 비교했을 때 오늘날 의류 생산량 증가율은 400%고, 이렇게 생산된 옷 중 땅에 묻히고 불에 타는 옷은 73%라고 해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옷이 생각보다 환경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비영리 스타트업 4기팀 ‘다시입다’는 옷의 수명을 최대한 늘리고 옷의 폐기물은 최대한 줄이자는 캠페인입니다. 옷의 낭비와 의류 폐기물이 환경오염을 생각보다 심각하게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이 문제의식을 널리 알리고자 시작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심한 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 바로 ‘패션 산업’.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다시입다’ 팀의 정주연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Q. 패션산업이 이렇게 환경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줄 몰랐어요. 실제 자료를 보고 생각보다 영향이 커서 놀랐어요.


 맞아요. 사람들이 음식, 플라스틱을 줄이고 ‘제로 웨이스트’라는 트렌드를 알고 있기도 하지만, 옷이 심각한 문제라고 깨닫는 사람은 얼마 없어요. 저조차도 잘 몰랐으니까요.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예쁜 옷 입는 게 뭐가 잘못이야?’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사람들이 대부분 옷을 과소비해서 쌓아놓다가 입지 않는 옷이 많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중고 장터에 내놓기도 하지만, 헌옷수거함에 버리는 일도 허다하고요. 

 

 

Q. 맞아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의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제가 번역 일을 하고 있어요. 일을 하다가 해외의 사례를 접하게 되었는데, 와닿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유럽 쪽에서는 청년들 사이에서 ‘소비의 창피함’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어요. 모든 소비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데 일조하겠지만, 옷의 영향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크니까 옷을 많이 사지 말자는 거죠. 그리고 미국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중고 의류 시장이 커지고 있어요.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건데요. 물론 우리나라에 당근마켓이나 아름다운 가게도 있지만… 환경 문제가 주요 의제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환경 문제를 인식해서 중고 의류 시장이 크고 활성화되고 있어요. 10년 이내에 1.5배로 성장할 거라는 예측이 있을 정도로요. 그래서 ‘다시입다’ 팀도 한국에서 이런 움직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Q. 해외의 움직임이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한국도 하루빨리 그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다시 입다’가 이 과정에서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사람들의 의류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싶었어요. 매해 1500억 벌 이상의 옷이 전세계적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중 열 벌 중 일곱 벌은 버려져요. 버려진 옷들은 땅에 묻거나 태워지고요. 특히 브랜드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안 팔린 재고를 전부 태워요. 명품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그래서 의류 쓰레기를 줄이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중고 의류에 대한 거부감, 편견이 심해서 시장이 활성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환경과 연관 지어서 생각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과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Q. ‘다시입다’의 접근이 어렵지 않고 쉽게 느껴져요. 활동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요?


 일단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그 정보를 통해 변화를 가져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콘텐츠에 초점을 맞췄죠. 사실 기존의 패션 산업 시장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환경도 그렇고 우리 모두에게 미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카페에 갔을 때 일회용 컵이 환경에 나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일회용 컵을 받는 것과 전혀 모르고 받는 건 큰 차이가 있거든요. 이것처럼 옷을 사러 가서도 이게 환경에 많이 안 좋다고 인지하고 구매하는 거랑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소비자가 변하면 기업도 변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서 카드뉴스, 뉴스레터를 작성하고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Q. 소비자가 변해야 기업도 변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그렇다면 ‘다시입다’ 프로젝트를 하나의 콘텐츠 채널로 인식해도 될까요?

 

  ‘다시입다’가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지만, ‘다시입다 파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돈이 오가는 소비활동이 아니라, 대안적 소비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안 입는 옷을 다른 사람이 안 입는 옷을 바꿔 입는 이벤트? 물물교환 형식인데, 돈을 쓰지 않아도 옷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에요. 정리하자면, 물물 교환을 통해 새 옷이 아닌 새로운 옷을 얻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죠. 10월 말에 성균관대에서도 이 파티를 개최할 예정이에요. 결국 다시입다 팀은 채널의 역할도 하지만,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캠페인 회사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Q.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건 무엇이었나요?

 

 사실 일을 하면서 매순간이 어렵게 느껴졌어요. 모든 걸 처음 해보는 일이기도 했고, 직업 자체가 환경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아니었으니까요.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 어려움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동기로 작용하기도 했어요. 처음 해보는 것들이 새로웠고, 배우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어쩌면 저희가 환경운동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 다른 시각에서 환경 문제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과정에서 계속 공부하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배운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욕구, 그게 가장 크게 작용했어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중간자 입장에서 ‘정말 그런가요?’, ‘옷이 그렇게 환경 오염에 영향이 큰 줄 몰랐다’와 같은 피드백을 들으면 보람을 느껴요. 특히 관계자 중에서도 리폼이나 수선, 업사이클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인터뷰를 하고 나서 캠페인에 대해 이야기하면 정말 고마워하셨어요. 자기 초심, 맨 처음에 일을 시작한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나조차도 몰랐던 걸 알게 되었다면서요.

 

Q. ‘다시 입다’ 팀이 다방면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네요. 그렇다면 반대로, ‘다시 입다’ 팀에게 비영리 스타트업 프로그램은 어떤 힘이 되어주었나요?

 

 우선 매니저 분들이 정말 팀원처럼 도와주었어요. 다른 팀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잘 모르지만, 저희 팀은 사실 아이디어만 있었어요. 실행하고 있던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제 활동을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저희 팀은 2명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두 분의 매니저님이 많은 걸 도와준 게 힘이 되었어요. 창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제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 전문성을 많이 보태 준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다시입다 팀이 새로운 목표, 그리고 꿈꾸는 세계는 무엇인가요?

 

 저희 팀이 꿈꾸는 세상은 ‘불에 타거나 땅에 묻히는 옷이 없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중고 패션이 유행이 되는 세상, 그렇게 새 옷보다 새로운 옷, 남들이 안 입는 옷을 입어서 당사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옷을 갖게 되는 경험이 많았으면 해요. 콘텐츠의 제작은 계속할 생각이에요. 매달 뉴스레터를 제작하고 카드 뉴스를 만드는 것은 저희가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다시 입다 파티’를 열심히 알릴 계획이에요. 2명 이상이면 어디서든 가능할 수 있도록 툴킷(tool kit) 제작을 해서, 무료 배포를 통해서 누구든 참여할 수 있게 할 예정이에요. 파티는 기업체나 회사에서 더 쉽게 열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큰 장소에서 개최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대중화를 통해서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다시입다 파티 주간, 다시입다 파티의 날, 이런 식으로 1년에 한 주를 활성화해서 캠페인다운 캠페인을 해보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세상의 환경 오염을 줄여보고 싶어요.

 

 

 

 환경오염을 한 번에 해결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은 문제에 대한 인식, 실천, 그리고 변화가 쌓여 더 나은 세계를 만들고 우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한두 번 입을 옷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르고, 남들과 옷을 바꿔 새로운 옷을 경험하고, 결국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아주 간단한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할 지 모르겠다면, ‘다시 입다’의 발걸음과 함께해보는 건 어떨까요?

 

※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비영리스타트업 3기 대학알리의 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npo2013/222127123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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