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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범도 공동정범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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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의 사람이 함께 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형법 제30조에서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라고 규정한다. 법적으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2명 이상의 사람이 서로 범행을 사전에 모의해야 하고, 실제로 범행을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성립 조건으로 인해 과거에는 고의범만이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1962년에 처음으로 행위공동설의 입장에서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한 후 오늘날까지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행위공동설이란 다수가 각자의 범죄를 수행하고 그것이 하나의 공동 행위로 귀결되는 것도 공동정범의 행위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과실범의 공동정범과 관련된 판결은 신중히 내려진다.

 

 1962년 이후로 과실범의 공동정범에 관한 여러 판결이 등장하였다. 먼저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인정된 사례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1231 판결)에 관한 것이다. 대법원에서는 삼풍백화점의 붕괴 원인이 한 가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건축계획부터 완공 후의 유지와 관리에서 발생한 과실의 복합적 작용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관련된 사람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 즉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하고 유죄를 선고하였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로는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관한 판결이 있다. 해운회사 대표와 임직원에 대한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피고인들과 세월호의 선장 및 선원들 사이에 공동정범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사건 피고인들의 과실과 세월호의 침몰이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하지 않은 이유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게 되면 일부 단계에만 관여한 사람들이 전체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관여한 정도가 다르기에 이를 공동책임으로 묶어서 판단하지 않고, 각각의 책임을 따로 묻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겼다. 이처럼 과실범의 공동정범 관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의견이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생소한 개념일 수 있으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관한 재판에서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고는 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에 관한 재판에서도 과실범의 공동정범에 관한 내용이 등장한다. 2021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역학조사와 천식과 관련된 연구, 그리고 환경영향평가 등의 인과관계와 관련된 다양한 조사 결과에서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 관련 질환 혹은 천식과 관련되었다는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2018년에 유죄가 확정된 PHMG, PGH 성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재판과는 다른 결과이다.

 

 2018년에 최종 선고가 내려진 지난 재판에서 재판부는 먼저 검사에 의한 인과관계 조사에서 충분한 인과관계를 확인한 후에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했다. 대법원은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사와 판매, 유통사 모두가 문제가 되었던 살균제인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가습기당번’을 소비자에게 공동으로 제조하고 판매하였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가 유통, 판매되었고 결과적으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폐 관련 질환이 발생했기 때문에, 피고인들에게 위 피해자들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3628 판결 및 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2537 판결)한 것이다.

 

 항소심에서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와 폐 관련 질환에 대한 인과관계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면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기소된 사항 중 하나인 과실범의 공동정범과 관련된 판단까지 넘어가지 못하고 무죄가 선고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고, 수많은 피해자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최종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법률용어사전 : 2016』, 이병태, 법문북스, 2016.01.20.

** 황용현. "과실범의 공동정범에 관한 판례의 연구 및 비판." 국내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2020.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