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유니브페미, 혐오로 얼룩지지 않은 공론장을 찾아서

 양승연 유니브페미 집행위원, F5 프로젝트 법률팀 팀장 인터뷰

 

  페미니즘은 대학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대학 사회의 위기는 소수자 담론의 위기에서 온다. 현재 조각난 한국사회는각자도생에 골몰해있을 뿐, 타인의 고통에는 공감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정상성 규범 아래 소수자들은 계속해서 배제되었다. 대학공간 안에 연대는 사라지고, 무너진 공동체 문제에는 학생, 학교, 국가 중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젠더 문제에서 그 양상은더 뚜렷하다. 학내 미투운동, 총여학생회 폐지 등 계속해서 쏟아지는 이슈들에 학내 페미니스트들이 설 입지는 점점 좁아져왔다. 그럼에도 길을 찾으려 하는 학내 활동가들이 목소리를 냈다. 학교를 넘어 더 큰 연대를 만들어 담론을 만들고자 했다. “우리는 새로운대학을 건설할 페미니스트다” 유니브페미 강령의 첫 문장이다. 유니브페미는 여성주의를 내건 범(凡)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로, 차별의언어와 폭력이 기본값이 된 대학의 변화를 위해 2019년 출범했다. 그들은 여성주의, 노동, 장애, 동물권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는세미나를 주최했고, 여성의 날을 맞아 진행하는 <마녀행진>, 각 대학 학생회에 질문지 송부를 통해 성평등의식을 살펴보는<공약체커>, 그 외에도 소수자 관련 사건에 적극적으로 논평을 내고 연대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그 중 대학생들의 커뮤니티 플랫폼인 ‘에브리타임’의 혐오표현 규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F5 프로젝트 시즌1>는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자율규제 강화’권고를 끌어냈다.

  <F5프로젝트 시즌1>는 대학 내 온라인 혐오 대응 프로젝트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중에서도 507만명의 대학생(2월 28일자, 출처 에브리타임)이 사용하는 에브리타임은 혐오표현의 온상이되었다. 서로의 신원을 밝히지 않기에 ‘평등한’ 공간이라고 불리우는 익명 커뮤니티에도 위계는 존재했다. 소수자 이슈에 따라붙는 조롱, 혐오표현, 2차 가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조차 소수자들이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무분별한 차별이자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내의 윤리규정은 전무하다. 이용자들의 ‘신고’가 누적되면 게시글이 자동 삭제되는 시스템은오히려 소수의 의견을 손쉽게 억제하는 기능을 하기도 했다.  
 

  이에 유니브페미는 에브리타임과 학교의 책임방기를 지적하고, 규제 법제화와 가이드라인의 마련 등 안전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방법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모니터링단을 구성한 후, 접근 가능한 대학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혐오표현을 수집하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에브리타임의 현황을 파악했다. 또, 대학 내 혐오표현 예방·대응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의 경각심을불러일으키고자 했다. 여기에 이어 법률팀을 따로 구성하여, 혐오표현에 대응할 수 있는 ‘혐오표현 규제법’을 제언했다. 혐오표현 유통을바라보고만 있는 플랫폼과 대학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퍼낸 <캠퍼스 혐오표현 새로고침 가이드>는 이러한유니브페미의 노력을 담았다. 이 노력에 부응이라도 하듯, 방심위는 에브리타임에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의결했다. 4개월의 오랜기다림 끝에, 에브리타임은 커뮤니티 이용규칙을 개정했다.* * 에브리타임은 2월 8일 커뮤니티 이용규칙을 최신화 했다. 신고누적시스템에 대한 이의 신청, 금지행위에 혐오표현에 해당하는행위들을 나열, 게시판 관리자 제도,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불법촬영물 유통금지 등이 명시되어 있다. 
 

  F5 프로젝트 모니터링팀은 지난 9월까지 에브리타임 내 혐오성 게시글을 수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게시글의 위법성을 분석했다. 수집한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모니터링팀은 위법성을 가지고 있는 게시글 유형을 크게 여성 페미니스트 혐오, 성소수자 혐오, 인종에따른 혐오, 공정성 논란 관련 파생 혐오로 정리했다. 아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지난 7월 아동 성착취 영상물을 거래한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에게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린 사법부의 판단을 두고, 에브리타임에서는 해당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사법부는 죄가 없다’, ‘법대로 해석하는 것이 사법부의 역할이다’ 등 사법부 판단의 기계적 정당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옹호하는 글도올라왔다. 이러한 취지의 글은 규탄집회를 주최한 여성단체와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혐오로 파생되었다. 또 코로나 19 확산 초기, 중국 및 중국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짙은 게시물도 올라왔다. 미디어가 초기 코로나 19를 ‘우한폐렴’이라고지칭했고, 에브리타임 내에서도 해당 바이러스를 중국, 중국인과 연관 지으며 혐오 정서가 뚜렷해졌다. 이전부터 존재했던 중국인유학생에 대한 편견이 해당 혐오와 결합하여 유학생들의 학교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이어졌다.
 

  오늘도 에브리타임에는 차별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앞으로 유니브페미는, 우리는 혐오와의 싸움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F5프로젝트 시즌1> 법률팀 팀장을 맡았던 승연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F5프로젝트 활동을 다시금 짚어봤다. 변화한 것과 그렇지 못한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브페미는 어떻게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인지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F5 그 이후

Q: <F5프로젝트 시즌1>이 마무리되고, ‘캠퍼스 혐오표현 새로고침 가이드’를 제작하고 배포했습니다. 방심위에서는 이후 자율규제강화 권고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에브리타임이나 학교, 개인이 보인 긍정적인 변화나 움직임이 있었나요?

A: 책자를 보시면서 많이 느끼셨겠지만, F5 프로젝트 시즌1 같은 경우 혐오 표현에 대한 담론 제시와 경향성 분석에 초점을맞췄습니다. 실제로 어떤 회사나 기업, 학교에 직접 대응하고 압박하는 실무적인 활동보다는 연구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학교나 개인들의 반응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연구 단계에서 좀 더나아가 운동으로 이끌어보기 위해 F5 시즌 2를 계획한 것도 있었어요. 이 부분 같은 경우는 (에브리타임, 학교, 개인의 실질적변화는) 아직은 ‘없다’는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심위에서 내린 권고가 가장 유의미한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Q: 혐오표현 규제에 대해서 형사적 처벌과 같은 강제적인 방식보다는 혐오표현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 나가는 형성적 규제 시도를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저희가 법률팀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은 사실 이미 법률을 통해서 어느정도 혐오표현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고, 꼭사법이 아니더라도 (현재 체계 안에서) 사실 대응이 충분히 가능해요. 하지만 사법계에서도 이런 혐오표현 문제에 대한감수성이 너무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이런 것들을 우리 사회에서도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 보니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이유로 혐오표현을  오랫동안 다루지 않았던 맥락이 있더라구요. 그런 것들을 봤을 때 법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해결될 수 있는문제는 아니고, 이런 것들을 둘러싼 우리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법이라는것도 법조인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법률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않아요. 그것보다도 토론을 해나가면서 스스로 자정해 나가고, 이런 걸 공동체의 문제로서 호명하며 공동체의 가치나 공동체의식을 되살리는 과정들이 혐오와 차별 문제를 좀 더 근본적인,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방안이라 봅니다.  

사법적인 규제를 하다보면 이미 혐오표현이 발화된 뒤에 처벌을 하는 등 결국 사후적인 대응을 하는 정도로 제한이 될 수밖에없더라고요.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혐오표현 자체를 예방하고, 근절을 하고자하는 것들이었잖아요. 법률을통해서 처벌을 하는 것보다도 근원적인 문제를 찾아보고, 인식 자체를 개선해서 조금 더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저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형성적 규제나 공동체적 해결에 초점을 두고싶었던 것 같습니다. 
 

Q: 최근 카카오의 ‘증오발언 대응 원칙’발표는 기업 자율적 규제의 가능성을 보여준 듯 합니다. 에브리타임에도 이러한 원칙 설립이가능할까요? 또한 방심위에서 지난해 에브리타임에 ‘자율규제강화 권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후 에브리타임이 관련 조치를취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대응에 대해 후속 행동 계획이 있나요?**

A: 저희는 당연히 모든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에서 그런(증오발언 대응 원칙)  원칙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생각해요. 문제는 그런 원칙을 설립하면 그런 것(원칙)에 대한 관리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관리자들을 별도로 두지 않는 부분인것 같아요.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다거나, 해당 AI 기술을 투자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요. 결국에는 이용자들의 반발이나 자본의문제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든요. 즉 (원칙 설립이)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할 수 있는데 안하는거죠. 그래서이러한 상황에서 저희가 어떻게 대응을 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계속해서 F5 시즌2에 대해서 계속 논의해보고 있는데,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적극적인 활동과운동을 개진해보려고 해요. 적극적으로 에브리타임을 압박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보고, 시즌2부터는 에브리타임에게 답을얻어내겠다는 의지로 나서볼 것 같습니다. 기업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을 찾아볼 수 있을것 같은데, 시즌1 책자를 보시면 법률팀에서 관련 법률들을 개정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해드린게 있어요. 그런 입법운동처럼기업들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법률들을 만들어보자는 담론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대학 측도 직접 만나서이야기해보고, 인권센터나 대학 당국 차원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혐오표현 문제를 다룰 수 있게끔 학교와 기업과의 협약을체결해야할 것 같아요. (이렇게) 여러 주체가 협력해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끔 연결할 수 있는 운동이 시즌2에서 좀 이뤄질 듯합니다. 아마도?(웃음) (논의 중이라) 구체적인 것까지는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저희가 대답을 얻고자 노력을 하지않을까 싶습니다. 

*  유니브페미는 <캠퍼스 혐오표현 새로고침 가이드>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혐오표현에 대해 입법적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가이드에서는 처벌보다는 각 주체들의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어 제안한다.(정보통신망법에서 혐오표현게시물을 규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법적 근거 마련,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의무 부여, 혐오표현이 더 이상 양산되지 않도록사회의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의미인 형성적 규제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인터뷰는 지난 1월에 진행되어, 에브리타임의 이용약관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이다. 에브리타임의 이용약관은 2월 8일개정되었다. 

 

Q: F5 시즌2에서 국가, 대학, 에브리타임 주체와 관련된 활동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셨는데, 개인 단위 담론 차원에서는 생각하는 게있으신가요?

A: 저희가 구체적인 기획은 나오지는 않아서 확실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일단 개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까지는 어려울 것같고, 다만 입법운동을 할 때 형성적 규제를 할 수 있게끔 혐오표현이나 차별 표현을 다루는 정기 교육과정을 편성하라는요구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접적인 것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F5 프로젝트 시즌1>의 큰 성과는 방심위의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끌어낸 것이다. 유니브페미는 2021년 진행될 <F5 프로젝트시즌2>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F5 프로젝트 시즌1>은 ‘법률적 규제’를 최고의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토론과 이를 통해형성된 담론이 공동체를 자정해나가는 과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에 유니브페미가 그리는 <F5 프로젝트 시즌2>는 보다 적극적인 담론 형성을 이야기한다. 시즌1에서는 운동의 재료를 마련했다면, 시즌2에서는 마련된 재료로 여러 주체들의 실질적 인반응을 만들어 내려 한다.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

Q: 인권, 특히 여성인권을 다루는 단체인만큼 혐오세력의 피드백을 마주할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F5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백래쉬를 만난적이 있나요? 그러한 상황이 있었다면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A: 에브리타임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생각보다 반응이 엄청나지는 않아요. 저희가 기자회견을 열었잖아요. 방심위 앞에서 진행하기도 했었고, 본격적으로 F5 프로젝트 진행하기 전에  ‘마녀 행진’**** 기획 일환으로 에브리타임 본사 앞에찾아가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일련의 활동을 했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아무래도 기사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기사댓글 같은 걸 보면 양비론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너네도 똑같이 혐오표현을 쓰지 않느냐’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 댓글이있었어요. 그리고 저희 단체가 아무래도 단체명에 ‘페미’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보니 단체명 자체에 반감을 느껴서, 기사내용이나 우리가 어떤 요구안을 제시했는지 구체적으로 읽지 않고 ‘페미 단체’, ‘페미들’이라는 이유로 반감 어린 댓글들이 많이달렸던 것 같아요. 요즘은 종종 페이스북 페이지에 관련 게시물들을 올리면 댓글로 욕을 다는 분이 계세요. 그래도 아직까지는그렇게 직접적인 공격은 마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거나 페미니스트인 분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그정도의 반발, 반감은 많이 마주했던 것 같습니다.
 

Q: 생각보다는 에브리타임에서 (반발의) 반응이 없나요?

A: 아직 저희가 노골적인 이슈메이킹을 하기보다는 이 사안에 이미 관심이 있었던 분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데 초점을두었던 것 같고, 그러다보니 작년 한 해 동안에는 에브리타임 이용자나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활동은 아니였던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또 F5 시즌2에서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Q: 사회의 혐오에 무관심한 이들, 바뀌지 않는 에브리타임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나 활동가들은 무력감을 느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직접 활동을 하시는 유니브페미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지 않나 싶은데요. 이런 무력감을 느낄 때 어떻게하시나요? 혹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사실 저희도 직접적으로 에브리타임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봐왔잖아요. 저희가 직접 본사 앞에 찾아가서가이드라인을 직접 전달하는 활동도 해보고 메일로도 보내기도 했어요. 에브리타임 측이 안봤을 리가 없는데 항상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또 이런 것을 아예 예상 못했던 바도 아니고, 우리가 이런반응에 굴하기에는 사실 많이 와버렸기 때문에 (웃음) 이제와서 포기할 수도 없고, 오히려 그런 답답함이 더 적극적으로나서봐야겠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당연히 무력감이나 우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구조적이거나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은 지금 당장의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결국에는 장기적인관점에서 봐야하는 것 같아요. 그걸 감안을 하고 문제를 접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지치는 분들은 조금쉬어갈 필요도 있고, (쉬어가는) 그런 부분에 부채감을 가질 필요도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 위로가 될까싶네요.

  어쨌든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 것 같고 깜깜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혹은 먼 미래에서 되돌아봤을 때, 분명히 우리가 변화하는 길에 서 있단 말이에요. 우리가 그 지점에 함께 해왔다는 걸 떠올려보면 결국에는 ‘나도 이 사회에서 변화를 말할 수 있고, 말해왔던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지칠 때 쉬어가더라도, 조금의 기대감과약간의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소수자 인권 운동이 그렇듯, 백래쉬는 늘 존재한다. 이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소수자의 목소리에, 자신의 권력을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승연씨는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직접적인 백래쉬는 보지  못했지만, ‘유니브페미’라는 단체에가해지는 공격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의 취지와 구체적인 내용은 읽을 노력조차 하지않은 채, ‘페미니스트’라는단어에 적개심을 느끼는 것이 일부의 반응이다.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과 활동가들의 피땀 어린 문제제기에도 바뀌지 않는 사회에 무력감·염증을 느끼는 이들도 분명있을것이다. ‘여성혐오’, ‘소수자혐오’는 차별의 역사가 빚어낸 구조적 문제다. 법률 하나, 규제 하나로 손쉽게 근절될 사안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를 바꾸는 것이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승연씨는 지쳐버린 이들에게 ‘부채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쉬어가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기나긴 노력 끝에는 변화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 발자국을 함께 하는 공동체가 곁에 있음을 느낀다면 백래쉬에도 운동의 동력은 소진되지 않을 것이다. 

*** 2020 출판된 권김현영의 책 제목
****마녀행진: 3월 8일 여성의날을 맞아 여러 주체들이 행진 퍼포먼스를 벌이는 행사.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3월13일에 신입생을 대상으로 <범우주마녀OT>를 진행한다.

 

기울어진 대학 공론장

Q: 유니브페미가 지적한 대로, 커뮤니티 폐쇄 혹은 신규 커뮤니티 개설은 대안이라고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온라인커뮤니티가 혐오표현이나 다수의 의견만이 남아 확증편향을 강화시킨다는 점이 문제되고 있는데요, 규제를 도입한다해도공동체가 자정되는 것에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적인 담론을 나눌 수 있을까요?

A:  (커뮤니티 폐쇄 혹은 신규 커뮤니티 개설은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는) 그 부분에 저희가 초점을 뒀던 이유가 F5 프로젝트활동 방향성과도 연관이 있어요. 결국 저희가 원했던 것은 에브리타임을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 자체를 압박하고 이 회사들을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안전하고 평등하게 발화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던 프로젝트이기때문에 ‘지금 당장의 폐쇄가 문제가 아니다.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는 어디서 (평등하고 안전한 공론장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나라고 했을 때, 아직까지는 에브리타임 안에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에브리타임의) 자동신고삭제시스템 때문에 이러한 글을 올리면 분명 삭제가되기도 할 거고, 에브리타임에서 직접 이런 것들을 삭제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 같아요. 이미 관련해서 저희가 자율규제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에브리타임 측에 전달하는 일도 있었거든요. 그런 활동을 저희가 많이 했는데도 에브리타임은 계속해서 무응답으로 일관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평등한 공론장을 만들 수 있는 방안들을 더 찾아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요구안을구체적으로 만들어서 직접 에브리타임 측에 요청할 수 있고요. 그러한 과정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담론이나 여론들을형성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또, 반드시 커뮤니티 내에서만 커뮤니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같아요. 저희는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코로나 시국으로 그런 활동은 잘 못하고있어요. 하지만 이외에도 저희끼리 토론회나 포럼같은 자리를 만들 수 있기도 합니다. 커뮤니티 밖에서 하나의 담론과 그런 의제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들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캠퍼스가 점점 멀어지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에 입학한새내기들은 비대면 대학문화에 더 친숙할 것 같은데요. 비대면 문화 속 공동체와 공론장, 기대되는 점이나 우려되는 점이있다면? 

A: 기대되는 점까지는 아니기는 한데, 그래도 약간의 개선 여지를 확인했던 부분은 기존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너무 혐오표현이만연하다 보니까 일부 사람만 남아서 원래 혐오표현을 양상하던 이들만이 이용하는 공간이었다면, 비대면 캠퍼스가 되면서이용자들의 풀이 다시 확장 되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신입생들도 많이 활용하는 것 같고, 대학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들어오는 사람도 많다보니 예전만큼 혐오표현을 양상하는 맥락이나 분위기가 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그럼에도불구하고 문제가 여전히 심하기는 하지만. 저희 학교 에브리타임 같은 경우 적어도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않는분위기는 아주 약간 형성된 것 같아요. 그런 것을 봤을 때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이용자들의 풀이 확장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떻게 보면 ‘개선의 여지가 있을수 있겠다,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시국 이후로 유학생들,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가 조금 더 강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특히 우리나라 같은경우에는 중국에서 오는 유학생들이 많다보니, 코로나와 관련해서 중국인 유학생들을 비난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계급, 외국인과 같은 특정 대상을 겨냥하는 혐오 표현이 많이 올라오는데 여기에 대한 문제 의식이 너무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풀이 확장되었더라도 모두가 똑같은 감수성을 가지지 않았을 거고, 일반 사회에서 공유하는 감각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만연했던 혐오 담론을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요. 비슷한 혐오 맥락으로 (학벌주의 논리로 이어지는) 공정성 담론도 너무 쉽게 얘기되어서, 그런 상황들이 많이 우려가 됩니다. 풀이 확장되는 와중에도 여전히변화하지 못하는 혹은 변화하기 어려운 그런 인식들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기는 하더라고요.
 

   현재 대학 사회의 공론장은 극히 제한적이다.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활동이 위축되면서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더욱 의존하게되었다. 이로 인해 이용자 풀이 늘어났음에도 에브리타임에서는 여전히 혐오 담론이 재생산되고 있으며,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는구성원들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었다. 에브리타임 내 사이버불링으로 인해 안타까운 사건이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에브리타임 측은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고, 여전히 신고가 누적되면 게시글이 자동 삭제되는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2월 8일 에브라타임이 커뮤니티 이용규칙을 일부 개정했으나,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은 만큼 에브리타임의 좀더 적극적인 커뮤니티 개선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혹자는 ‘에브리타임을 폐쇄하고 차라리 새로운 학내 커뮤니티를 신설하는 것이 낫지않냐’고 말한다. 그러나 에브리타임 폐쇄와 신규커뮤니티 개설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사회에 널리 퍼진 혐오 담론의 경우 이미 사회 속에서 혐오표현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데, 근본적으로 사용자의 인식이나 문화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신규 커뮤니티가 개설되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적절한 대안인가? 어디에서 커뮤니티의 개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승연씨는 반드시 커뮤니티 내에서만 해당커뮤니티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이 개선될 때까지 커뮤니티 밖에서의 활동이나 토론을 통해평등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담론과 의제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기울어진 공론장을 바로 세우기 위해누구나 평등하고 안전하게 발화할 수 있는 커뮤니티 문화를 자발적으로 형성해 나가야 한다. 

 

2021년에도 계속해서 달린다

Q: F5 시즌2를 제외하고 혐오표현과 맞서는 유니브페미의 2021년 활동 계획에 대하여 여쭙고 싶습니다. 

A: 원래 ‘마녀 행진’이 늘 여성의 날 기념활동으로  기획되어 왔는데요, 이번에는 행진을 하지 않고 (저희가 공고모집도 이번에공동주체 단위 모집으로도 올렸는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형식으로 ‘범우주마녀OT’라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올해에도역시나 오프라인 개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이 되고, 당연히 대학 차원에서 여는 OT도 많이 축소될 것 같아요. 이러한 상황에서온라인 커뮤니티 혐오표현 문제나 여성주의 공동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와 같은 얘기를 해보는 자리를 마련해보고자 기획을하게 됐습니다. 이 행사에서도 각 학내에 있는 소수자 의제를 다루고 있는 단위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하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온라인 캠퍼스에서 어떻게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가 볼 수 있을까’에 대해서 신입생들과 혐오표현에 대해자연스럽게 얘기해볼 것 같아요.

 

  유니브페미는 올해 <F5 프로젝트 시즌2>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 올해 3월, 유니브페미는 온라인 중심의 대학생활을 경험하게 될 신입생들을 위한 <범우주마녀OT>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러 학교의 여성주의 단체들과 공동으로 주최하는<범우주마녀OT>는 새로운 형태의 마녀행진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형식으로 진행되어 대학 공동체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다양한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승연씨는 해당 행사에서 신입생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 내 소수자 혐오표현 문제를 이야기해볼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20대 중반의 페미니스트를 조명하고, 이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하는 <그래듀페미> 행사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다양한 페미니즘 읽기를 주제로 정기적인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1년에도 혐오표현과 맞서 싸우고, 모두가 안전한 대학 공동체로 변화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고자 한다. 
 

Q:  진부한 질문이지만, 유니브페미가 꿈꾸는 이상적인 대학 공동체는 어떤 공간인가요? 

A: 유니브페미 집행위원들끼리도 그리는 상이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이번에 대표 맡으신 분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을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공동체를 이야기하셨어요. 최근 대학 사회에서는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이 하나의 낙인이 되다 보니까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스스로 밝히는 것이 굉장히 위험을 수반하는 일이 되어버렸는데, 앞으로는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밝혀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셨어요. 결국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도그것이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안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말씀해 주신거겠죠? ‘평등해야 안전하고, 안전해야 평등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모두가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고 돌보며 공존할 수 있는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대학 공동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렇게 나아가야 할 거라고 생각하구요. 그 길에 유니브페미도 함께하고자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임을 밝혀도 차별 받지 않는 공간’ 유니브페미가 꿈꾸는 이상적인 대학 공동체는 어쩌면 소박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있는그대로 존중받으며,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명제는 에브리타임에서 쉽게무너졌다. 제재없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언어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소수자를 공동체에서 배제해왔다. 차마 공론장이라 부를 수 없는 익명의 게시판에서 유니브페미는 ‘새로고침’을 외쳤다. 혐오 세력이 활개치는 커뮤니티의 책임을 에브리타임, 학교, 사용자 모두에게 물은 것이다. 이에 방심위는 ‘자율규제권고’로 답했다. 
 

  에브리타임은 자율규제권고와 활동가들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긴 침묵을 지켜왔다. 그 침묵 끝에 2월 8일, 에브리타임은 커뮤니티 이용규칙을 공개했다. 이 ‘커뮤니티 이용규칙’에는 금지 행위들이 나열되어 있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 ‘장애인, 노약자 등사회적인 소외계층을 비하하는 행위’,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인종, 지역, 직업 등을 차별하거나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행위’ 등 구체적으로 혐오에 해당하는 행위들을 규정하고 있다. 또, 자동신고 시스템을 통해 이용이 제한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 불법촬영물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신고할 수 있는 절차를 안내한 점 등이 눈에 띈다. 유니브페미가 <캠퍼스 혐오표현 새로고침 가이드>에서 제안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유니브페미가 제안한 ‘학교와의 협력’은명시되지 않았다. 에브리타임이 각 학교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학교와 연계하여 커뮤니티 이용 약관을 수정할수 있어야 한다. 이는 에브리타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학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여전히 각 학교는 학내 기구에 에브리타임과관련한 사건이 신고되어도 이를 중대하게 다루지 않는다. 사건의 해결 또는 조사를 위한 절차 역시 적절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는 것이 현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확장된 온라인 캠퍼스는 위기이자 기회다. 인권감수성이 충분히 보편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오히려 혐오의 문화를 쉽게답습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많은 인원이 커뮤니티에 유입되면서 양극화를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입장이 첨예하게 나뉘는 젠더갈등, 그 외에도 다양한 이슈를 두고 양극단으로 대립하는 상황의 위험성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구성원과 더 나은 공론장 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승연씨는 “토론을 해나가면서 자정해나가고, 공동체의 문제로 호명해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다시 지적한 것이다. 유니브페미는 확장된 논의의 장을 만들기위해 올해도 <F5프로젝트 시즌2>를 진행한다. 시즌1이 현상을 파악하고 분석해 담론의 기초를 마련했다면, 시즌2에서는에브리타임·학교·학생 등 다양한 주체들과 실질적으로 해결을 강구하게 된다. 

  에브리타임은 혐오없는 공론장이 될 수 있을까? 양극화되고 있는 SNS 생태계, ‘에타는 믿고 거른다’는 자조적인 반응 가운데 유니브페미는 변화의 선봉장에 섰다. 그리고 이는 에브리타임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규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적시된 조항들이 혐오를 저지하는 문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대학 공론장의 비극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단초를 문화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스스로 이를 체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국가·학교·학생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 변화의 흐름은 멈춰 버릴 것이다. 혐오표현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구성원들과의 문제의식 공유를 통한 사회적 합의 마련은 모두가 힘써야 할 문제다. 특히 에브리타임을 직접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경우, 문제 사례들을 살펴보고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방법을 함께모색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2021년에도 유니브페미의 에브리타임  ‘새로고침’은 계속될 것이다. 그 곁에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걸어나가는 ‘우리’도 있기를 바란다. 


배시은 기자 (bc0527@hufs.ac,kr)
이지원 기자 (jione0519@naver.com)


- 해당 기사는 지면 '외대알리 35호: 변화를 주도하는 청년들'에 실린 기사로, 1월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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