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1 (일)

대학알리

알리가 본 세상

20대, 불공정과 반칙을 논하다

인터뷰나우 #1. 공정담론에서 가려진 20대의 이야기

<대학알리>가 주류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양한 특성을 가진 개인의 서사와 목소리를 조명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 사회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과 문제의식을 발굴하기 위함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로 불공정과 반칙에 대해 할 말이 많은 20대 5인을 모셨습니다.

 

▲ 김민석(23,서울), 길성은(22,용인), 박주현(23,부산), 전성현(22,대구), 최아현(23,서울)님을 8월 28일 22시에 온라인으로 만나 2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공정을 논하기 전에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각자 삶을 살면서 겪는 가장 현실적이고 절실한 문제가 무엇일까요?

박주현 : 이제 복학을 합니다. 학교도 다녀야 되고 생계를 위해 일도 해야 하다 보니까 기자 활동을 하기 벅차요. 솔직히 워라벨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항상 일에 치이지만 제 자기 개발도 하고 싶거든요. 좀 책을 읽거나 취미 같은 걸 하면서 조금은 숨을 쉴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게 없다 보니까... 그리고 현실적으로 돈이 너무 없어요. 대외 활동이나 기자 활동을 하면 큰 수익이 없고 보상도 적은데, 월세와 생활비는 필요하죠. 자취를 하다 보니 내가 먹고 싶은 게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돈을 적게 쓰는 편으로 선택하고...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게 조금 서글프더라고요.

전성현 : 내년에 인턴을 준비하고 있고. 곧 있으면 금방 졸업해서 사회로 나가야 되는데 나가면 과연 내가 사람으로서 1인분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게 가장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어릴 때만 해도 내가 이 분야에서, 디자인 업계에서 위대한 디자이너가 되겠어.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이제는 그냥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1인분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게 문제죠. 저 같은 경우에는 가정을 꾸리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혹시나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어떻게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유독 힘든 세대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을 많이 고민하고, 가장 현실적으로 보고 불안해 하는 것 같습니다.

최아현 : 제일 고민하고 있는 건 취업과 진로에 관련된 것 같아요. 저도 이제 슬슬 졸업할 나이가 되어가기도 하고 어떤 직업을 골라야 할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이죠. 비혼도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좀 안정적인 급여를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죠.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놓지 않고 하고 싶다는 생각도 계속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균형을 어떻게 하면 맞출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죠. 내가 정말로 취업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이라든가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요. 내가 안정적으로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나중에 50대가 되어 혼자 살더라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이게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길성은 : 돈 문제가 가장 절실했던 것 같아요. 학비를 제가 내고 다니는 입장이라서요. 국가장학금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소득때문에 안 나와요. 아버지가 대기업에 다니시는 게 아니니까 회사에서도 안 나오고... 그럼 이제 제가 내야 되니까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되는데 그 부분에서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찾은 차선책이 공모전에 많이 나가는 거에요. 공모전을 온전히 즐기는 게 아니라 그냥 상금을 위해서 공모전에 도전한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가장 비참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요새는 학벌에 대해서도 고민이 들어요. 원래는 학벌에 대해 그렇게 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이런거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특히 메이저 언론사는 명문대가 아닌 이상 도전하기 힘들다라는 말을 강연 같은 거 들으면 많이 접하게 되기도 하구요. 그런 얘기들을 듣다 보니까 내가 뭔가 부족한가. 4년 동안 학교를 열심히 다녔지만 그래도 부족한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뭔가 저 스스로는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타인의 시선에 의해 학벌 컴플렉스가 생기는 것 같아 그 부분이 가장 문제인 것 같습니다.

 

Q. 20대가 공정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공정이 화두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전성현 : 그만큼 살기 힘든 각박한 시대여서라고 생각해요. 옛날 같이 고도 성장기였다면 혹시 모르죠. 큰 노력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시대였다면 누군가가 혜택을 보고, 조금 출발선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해도 뭐 그러려니 할 것 같아요. 이 정도까지 분노하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은 내가 정당하게 살고 죽어라 노력을 해도 최소한의 행복조차 누리는 데 있어서 걱정해야 되는 시대다 보니까, 누구가 그런 공정하지 못한 위치에서 출발을 한다거나 결과에 있어서 공정하지 못하다면 더욱 분노를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20대가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들이는 입장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다 보니까 더 민감해하는 것 같아요. 기성 세대 같은 경우에는 이미 이루어 놓은 게 있잖아요. 명예든 재산이든 가정이든. 그렇기 때문에 조금 공정하지 않다고 해서 현재 나의 입지나 삶에 그런 지장이 오지 않는 정도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물론 아닌 분도 있겠죠. 그렇지만 20대의 경우에는 이런 것들이 있어서 정말 사소한 거 하나에 있어서도 크게 영향을 많이 받는 입장이다 보니, 좀 더 공정에 민감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김민석 : 저는 말씀해 주신 것과 달리 공정담론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진 않은데요 조국 사태가 일어난 2019년부터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많이 올라오게 되었는데, 사실은 옛날에 조국 사태가 일어났을 때 대학가에서 시위를 막 벌이고 그랬었거든요. 그러면서 공정에 대한 이야기가 되게 올라온 거라고 봐요. 서울 시내에 있는 4년제 대학 재학생 위주의 좀 담론이라고도 보고 있어요. 공정이라는게 뭐냐고 물어보면, 사실 누구도 답을 내릴 수 없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한국 사회의 아주 각박한 입시 체계를 우리 모두가 겪어 왔잖아요. 근데 이제 서울 시내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들은 어쨌든 그 체제에서 살아남아서 어떤 대학의 간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이제 취업을 하고 돈을 벌어 생계를 꾸려나가야 되는 입장이 돼죠. 얼어붙은 취업 시장 속에서 돈을 버는 게 어려워지고, 기업들은 벌어들이는 돈에서 직원들의 급여 비중을 줄이고, 그런 분배 문제가 계속 발생을 하면서 급여만으로 먹고 살기가 어렵고 어려울 수 있다라는 위기의식이 생긴 거에요. 그것 때문에 살기 각박하다고 느끼는 거죠. 대학 간판이라는 기득권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하니까 발생하는 문제의식 내지 위기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정이라는 그 문제의 해법을 물어보면 수시 대신 정시 확대를 해야 된다,  이런 식이잖아요. 되게 절차적인 공정을 따지는 식인데요. 실제로 정시가 공정한 체제일까요? 공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공정이 진짜 공정한가에 대해서는 되게 회의적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정시에서 통과를 해서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서울 강남 출신들이고 부모의 소득이 많을수록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그런 풍토가 정시 체제에서 지속되는 만큼 그런 공정이라는 체제가 저는 해법이라고 보지않고요. 본질적인 과제는 그런 불평등을 해소하는 거. 그러니까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체제 자체 학생들 개개인이 좀 적성이나 이런 것들을 찾고 그거에 맞는 직업을 택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런 분배에 대한 체계를 좀 더 정의롭게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박주현 : 2019년도부터 공정 담론이 일게 된 이유는 조국 사태나 인국공 사태라고 칭하는 그런 일련의 배경이 있었고 거기에 언론이 프레임을 씌운 데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권 주요 대학 학생들의 의견을 언론이 20대 전체의 여론인 것처럼 보도해서 화두가 된 면이 있구요. 우리 세대가 양극화가 심각하고 그러다 보니 파이가 줄어들면서 서로 가지고 있는 파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현상이 일어났어요. 이 현상을 보도하다 보니 20대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더욱 확신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세대가 90년대 후반부터 신자유주의 교육을 받아왔잖아요. 민석님도 불평등에 대해 말씀하셨던 것처럼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세우기가 지금 일어나고 있다 보니 치열하게 사회를 살아가지 않된다는 압박이 있고, 주변의 인식도 주요 대학, 4년제 메이저 대학을 나와야 된다고 하죠. 그리고는 대기업에 입사해야 된다라는 이런 풍토가 깔려 있기 때문에 현재의 공정 담론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 2019년 8월 28일,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에서 총학생회 주도의 조국 사퇴 요구 집회가 열렸습니다. 대학생의 목소리에 전혀 관심이 없던 수많은 언론들이 이날은 유독 앞다투어 취재를 왔습니다. 일부 기자들은 서울대 학생들의 분노가 청년 모두의 보편적인 의견인 것처럼 보도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사진:차종관)

 

최아현 : 저는 공정이라는 것에 대해 사실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공정을 생각하게 됐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가 서로를 만나는 바운더리가 얼마나 다양화되어 있는가?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20대들 중에서 대학 진학하시는 분들이 70% 정도라고 알고 있고 나머지 30%에 대한 이야기, 더 다양화된 사람들은 비춰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 지점을 언론이 비춰야 하고 내 근처에 정말 그런 사람이 있는가에 대해서도 좀 물어볼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 계신 분들도 거의 4년제 대학에 계시는 분들이고 특히 학생 사회에서 좀 더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일반적인 사람과는 거리가 멀 수가 있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이 바운더리 안에서 정말로 4년제 대학 인서울 대학에 나오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있고. 혹은 노동자 - 사실 우리가 말하는 모든 분들이 노동자이시긴 하지만 되게 다양한 삶들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위치인가. 우리가 그런 것들이 가능한 상태인가에 대해서 조금 묻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대학 사회를 그냥 취업을 위해 지나가는 수단처럼 여기고 있고, 그 안에서도 굉장히 서열화되어 있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고 오히려 서열화된 거에 익숙하다 보니 결국 공정이라는 거가 대두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좀 더 서로가 서로 만날 수 있는, 다양화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지 않았나요.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상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길성은 : 과거에는 언론이 개개인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역할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개개인이 언론사를 하나씩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서로 많이 말하고, 나누는 정보도 너무 많고, 그런 와중에 뭔가 같은 사람을 찾아가고 싶어 하는 게 저희 세대의 유행이 된 것 같아요. 정말 여담이지만 MBTI라던지 자꾸 그룹을 만들고 싶어 하잖아요. 젠더 갈등 같은 경우에도 남자와 여자를 이분법적으로 가른 거죠. 어디든 속하고 싶고, 나랑 같은 집단과 사람을 찾고 싶고, 이런 과정에서 계속 서로를 규정지어요. 정규직, 비정규직, 남자, 여자, 대학을 간 사람, 안 간 사람, 이런 식으로 계속 갈라지다 보니까. 그러면 누가 더 낫지. 비교가 너무 쉬워지잖아요. 이런 유행 때문에 공정이 화두가 된 부분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Q. 많은 이들, 특히 20대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감하시는지, 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최아현 : 사회라는 것이 완전하게 공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는 영역이 누구에게 정의되어진 공정의 영역이냐에 대해 묻고 싶어요. 그러니까 최근 20대로 과대 대표된 집단의 사람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시험과 관련된 부분이 대부분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그 외에 공정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히려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거든요. 왜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느냐고 묻기보다는 왜 20대는 시험에 대해서만 공정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느냐에 대해서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요.

전성현 : 제가 이 논의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그렇지만, 제 주변에는 이런 이야기 자체가 안 나와요. 대부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보여집니다. 아무래도 디자인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보니 - 어떻게 보면 편견일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예체능을 하는 친구들이 사회 의제나 철학적인 이야기에 크게 조금 관심이 없는 편이긴 해요. 그래서 저는 주변에서 딱히 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경험하거나 들어본 적이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따진다면 당연히 공정하지 않은 사회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서 또 공정한 사회라는 거는 또 없다고도 생각을 하고요. 그런 게 있다면 그건 유토피아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공정하다는 게 진짜 조국이나 아니면 정유라 사태처럼 입시. 학력에 관한 불공정 공정일 수도 있구요. 따지면은 아까 다른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정시 입시에서는 강남 쪽에 그런 분들의 말 그대로 고액 과외 그런 거에 기회 차이도 공정 불공정일 수도 있구요. 한창 떠오르는 남녀 문제일 수도 있구요. 모든 분야에서 불공정한 그런 것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볼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단은 공정하지 않다는 거에 많이 공감을 하고 특히 20대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에 더욱 공감해요. 특히 공정에 관한 것들이 이슈화 된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인국공, 정유라, 조국 이 세 가지가 대표적으로 불씨가 돼서 그런 20대들 사이에서 공정에 대한 어젠다가 많이 화두가 됐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이런 것들이 보면은 수혜자가 전부 다 우리 또래잖아요. 그래서 특히나 20대가 또 더 그런 거에 대해서 민감해 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20대이기 때문에 그런 거를 보면서 더 민감해하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길성은 : 아까 아현 님께서 20대는 시험에만 공정의 잣대를 들이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제 가슴을 울렸어요. 저도 그 말에 공감을 하구요. 주변에서 사실 공정하다는 거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때 말씀하셨던 것처럼 공정한 사회 및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이렇게 하는 친구들은 없어요. 전공 특성상 전공 수업 때는 있을지 몰라도요. 그런데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상사가 정말 꿀빨면서 일한다, 우리는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약간 공정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럴 때 보면은 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비교급이 있다고 보여져요. 그러니까 다른 세대와의 비교를 하는거죠. 특히 우리 윗세대, 586 세대와의 비교가 가장 많이 붙는다고 생각을 했어요. 우리 20대 안에서의 비교도 그렇지만 이제 다른 세대와의 비교까지 붙으니까 정말 끝도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정말 불행하다고 지속적으로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김민석 : 지금의 20대는 어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그거를 구조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풀어내기 시작한 첫 번째 세대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요. 한국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일 때의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니까요. 과거 세대들은 문제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을 조직해서 데모하고 국회의원도 찾아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어요. 근데 지금의 20대는 어떤 그런 공동체적인 문제가 일어났을 때 개인의 그런 다툼으로 치부하고, 사실 신자유주의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싸우는 방법 또는 그런 목소리를 내는 방법 등을 잃어버린 세대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불공정과 반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례가 있으셨나요? 여러분 개인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전성현 : 군 복무할 시절에 제 바로 밑에 이제 후임이 한 명 있었어요. 그 친구가 메니에르병이라고 해서 약간의 소리에도 굉장히 큰 자극으로 다가와서 이명이 들리고 두통이라든가 아니면 심하면 청력 손실까지도 오는 그런 병을 앓고 있던 친구였거든요. 이 친구가 원래 이 병을 조기에 발견했으면 사실 면제였어요. 신체검사 받고 할 때는 괜찮다가 군대 내의 환경, 군대 내에서는 사격도 하고 시끄러운 환경들이 많으니까, 병이 굉장히 악화가 됐어요. 그래서 치료를 받아야 되는데 이게 희귀병이라서 서울대병원에 유일한 이 병의 권위자 교수님을 항상 찾아 가야 했지요. 그런데 복무지가 강원도 삼척인데 강원도에서 어떻게 매번 치료를 받으러 가겠습니까. 그래서 의가사 제대 심의를 하자, 그리고 의가사가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니까 그 사이에라도 휴가를 써서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자고 했죠. 그런데 군은 행성상의 이유를 대며 보내주지 않았죠. 그래서 나중에는 입대를 하면 당연히 받는 정기 휴가 써가지고라도 갔다 오겠다 했더니 한 달에 휴가 제한 몇 명 TO 등을 들먹이며 보내주지 않았죠. 지정된 다음 달에 가라 이런 식으로 대응해서 결국 이 친구는 치료도 제때 못 받고 악화가 되었어요. 의가사 심의도 뭐 아시죠, 군대 특성상 돌리고 돌려서 계속 핑퐁 게임 하는거, 연대 의무대부터 사단 의무대 위로 차근차근 밟아야지 서류를 줄 수 있다 해서 서류를 밟아갔더니, 나중에는 다시 연대 의무대에서 서류를 받으라 하더라구요. 그것도 한 달 두 달씩 걸렸구요. 결국에는 그 친구는 복무기한을 반년 남기고 제대했어요. 사실상 만기제대랑 다름없죠. 뭐 아플 거 다 아프고 나간거니까요. 시급하고 실시간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혜택을 못 받았습니다. 20대 청년의 표상이라 생각해요. 빽도 없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도 아니죠. 병원을 가는 거 조차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저희 중대에 이름 있는 연예인이 있었어요. 실명을 공개하긴 좀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좀 이름도 이슈도 많이 됐던 연예인이었는데 이 분은 들어오자마자 밀어놨던 무릎 수술을 바로 하시더라고요. 춤추고 그러시면서 무릎에 고질병이 있었는데 이제 군대 들어온 김에 수술을 하고 나갔을 때는 활동을 제대로 하자 이런 생각으로 하셨는지 모르겠는데 무릎 수술을 이등병 때 받으시고는 거의 뭐 한 1년 정도를 그냥 목발 짚으신 채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었거든요. 근데 이 분은 사실상 수술이 끝났기 때문에 뭔가 상황이 악화된다거나 그런 거 없이 그냥 요양을 하는 수준이었어요. 사회에서 핫하고 소속사도 끼고 사회적 지위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분은 매일 매일 서울로 병원도 자주 가시고 그리고 의가사 심의도 제가 아까 말했던 후임보다 훨씬 늦게 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반년 이상 더 빨리 제대를 했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이거는 제도적인 불공정의 사례는 아니지만. 사회적 지위나 명성에 의한 혹은 사회적으로 얼마나 이 사람이 이슈가 되고 있고 주목을 받고 있느냐에 따라 불공정한 사례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원칙이면은 특히나 이런 문제는 더 원칙이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더 잘 지켜져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도대체 그 기준이란 게 뭔지도 저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해가 안 됐고 명확한 기준도 없었던 것 같거든요. 이 사람은 되고 이 사람은 못 나가는 거에 대한 그리고 이 사람은 심의를 받는데 1년이 걸리고 이 사람은 한 달 만에 통과하고 그런 거 없이 그냥 이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은 빨리 되고 듣게 되고 그런 걸 보면서 저는 불공정 공정의 사례라는 게 어디 강남 학군이라서, 혹은 누구의 딸이라서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진짜 보이지 않는 그런 사회적 지위나 명성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구나라는 거를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불공정의 사례를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최아현 : 모 은행에서 학력을 기준으로 채용에 불이익을 준 사건이 있었어요. 3-4개의 인서울 하위권 대학과 지방대학 출신 지원자가 피해를 입었는데, 알고보니 저희 학생도 불이익을 받았더라구요. 그 분은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은행에 합격을 못하신 거죠. 같은 학교 학생이다 보니까 확실히 불공정함이 더 와닿는,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이 안 되신 분들도 계셨던 걸로 기억해요. 불공정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되게 제도적이다라는 생각도 하게 돼요. 그러니까 불공평하다고 느꼈던 일에 대해서 말해보라라고 하면 뭔가 문화적으로 내가 무엇을 불공평하게 느꼈는가에 대해서 말할 것 같거든요. 내가 불공평하다든가 아니면 내 근처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불공평한 거를 겪었다든가 식으로 접근할 것 같은데. 불공정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니까 뭔가 제도적인 위치에서의 뭔가 제도 바깥이라고 느끼는 부분들에 대해서 불공정하다라고 말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불공정과 반칙. 둘 다 뭔가 규칙이 존재한다고. 세상에 어떤 규칙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언어인 것 같다는 생각을 좀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서 그러니까 반칙이란 거 자체가 규칙 바깥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뭔가 제도적으로 우리가 생각할 때 뭔가 이런 이런 이런 정규적인 라인이 있는데 그 라인이 아닌 곳으로 간 경우에는 모두 불공정이 모두 반칙이 되니까. 사실 인국공도 이거는 반칙이다라고 말하게 됐던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느꼈던 것들은 사실은 불공정하다 혹은 반칙이다라기보다는 불공평하다라고 말해야 되는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뭔가 불공정이라는 언어 자체가 세상의 어떤 하나의 규칙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언어 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사실 인국공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분노했던 이유는 내가 믿는 루트는 이거 하나인데 새로운 루트가 만들어진 거 자체가 불안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좀 그거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하게 돼 가지고 불공정과 반칙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불공정과 반칙, 둘 다 뭔가 세상에 어떤 규칙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언어같다는 생각을 해요. 반칙이란 거 자체가 규칙 바깥에 있는 것들을 말하는 거잖아요. 제도적으로 정규 라인이 있는데 그 라인이 아닌 곳으로 간 경우에는 모두 불공정이고 반칙이 되니까. 그래서 20대들이 인국공도 반칙이라고 말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이제는 불공정하다 혹은 반칙이다라기보다는 불공평을 논해야 되는 것 같아요.

길성은 : 제가 워낙 긍정충이어서 사실 불공정 하면 떠오르는 경험은 없어요. 저는 참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불공정을 겪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합니다. 아무튼 최근에 느낀 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존경하는 사람들 생각을 가끔 하잖아요. 저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좀 좋아하는 편인데요. 다, 제가 존경하는 사람들 멘토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다 남자인 거예요. 여자들은 어디 갔지... 내가 성별이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내가 원하는 성공을 한 사람들의 여자가 없는 거예요. 제가 뭔가 불공정에 대해서 평소에 생각 자체를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특히나 평소에 제일 하기 싫어하는 게 여자로서 불공정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거든요. 정신 승리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잘 안 하려고 해요. 뭔가 생각하면 끝도 없고, 성별을 바꿀 수도 없고, 그래서 제가 약간 여성으로서의 불합리는 조금 외면하면서 살려고 하는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제 4학년이니까 친구들이 대부분 취업 준비를 하는데 여자인 친구들 중에서 취업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여자로서 직업적인 한계는 우리 세대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어떤 경우가 있었냐면, 한 친구는 아버지가 건축 소장이세요. 본인도 건축학과를 나왔구요. 그래서 저는 그 친구가 졸업하고 쉽게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본인도 고등학교 때까지 그렇게 생각을 했구요. 그런데 대학교 4년을 다니면서 갑자기 공무원을 지망을 한다고 하더라고. 토목분과 공무원을... 그래서 왜 그러냐. 너 아버지 회사 물려받으면 되지라고 했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을 하셨대요. 아직 건축 판에는 여자들이 조금 하기가 힘든 게 있다. 네가 와서 아무리 내 딸이라 해도 좀 인정받기 힘든 게 있다. 자기가 보면서 성추행이라든가 그런 거를 보셨겠죠. 그래서 내가 봤을 때 아무리 물려받는다 해도 안 안 될 것 같다. 딸이라서 더더욱 그렇다라고 말씀을 하셨대요. 그래서 공무원을 지망한다 아니면 공기업을 가겠다라고 하면서 말을 한 게 공기업이나 공무원은 육아휴직도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성추행이나 그런 것도 사실 공직이다 보니까 좀 적잖아요. 그런 부분 때문에 그걸 골랐다 하는데 뭔가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뭔가 그런 내 회사를 가질 수 있는 그런 재력에도 불구하고 그냥 여자라서 그냥 뭐 육아휴직 그런 거 하나 때문에 거기를 가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사회에 나가서도 그렇게 되려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또 다른 친구는 사업가 기질이 있는 저랑 비슷한 친구인데요. 그런 친구가 교대를 들어가고 교사가 되겠다고 하더라구요. 왜 그러냐 고 했더니 그 친구도 똑같이 말을 하더라고요. 내가 아무리 뭐 도전하고 열정적이고 이런 성향이어도 그냥 여자로서 그런 불합리함을 받느니 그냥 안전하게 가겠다고. 그거는 뭐 피해의식일 수도 있고. 아직 가보지 않았으니까 그 친구들이 착각을 하는 걸 수도 있어요. 근데 뭔가 어쨌든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거. 그리고 그런 생각을 부모한테 제안을 많이 받았다는 점에서 아직 또 한계가 남아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박주현 : 저도 솔직히 공정이라는 거를 어떻게 정의해야 될지 느낌이 안 옵니다. 그래도 불공정하다라고 느꼈던 게 있는데요. 저의 친누나가 교대를 나와서 교직에 있는데, 저와 나이 터울이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냥 너는 교대에 가라, 그냥 교사해라, 가장 안정적이고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들어왔어요. 그렇게 자라날 때부터 교사를 꿈꿔왔고 정작 제가 스스로 하고 싶다고 느낀 직업은 무엇인가에 대해 알 길이 없었어요. 나중에는 교대를 못 가게 되는 상황이 왔는데, 그 때는 내가 하고 싶었던 건 교사였다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 아니었을까 떠올리게 되었죠. 지금 와서 보면 교사라는 직업이 제 성향이랑 맞지 않아서 지금은 기자를 지망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도 가정 형편이 여유롭지 않은 이유 때문도 있는 것 같아요. 또 지금은 코로나 시대잖아요. 케이자 양극화라는 단어가 나올 만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가 피부로 느꼈던 건, 기사를 쓰거나 업무를 하기엔 집은 환경이 좋지 않거든요. 5평짜리 원룸 안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갑갑하고 효율이 안 나니까 주로 카페를 가는 식으로 일을 해왔어요. 그러다 새벽까지 일을 하게 되면 24시간 카페에 가서 일을 하고 그랬는데, 지금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영업 시간 제한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거예요. 늦게까지 안정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을 환경이 안 되는 거죠. 만약 제가 체력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여유로웠으면 그냥 공유 오피스 같은 데에서 제 업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제 상황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언젠가 KBS에서 여론조사를 했고, 관련 다큐멘터리가 나왔었는데, 공부방이 있냐 없냐에 따라 그 사람의 그런 학력이 좀 나뉜다고 들었거든요. 가진 집이 커서 따로 공부방을 마련할 수 있는 가정이면은 당연히 집안 환경도 좋고 형편도 좋을 텐데 이런 게 양극화를 만들지 않나. 결국 이런 이유로 학력까지 낮아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나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들면서 지금 진짜 피부로 와닿는 것은 가난한 자에겐 업무 환경이 없다. 그게 제일 불공정하다 생각했습니다.

 

Q.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 반칙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불공정과 반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박주현 : 정치권에서 일을 해보면서 느꼈던 것은, 정치권이 가장 불공정하다는 것입니다. 과연 정치권에서 불공정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당 시스템이 너무 불공정해요. 대학생위원회와 선본 활동을 하며 느꼈던 게, 속된 말로 유능한 애는 다 뽑아먹고 버리는 시스템이에요. 높은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심해지고요. 인정을 받기에는 너무 어려운 구조라고 생각해요. 인맥이나 연줄이 있다면 위로 올라가기 더 쉬운 구조구요.

김민석 : 저는 선거 제도에 관련하여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서 이제 국회 의석을 갖지 못하는 그런 상태가 지금 수십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것, 거대 양당 둘이서 정권을 돌아가면서 잡는 것, 민의를 좀 청취하려고 노력을 하지않는 것이 문제에요. 정규직이랑 같은 일을 하면서도 더 낮은 임금을 받고 또 더 열악한 대우를 받는 비정규직 제도도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요. 한국 사회가 비정규직이라는 제도가 생겨난 지가 몇십년이 되지 않았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정규직이 완전히 기본이고 비정규직은 - 예를 들어 쇼핑몰 회사에서 웹사이트를 만드는 임시적인 일이 필요할 때 비정규직 고용을 하는 거잖아요. 근데 비정규직 특성상 되게 불안정적이고 단기적으로 일을 하는 거기 때문에 시급이나 이런 걸 보통 많이 준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정규직이랑 같은 일을 하면서도 더 낮은 임금을 받고 또 더 열악한 대우를 받는 그런 시스템이 존재하고 되게 불공정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홍익대학교에서는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있는 똑같은 휴게실이 있는데 한 휴게실은 정규직 분들이 쓰고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 분들이 써요. 그런데 비정규직 분들이 자기 휴게실 공간이 되게 좁고 열악하니까 선반이랑 선박이랑 난로나 이런 것들을 놔달라고 몇 년째 요구를 했는데 안 놔줬어요. 정규직 휴게실은 바로 놔줬죠. 이런 차별은 전국 모든 비정규직이 있는 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 않을까요.

박주현 : 민석님 말씀 듣고 기억이 떠올랐어요. 동아대학교에서는 노조 탈퇴 종용 사건이 있었어요. 그리고 근로기준법 상 휴식 시간은 노동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거를 이용해서 학교에서 편법으로 휴식 시간을 몇 시간을 더 주고 학교에 오래 남겨놓게 하는데 업무 시간도 길어진 경우도 있었죠. 이런 걸 보면서 불공정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한 번은 물류센터에서 일한 적이 있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업무 시간 한 시간에 쉬는 시간 10분을 줘야 된다고 들었거든요. 물류센터는 점심시간 40분 휴식 시간 한 3-4시쯤에 20분 이렇게 주거든요. 일을 하면서 이거는 뭔가 좀 잘못됐다 업무 가중이 많이 돼서 힘들었던 것도 있었고. 또 거기엔 에어컨이 없어요. 체감온도가 한 40도 정도 넘어가는 수준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다들 공정을 얘기하지만, 들어보면 서로 말하는 공정이 다릅니다. 대체 공정이란 무엇일까요?

길성은 : 다들 말하는 공정이 달라서 우리 사회가 말하는 공정이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자기 상황이, 자기 손톱 밑에 가시가 제일 아프니까, 서로 느끼는 불공정이 다 다르죠. 우리 세대가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 것에 검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진짜 공정하지 않은 게 맞는지, 내가 그냥 불편해서 공정하지 않다고 말을 하는 게 있는지, 공정에 대해서 더 고민을 해보고 말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 세대가 공정에 대해서 말하는 폭이 정말 좁아요. 아까 청소노동자 말씀하셨지만 학보사에서도 4년 내내 보도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저도 20대지만 같은 20대의 선택적인 공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많이 갖게 된 것 같아요. 정말 나보다 더 힘든 사람, 그래서 내가 더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우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내 자리만 생각하는 게 공정인가, 다른 사람이 공정하지 않은 건 뭔지 바라볼 수 있어야 사회에 공정이 이루어지는 건데 그런 시선과 태도가 전혀 없어요. 그런데 공정을 말하는 게 과연 정당할까요? 저는 그런 부분이 안타까웠어요.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제가 보육원에 출원을 하다 보니까 여기 있는 친구들은 정말 불공정을 겪고 있다고 봐요. 일단 부모가 없다 보니까 이 친구들은 진짜 대학 가는 게 기적인거에요. 근데 이 친구들의 안위에 대해서 아무도 관심이 없잖아요. 하다못해 버려지는 개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관심은 많은데 버려지는 사람에 대해서는 더 관심이 없는 걸 보니까 뭔가 회의감이 들었어요. 우리가 우리 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며 공정을 논하는 게 아닌가싶죠. 서로 말하는 공정이 다 다르다 보니 그만큼 합의도 힘들고 공정에 대한 정의도 힘들구요.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굉장히 더디고 힘들거라 생각해요.

최아현 : 서로가 서로가 생각하는 공정이 다 다르다 이런 얘기를 하셨잖아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정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모두 다 같은 선상에 있다고 믿어서 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가 다 같은 위치에 있는 있다고 편협하게 생각하다 보니 그 선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거 같아요. 선 밖의 사람들은 되게 불공정한 사람들이 되어버리죠.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서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 뭔가 다른 지표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일 자체가 없는 게 결국에는 서로 말하는 공정이 다른 원인이 아닌가 생각하게 돼요. 

박주현 : 성은님이랑 아현님이 말씀하셨던 거에 대해 저도 같은 생각이고 동감합니다. 그리고 지금 능력주의로 대표되는 공정담론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능력주의에 의해서 공정이 이루어져야 된다라고 하는 생각이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나 아니면은 주변인들의 경험으로만 봤을 때 얼토당토않아요. 이렇게 자라온 환경이나 그 성장 배경이나 가정 환경에 의해서 각자 그런 위치나 그런 게 다른데, 능력주의를 주창하는 진영에서는 할당제나 복지 제도를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어요. 근데 전 어느 정도 복지 수혜를 받고 자란 사람이거든요. 만약 이런 게 없었다면 내가 지금처럼 대학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저는 그들이 말하는 공정은 공정하지 않은 공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성현 : 냉정하게 자신과 맞닿은 문제만 본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난민 문제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당장 내 옆에 이슬람 사람들이 올 수도 있고, 아프간에서 일어난 여러 테러를 보면서 혹시 혹시 테러하는 사람 아니야라고 그런 식의 생각을 가지고 뭔가 나한테 뭔가 위해를 끼친다거나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더욱 냉감하게 반응을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거에 반대 사례로 아까 말했던 청소 노동자 사례도 - 냉정하게 말하면 그분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든지 간에 제 삶에 달라지는 거는 사실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 삶의 영향이 없는 것들은 안 보고 영향이 있는 것만 본다고 생각해요.

 

Q. 능력이 아닌 할당제(지역균형선발, 여성할당제 등 사회적 약자 배려제도)로 채용 및 임명되는 것은 불공정한가요?

전성현 : 할당제라는 게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조금 많아서 불공정하다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할당제들이 과연 충분한 협의나 그런 것들을 거쳐서 나온 할당제인가 그런 의구심이 들 때가 많거든요. 정작 필요한 부분의 할당제가 아니라 그냥 불균형이 오거나 불공평이 왔을 때 표면적으로 가장 너무나 쉽게 맞출 수 있는 게 할당제라고 생각을 해서 다들 그냥 할당제를 남발하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합니다. 뭔가 충분한 합의나 그런 것들이 이루어진 뒤에 적재적소에 쓰이는 할당제는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지만 지금 나오는 것들은 뭔가 그런 것들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을 하고 오히려 충분하지 못한 채로 나왔기 때문에 더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죠. 할당제가 정작 힘을 써야 될 때 쓰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에 있다고 생각을 해요. 

김민석 : 공무원 채용할 때도 할당제를 통해 수혜 받는 쪽은 남성이 더 많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케이스를 생각하면서 사회적인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할당제가 되게 무책임한 제도라고도 생각을 해요. 채용에서 성적인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않고 그냥 간편하게 만들어진 거니까요.

 

Q 공정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그렇다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합의되어야 할까요?

전성현 : 공정담론이 미시적인 이슈에만 국한되어서 논의될 게 아니라 근본적인 거를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서 우리가 어떤 사태가 다가오더라도 어떤 것이 조금 더 최선의 선택인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그런 기준이 먼저 세워져야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합의조차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뭐가 공정한지도 다들 말해보라고 하면 잘 몰라요. 어떤 문제인가에 따라서도 공정의 기준이 너무 바뀌고요. 어떤 거는 굉장히 분노하고, 어떤 거는 분노하지 않는 상황은 더 근본적인 담론에 대한 기준과 합의가 없기 때문에, 자기 상황에 맞춰 개인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아현 : 갑질 같은 경우에는 개인이라는 가해자, 뚜렷한 존재가 있잖아요. 반면에 되게 난민,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사회구조라는 뚜렷하지 않은 가해자가 있어서 사람들이 오히려 그것에 대해서는 남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거 같아요. 구조적인 문제에 분노보다는 냉담을 보내는거죠. 아까 이야기했던 할당제에 대해서도 능력주의적으로 이야기를 했을 때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에 여성분들이 가지고 있는 뭔가 스펙이라든가 능력이 남성분들에 비해서 더 떨어진다고 했을 때, 여성분들이 붙는다면 이건 사실 불공정한 게 아니냐고 의견을 낼 수는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그런 의견을 가진 분께 묻고 싶은 건, 이 과정에서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고려가 있었냐는 거에요. 특히 국회의원만 봐도 여성 비율이 굉장히 적고 기업의 여성 임원 같은 경우에도 남성 비율이 조금 더 많죠. 물론 신입은 여성 비율이 더 많은 추세지만요. 아무튼 임원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훨씬 더 적어지는 상황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할당제를 통한 최소한의 가이드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요. 불공정할 수 있지만, 그럼 그것이 나쁜 것인가에 대해서도 질문을 드리고 싶었어요. 불공정한 게 꼭 불평등한가요? 혹자는 이에 대해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애초에 이거 자체가 합의할 수 있는 것일까요? 각자 자기만의 공정이 있고 자기만의 정의가 있는데 이게 합의를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해요. 만약에 합의한다고 해서 그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보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들. 그리고 여론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늘 옳았냐고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던 케이스도 존재하잖아요. 다수의 의견, 여론이라고 합의가 옳게 이루어질까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하게 되어요.

김민석 : 공정성에 대한 합의를 하기 위해 나라에서 국회라는 공론장을 거쳐 법률을 만들잖아요. 공정성에 대한 합의는 시시각각 이루어지고 있고, 충분한 숙의를 거쳐서 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그런 규칙을 만드는 움직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정치라고 정치적인 과정에 하는 게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되게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대응을 생각을 한다고 말씀을 드렸었죠. 이제는 20대도 개인주의, 탈정치의 한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하는 것, 적극적으로 제도적인 틀을 새로 짜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Q. 우리 사회가 불공정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생각되시는 게 있나요?

길성은 : 공정에 대해서도 정의를 내릴 수 없으니까. 원인이 뭐다라고 딱 할 수 없지만... 첫 번째는 경험부족이라고 생각해요. 뭐가 공정하고 불공정한지를 느껴본 적 있어 없으니까 다들 모르는 것 같아요.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이라던가. 그렇죠. 뭔가 여자가 군대를 갔다 온 적이 없으니까. 그 안에서 일어났던 불공정을 모르는 것처럼요. 학교도 장애인 반이 따로 있는 곳이 있고 비장애인 반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학교들이 있잖아요. 저는 같이 수업을 듣는 학교를 나왔는데 반에 한 명씩 장애인 친구가 꼭 있었어요. 일부러 그렇게 배치가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사회에 나오더라도 장애인을 신기하게 쳐다본다든가 아니면 그 사람들이 이상해 보인다던가 그런 게 없었어요. 장애인을 혐오하고 이러는 사람은 요새 솔직히 없잖아요. 근데 그렇지 않은, 장애인 친구를 경험하지 않은 친구는 진짜 모르더라구요. 막 쳐다본다던가. 진짜 순수한 마음으로 몰라서 신기해서 한번 그냥 보는 거예요. 그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조차 못하고요. 그래서 경험이 많이 중요하구나 생각했죠. 우리 학교가 그랬던 것처럼 교육의 장이라든가. 언론이라든가. 그런 곳에서 더 불공정, 불공평한 위치에 있는 계층의 삶 내지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조금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에 하나 부끄러웠던 일이 있었는데, 저는 아파트에 살거든요. 그리고 같이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다 아파트에 살았었어요. 근데 다른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 아파트에 사니까' 이런 발언을 한 거에요. 근데 그 친구가 '나는 빌라 사는데' 라고 하더라구요. 그 때 큰 충격을 받았죠. 정말 몰라가지고 상처를 줄 수도 있구나, 혐오가 뭔가 거창한 게 아니라 몰라서 그렇게 무지에 저지르는 게 다 혐오가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관점과 상황만 인지했을 때 혐오와 차별, 불공정이 생겨요. 

두 번째는 뒷담화에요. 최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론 형성이 많이 되잖아요. 그리고 사적인 자리에서 뒷담 형식으로도 담론이 형성되구요. 근데 친구들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이런 주제에 대해 앞에서는 얘기를 절대 하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공정에 대한 논의도 커뮤니티에서 고발글이 올라온다던지 아니면 사적인 대화에서 뒷담을 나누는 데서만 그쳐요.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어요. 문제 해결을 이루지 못하거나 문제의 본질 자체도 왜곡하게 돼죠. 

 

Q. 시험을 통해 줄을 세우고 성적을 통해 차별하는 것은 공정한 절차와 결과일까요?

전성현 :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나마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시가 과연 공정한가라고 했을 때 저는 개인적으로는 정시보다 오히려 공정하지 못한 불공정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악용이 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요. 기득권층의 자녀들이 능력이 없음에도 그럴 만한 대학에 가거나 그럴 만한 성취를 할 수 없는 능력 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멋진 스펙을 쌓고 커리어를 쌓는 것도 성적 이런 걸로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가능성을 본다든가 경험을 본다든가 그런 평가할 수 없는 지표 그런 것들을 통해서 본다는 그런 과정이나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그걸 악용해서 조금 그런 사례들을 만들었다고 보거든요. 저는 능력대로 기회를 주자는 게 정말 좋은 말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그게 100% 순기능을 하면서 작동되기라는 거는 개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거기에 관한 인프라나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적인 부분도 미비하다고 생각을 해서, 지금 상황에서는 성적이 그래도 가장 공정하지 않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재용도 수능을 쳐서 재수를 해서 서울대를 갔는데요. 성적으로 보는 게 지금 현 상황 한국의 상황에서는 가장 공정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고 생각을 해요. 교육적인 기회나 소득에 따른 불공정도 있겠지요

 

Q. 능력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정의 발판인가요, 불평등과 계층 간 간극을 정당화하는 수단인가요?

김민석 : 능력주의가 진짜 능력주의가 맞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시험 지상주의가 아닌가요. 이준석 대표가 공직 후보자들을 뽑을 때 시험을 봐서 하겠다고 했잖아요. 시험이랑 공직을 훌륭하게 수행을 하는 것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능이라는 제도의 설계자를 인터뷰한 기사가 있었어요. 수능은 대학에서 학문을 배울 능력이 있는지를 보는건데 원래는 언어와 수리 능력만 있었대요. 언어 능력은 교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 수리 영역은 논리적인 사고 판단이 가능한가를 보는 시험이었고 일정 수준만 되면은 통과가 되는 시험으로 설계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수능은 그 취지와는 정반대로 작동하죠. 수능 고득점을 한 사람이 대학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지 않거든요. 능력주의가 불공정의 해답은 아닐 것이다 생각합니다.

길성은 : 능력주의가 능력주의가 맞나라는 생각을 저도 했던 것 같아요. 시험만능주의. 수능만능주의가 아닐까요. 능력이라는 건 사실 규정하기 나름이고 다양한 능력이 있는 건데, 각자의 능력을 존중하지 않고 수능만이 공정하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아요. 공기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분들도 능력을 인정받아서 들어온 건데 전혀 인정받지 못했잖아요. 대학을 안 나왔다고, 공채를 통과하지 않았다고요.

박주현 : 정시만 하게 되면 소득 수준이 높은 그런 자녀들 위주로 상위권 대학을 독점할 것 같거든요. 성현님이 말씀하셨듯 수시도 아직 문제점이 있습니다. 학생부 종합 같은 경우에도 여러 그런 권력층 엘리트층에서 그런 부정을 저질러 왔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요. 하지만 취지는 옳다고 생각하고, 정책적으로 보완해 나간다면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지방, 저학력, 저소득, 장애 등 소수자 청년들에게 공정 담론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요?

박주현 : 저는 23년을 꾸준히 지방에서 살아온 사람이에요. 사는 내내 우리 사회가 너무 서울 중심적인 사고로 나아가고 있지 않나라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5살 때까지는 대구 옆에 조그마한 영천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랐어요. 10만명밖에 안되는 인구에, 생활권이 대구랑 같은 도시죠. 얼마 전에 거길 갔다 올 일이 있었는데. 여기에 내가 평생을 살았으면은 지금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경험, 문화적인 이득이나 사회적 이득을 얻을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돼요. 계속 영천에 살았다면 제 삶이 아예 달라졌을 것 같아요. 정치권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서울 중심적 사고를 하고, 공정 담론도 서울권 안에서만 이루어져요. 서울에 우리나라 최대 인구가 살지만 그 절반도 지방에서 살거든요. 근데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절대로 담기지 않는다라고 생각해요. 가덕도 공항에 대해서도 메메이저 언론에서는 심각한 비판을 했어요. 그런데 부산 언론에서는 가덕도에 대해 전혀 다르게 봤거든요 가덕도 공항이 옳냐 아니면 틀렸느냐에 대해 말씀을 드린 게 아니구요. 서울권 언론사들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틀렸다라고 말하는 게 정작 당사자인 부산 시민들은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지 못한다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게 불공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민석 : 공정담론은 이미 소수자 청년들에게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강원도의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는 청년분한테 연락이 온 적이 있어요. 세계에서 손꼽히는 시멘트 회사라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저랑 나이가 비슷한 청년들이 일을 하는데 정수기를 안 놔준다는 거예요. 그리고 일을 하다가 칼날 같은 게 튀어가지고 눈에 찔렸대요. 일하시는 분의 상급자가 관리자한테 들키면 안 된다라고 하면서 마스크 같은 걸로 대충 찔린 부위를 가리고 창고 같은 데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창고에서 몇 시간 동안을 피를 철철 흘리면서 있다가 구급차 부른 것도 아니고 트럭으로 실어서 내려줬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사람이 특이한 게 아니에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돈을 벌겠다고 공장에 다니는 것 뿐인데 그런 대우를 받고 있는 거예요. 정말 7-80년대에 일어나는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이죠. 이 이야기들을 담아 열심히 보도자료 내고 취재 요청을 했었어오. 그리고 본사 앞에서 1인시위도 한 1년 동안 했어요. 그런데 한 번도 기사에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런 공정담론이라는 얘기, 조국 사태에 분노하는 청년들이 서울대에서 집회를 했다, 이런 거에는 공정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수십만 개의 기사들이 쏟아지는데, 그 기사 조금만 덜 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사람들이 지방에서 대학 대신 노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정말 한 줄기 빛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현재의 공정담론은 지면 낭비, 전파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최아현 : 소수자 청년들에게 공정 담론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냐고 생각해보면, 사실 의외로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다고 느껴요. 이미 공정 담론은 우리 안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게 공정-불공정 담론이라는 이름으로 이제 드러난 것일 뿐 원래부터 나의 생각으로 내재화되어 있는 상황이라는거죠. 이미 영향을 미쳤으면 미친거 같구요. 이젠 우리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다른 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기능을 하는 거 같아요. 우리가 좀 더 평등하고 다양성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상상력을 차단하고, 뭔가 우리가 이미 해왔던 규칙대로 그대로 그 길을 가기를 바라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또한 소수자 청년들은 현재의 공정 담론을 우리의 이야기라고 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해요. 왜냐면 이 공정이라는 레이스 안에서 우린 애초부터 탈락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게 나의 담론이 될 수가 없는거죠.

전성현 : 성은 님이 고등학교 때 장애인 친구들이 각 반에 일반 반에 한 명씩 했었다고 생각을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저희 학교도 그랬었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은 그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그 학생들을 일반인 학생들과 평등하게 대해주자라는 차원에서 진행된 거였을 거예요. 일반 반에 한 명씩 할당을 하는 게 근데 저는 실질적으로 그 반에 이제 1년 동안 친구들과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게 뭐냐면 이게 또 다른 불공정 불합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거였거든요. 왜냐하면 그 친구들은 현실적으로 사실 일반 수업을 따라하기 힘들어요. 일반인들이 받는 교육을 그런데 강제 적으로 그렇게 할당을 하듯이 한 명을 채워놓으로써 그 친구는 당연히 일반 학생들이 아무도 안 놀아주죠 당연히 따돌림을 당하고 일반 교육도 못 돌아가는 채로 사실상 교육권을 침해받고 있는 거였거든요 그분들의 불편함 해소해 줄 수 있는 적절한 교육권을 충분한 제도를 보장받아야 됨에도 근데 이게 어떻게 보면 선의로 시작된 거잖아요. 결과가 그럴지라도 그래. 저는 이게 진짜 불공정 타파를 하려면 조금 더 다가 각도에서 바라봐야 되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나눠봐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한 걸음 떨어져서 그래서 저는 이런 불공정 타파를 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합의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Q. 어떻게 공정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가 불공정과 반칙 해소를 위해 어떤 태도와 움직임을 보여야 하겠습니까?

김민석 : 불평등 해소와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요즘 제가 하는 생각은, 아무래도 혁명을 해야 된다는 겁니다. 이젠 상상력을 좀 키워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수시 정시 논쟁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수능을 폐지하고 대학을 평준화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과 논의를 해보자는 거죠. 비정규직이 겪는 불평등, 그리고 공채라는 제도가 정말 공정한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어요. 

박주현 : 다양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민성 님께서도 말씀하셨는데 아까 전에 정치권에 지금 의회 진출 정당이 다 양당의 준하죠. 두 군데밖에 없는데 이런 것들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이런 제도나 정책이나 의사 결정 과정에 있어서 여러 다각도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나. 장치가 필요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길성은 :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장 형성이 필요하며, 자기 입장 말고 반대편에 있는 입장을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뒷담하지 않고 문화적으로 앞에서 말할 수 있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어요. 

전성현 : 저는 개개인의 사람들이 좀 판단을 먼저 해놓고 뭘 이야기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보면은 페미니즘 그러니까 젠더 나 아니면 비정규직 정규직 이슈라든지 뭐든지 간에. 사람들이 과연 어떤 방향이 진짜 사회가 더 진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일까로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내 입장에 있어서 이득이 되는 건 무엇일까를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서 나만의 공정을 만든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런 판단을 먼저 해놓지 말고 그냥 좀 열린 상태에서 이야기와 사고를 많이 해보고 진짜 우리 사회가 진보한데 도움이 되는 건 뭔가 그제서야 그때 좀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요새 사람들은 선후 관계가 좀 바뀌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많이 해가지고요. 그래야지 진짜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지 진짜 진짜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최아현 : 저도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근데 그 다양성이라는 게 무엇이냐면 그냥 되게 그냥 다양한 길이라고. 다양한 루트라고 그냥 말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사실 저는 대학 입시라고 했을 때도 대학 입시 딱 정시 수시 이런 게 아니더라도 그냥 뭔가 되게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뭐 수시에서도 되게 종류가 많아 이 우리에겐 더 많은 종류가 필요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루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꼭 대학이 아니더라도 취업이라던가 아니 뭐 대학도 안 가고 취업도 안 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럼 그 사람들을 위한 어떤 루트가 또 필요하고 그 루트가 좀 가시화가 되어야 된다. 그래서 그 루트를 선택하는 게 되게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 다양한 루트가 필요하고 그 루트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뭔가 그래도 되게 익숙한 것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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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관 기자

'나 그런 곳을 꿈꾸네' 제 미션은 시민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세상을 작은 희망들이 살아있는 곳,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 곳, 제가 사랑할 수 있고 살아가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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