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뉴스레터. 우리는 이곳에서 누구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까?
뉴미디어의 확산과 코로나 19의 영향까지 더해져 바야흐로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도래했다. 크리에이터는 단순히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개인 업로더를 넘어서 다양한 뉴미디어 환경에서 개인 창작 활동을 하는 ‘창작자’이다.
그중 20대는 뉴미디어 시장 내 주요 소비자이자 콘텐츠 제공자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 의하면 MZ세대 88.4%가 코로나 19로 인해 이용 빈도가 높아진 콘텐츠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중 ‘1인 크리에이터·유튜버·BJ 영상(57.2%)’이 가장 높았다. 1인 미디어 시장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진입 비용 없이 순발력 있게 뛰어들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최근에는 많은 대학생이 자신을 특정 분야에서 차별화하고 가치를 높이는 ‘퍼스널 브랜딩’의 도구로써 콘텐츠를 제작한다. 채널과 콘텐츠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이를 향후 진로와 관련된 일종의 포트폴리오로 삼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이다.
외대알리는 자신만의 가치로 콘텐츠를 창작하고 있는 대학생 크리에이터들을 만나봤다.
*임파워링: 사전적 뜻은 ‘권한을 부여하다’로, 인간이 본래 갖고 있는 내면의 힘 또는 자신을 스스로 성장 시켜 나가는 강력한 힘을 끌어내는 의도적 과정을 뜻한다. 인터뷰이는 특정 의제에 공감하고 있지만, 변화를 비관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행동을 촉발하는 의도적 과정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Q. 해당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유니스: 음악학을 전공하면서 배우는 지식을 단순히 학교 과제로만 남겨두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은 있는데 어디에서부터 입문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잡지나 책에는 목차부터 모르는 단어들만 나오고요. 또 클래식계가 기록한 역사에는 많은 여성이 지워져 있어요. 여성 음악가의 작품을 발굴하여 소개하고자 했던 것도 저희가 이 콘텐츠를 만들게 된 계기에요.
시은: 저는 소수자 이슈에 관심이 많았어요. 채널을 운영하던 친구가 같이하자고 제안을 했고, 이를 주제로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콘텐츠를 제작해보고 싶어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정묵: 수연이와 저 둘 다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어서 언젠가 같이 새로운 걸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마침 요리라는 관심사가 겹쳤고,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요리를 해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밀키트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평소에 뉴스레터라는 플랫폼을 이용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2~3년 사이에 많이 뜨고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고, 이 기회에 사용해보자 했죠.
Q. 콘텐츠 제작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유니스: 가장 중요한 건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발행하는가’인 것 같아요. 그래서 구독자와 한 약속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제때 지키려고 해요. 좋은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 역시 구독자가 우리 플랫폼을 찾은 가장 핵심 이유이니까 일종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겠죠.
시은: 담롱은 대중적인 내용을 다루는 채널이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시청하고 공감하며 깊은 생각을 유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죠. 그리고 콘텐츠 면에서 기존 미디어들이 다룬 내용이 있다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해요. 얼마 전에 방송작가 노동조합 지부장님을 만나 영상을 제작했어요. 이와 관련해서 당시 중앙지에서도 많은 보도가 나왔고 방송작가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라는 점에만 초점이 맞춰졌어요. 담롱에서는 ‘여성, 비정규직, 방송작가’의 연결고리를 부각했고, 작가들의 개인적인 서사에 집중했어요. 이렇게 기존 미디어와는 다른 시각으로 영상을 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묵: 뉴스레터는 성과지표를 발송된 메일을 열었는지, 이메일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했는지로 판단해요. 그래서 유튜브 섬네일(미리보기 사진)이 중요하듯이 매력적인 제목과 이를 위한 매력적인 밀키트, 궁금해할 만한 음식을 선정하려고 노력해요. 더불어 제품만 리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제품에 어떤 재료를 추가해서 더 맛있게 만들지’, ‘제품에 얽힌 이야기’, ‘재료에 대한 설명’ 등 하나의 밀키트로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뽑아내는지도 중요하죠.
수연: 똠얌꿍, 밀푀유 나베 등 평소에 혼자 해 먹기 힘든 음식들, 다양한 이국적 메뉴들을 선정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 다른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본인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차별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니스: 콘텐츠를 발행하는 제작자가 20대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아직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이라는 점인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석박사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계시거든요. 전문성을 보여주고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기보다는, 구독자가 흥미로워할 만한 포인트, 그리고 공감할 만한 것들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자 하죠. 기존 클래식 콘텐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클래식을 전달한다는 점도 저희의 차별점이 될 것 같아요.
시은: 중앙지에서 다루는 소수자 담론보다는 더 작은 규모의 이슈들을 다루고 있어요. 활동가 개인의 행보에 집중하는 이슈를 다루고 있죠. 인물 중심 인터뷰가 많다 보니 활동가의 개인적 생각에서 비롯되는 담론도 있어요.
수연: 다른 채널들을 보면 인스타그램을 먹스타그램처럼 운영하는 채널이 많아요. 이미지를 가공하기보다는 음식을 정갈하게 잘 찍은 사진들이 많죠. 저희는 콘텐츠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서 모든 사진을 편집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정묵: 밀키트 리뷰로 뉴스레터 형식을 사용하는 게 저희밖에 없는 것 같아요. 리뷰는 누구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희만의 ‘방구석 셰프 빙의’와 ‘마지막 한마디’를 항상 덧붙여요. 예를 들어 간장비빔국수를 리뷰하면 소면을 잘 끓이는 방법, 크림스피나치 치킨이면, 플레이팅을 예쁘게 하는 방법 등 부가적인 콘텐츠를 첨부하고 있죠.
Q. 본인이 제작한 콘텐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또는 콘텐츠를 제작 운영하면서 기억에 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니스: 모든 뉴스레터에 정성을 들였기 때문에, 하나를 꼽기 굉장히 어려운데요. 2월 25일, 크리스마스 뉴스레터를 발송할 때가 떠오르네요.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발레 영상을 소개할 예정이었는데요. 크리스마스 당일에 구독자들에게 발송한 뉴스레터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이 된 적이 있어요. 뉴스레터에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유튜브에 있는 영상 링크를 걸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영상을 오린 발레 시어터가 크리스마스 당일에 갑작스레 영상을 비공개로 돌려버린 거죠.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이 아찔한 상황을 겪고 빠르게 링크를 수정해서 뉴스레터를 재전송해야 했습니다. 팀원들이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사람들이라 디자인도 크리스마스에 맞추고 뉴스레터를 보낼 생각에 다들 들떠있던 와중에 겪은 터라,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눈앞이 하얘지네요.
시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에 맞춰서 트랜스젠더의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영상을 제작했어요. 저도 소수자 이슈에 관심이 많지만 트랜스젠더 문제는 잘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팀원들과 세미나도 하면서 상식이나 주의해야 할 점을 같이 공들여서 라인을 짰던 경험이 기억에 남아요. 해당 영상에 장혜원 의원님께서 댓글을 달아주셔서 신기했어요.
정묵: 시작할 때 장난스럽게 ‘우리의 목표는 협찬을 받는 거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중간에 협찬은 아니지만, 체험단에 선정돼서 그 업체의 감바스를 리뷰했어요. 어떤 업체는 저희가 한 리뷰를 리그램* 해주신 적도 있어요. 업체 입장에서 우리 콘텐츠가 유용하다고 느낀 것 같아 기뻤어요.
수연: 뉴스레터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는 스티비란 플랫폼이 있어요. 거기서 크리에이터 중 몇 명을 뽑아 서비스 이용료를 지원해주고 크리에이터 트랙이라는 주요 고객 사례에 올려주는데, 거기에 선정이 됐어요. 배달의 민족 같은 채널과 같이 올라가 있는 게 신기했고, 스티비에서 저희를 성장 가능성 있는 크리에이터로 봐주신 것 같아 기뻤죠.
*리그램: 누군가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내 피드에 공유하는 행위
Q.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콘텐츠 수익 구조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유니스: 뉴스레터도 무료배포를 하고 있고,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도 저작권 때문에 수익 창출이 불가능해요. 직접적인 수익은 없지만, GLIT을 운영하면서 얻게 된 기회들이 많아요. 그리고 그 기회들이 이후 수입원이 될 예정이고요. 광고를 중심으로 하는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있고, 기획 중인 커뮤니티 사업 역시 새로운 수익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시은: 채널을 처음 설립한 친구들은 창업을 목적으로 채널을 열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생각만큼 규모를 확장하기 어렵고 수익이 나더라도 상당히 적은 편이죠. 오히려 장비, 스튜디오 대관, 유료 BGM 활용 때문에 회비를 걷어서 진행해요. 영상 외주가 가끔 들어와서 그 부분에 수익이 조금 있어요.
정묵: 오히려 돈을 쓰는 완벽한 내돈내산 콘텐츠에요. 특별한 수익 창출 계획은 없고 채널이 성장해서 가끔 협찬이 들어오면 좋지 않을까…(웃음)
Q. 대학생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면서 어려움을 느낀 부분이 있나요?
유니스: 아무래도 시간 배분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많은 수업을 비대면으로 하고 있지만, 산더미 같은 과제 틈에서 계속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하는 고충이 상당합니다. 시험 기간에 정말 눈을 억지로 잡아서 뜨고 회의를 했던 기억이 나요. 디자인이나 개발 전문가 없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서 초반에는 툴을 익히는 것이 어려웠어요. 포토샵, 일러스트, 파이널 컷 등 모두 혼자 힘으로 배워야 했죠.
시은: 총체적인 어려움이 있죠. 학교 수업, 취업 준비, 대외활동 같은 것들을 병행하다 보니 시간 분배가 정말 어려워요. 영상매체는 품도 많이 들어서 적은 인력으로 꾸준하게 영상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요. 촬영 장비도 비싸서 학교에서 매번 대여하는 상황이에요. 또 장비의 기종이 가지각색이라 편집할 때 색감을 맞추기도 어렵고요.
수연: 초반에는 열심히 뉴스레터를 만들어도 그걸 주목해주는 사람들이 지인들 말고는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돈을 써서 인스타그램에 광고를 낸 적도 있어요. 너무 초기라서 그걸 통해 들어오는 유입도 없더라고요. 개인, 학생 크리에이터는 구독자를 유입시킬 루트가 많이 없다 보니 초반 바이럴*이 힘든 것 같아요.
*바이럴: 이메일이나 SNS 등 다양한 통신매체를 통해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널리 퍼뜨릴 수 있도록 제작하고 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홍보하는 마케팅 기법
Q. 대학생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면서 장점이 있나요?
유니스: 전공생으로서 배우는 내용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선생님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과제를 하고 그 내용을 까먹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대중들에게 선보여야 하니 더 완벽하게 이해를 할 수 있었죠. 입시 기간에 알던 정보보다 GLIT을 운영하면서 배운 것이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에요. 또 학교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할 수 있었어요.
수연: 채널 소개에 ‘대학생들이 직접 리뷰하는’이라는 말을 넣으면서 ‘트렌디하고 재미있는 리뷰다’라는 의미를 담아요. 대학생인 우리가 하는 말이 조금 더 젊고 창의적으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저희 과에는 개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친구들끼리 모이면 콘텐츠를 분석적으로 평가를 많이 해줘서 전공생의 시각으로 조언을 많이 구했죠. 그리고 서로 콘텐츠 만들고 채널 부흥시키는 게 힘든 걸 알아서 누가 “제가 이번에 뭘 하나 만들었습니다!” 하면 다들 가서 응원의 팔로우를 하나씩 눌러줘요. (웃음)
Q. 본인이 제작하는 콘텐츠와 앞으로의 진로가 관련이 있나요?
유니스: 이 프로젝트가 곧 저의 진로라고 할 수 있어요. GLIT을 조금 더 성장시켜서 나중에는 팀원도 많이 고용하고, 사업을 확장해나갈 예정입니다. 만약에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GLIT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요.
시은: 저는 취재직을 준비하고 있어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어요. 실제로 인턴이나 공채를 지원할 때 포트폴리오로 작성하여 제출한 경험도 많아요. 근데 미디어 쪽이 아니더라도 여러 담론을 접하는 기회 자체가 도움이 돼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소통한다는 기본적인 목적도 있지만, 자기계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수연: 진로를 광고기획자나 마케터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들을 관통하는 게 기획이라는 사고 과정인 것 같아요. 채널을 만들고 브랜딩을 하면서 기획의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어요. 학생 입장에서 실무적 경험을 접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콘텐츠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희의 손을 안 거쳐 간 부분이 없어서 그만큼 큰 노력, 애정과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정묵: 진로가 뚜렷하진 않지만,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할 것 같아 여러 분야를 맛보고 있어요. 뉴스레터라는 플랫폼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도움 됐죠. 그리고 미쉬울랭을 통해 그동안 관심 갖지 않았던 새로운 산업인 식품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Q. 본인 채널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유니스: 모두가 불편하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 역시 재치 있지만 무해한 콘텐츠 제작이고요. 자극적이지 않고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기획하고 있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사업 역시 참여자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문화예술 모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시은: ‘변화하는 우리를 만드는 것’ 이에요. 영상에 등장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에서 나를 보거나 혹은 공감을 하거나 이 의제에 연대하는 사람이 최대한 많이 생기게 하는 것이 지향점입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쉽게 뛰어들지 못하거나 비관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께 임파워링될 수 있는 글이나 영상을 만드는 것이 좋은 콘텐츠인 것 같습니다.
수연: 채널은 다양하고 지향하는 목적은 다 다를 수 있지만, 뭐가 됐든 보는 사람에게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쉬울랭을 보시는 분들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남거나, 재미있는 리뷰를 보고 웃음 지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대체가 안 되는 미쉬울랭만의 개성이 강한 콘텐츠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Q.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유니스: 저는 사실 준비라기보다는 자기만의 철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만 그 철학이 올바른 철학이어야겠죠. 그리고 오랫동안 머릿속에 간직해왔던 나의 콘텐츠가 있다면 지금 당장 공개하셔도 좋습니다. 구체적 결과물들은 생각했던 바와 다르게 계속 바뀌거든요. 저도 몇 년간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GLIT의 모델이 있는데, 지금 콘텐츠를 운영하다 보니 철학 빼고는 거의 다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시은: 저는 담롱을 시작하면서 프리미어나 카메라 장비를 처음 제대로 다루기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1년 만에 실력이 꽤 성장했어요. 기술적인 조건들 때문에 도전하는 것을 망설이실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가치관과 왜 하고자 하는지가 뚜렷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시기를 바랍니다.
정묵: 시작할 때는 쉽지 않게, 시작한 후에는 좀 더 가볍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얼마만큼 시간을 쓸 수 있는지 준비를 많이 해야 해요. 그래야 안 질려요.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는 게 단순히 관심 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이드 프로젝트잖아요. 내 삶과 함께 잘 이어나갈 방식을 찾아서 도전하면 좋겠어요.
수연: ‘나는 어떤 사람이에요’를 표현하는 방식 중에 내가 애정을 갖고 만드는 콘텐츠가 있으면 큰 수식어구가 돼요. “저는 밀키트에 관심이 있고, 요리를 좋아해서, 이런 걸로 뉴스레터도 만들고 있어요”라고 설명하는 게 하나의 큰 정체성이 됐어요. 본인을 소개할 때 앞서 내세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걸 콘텐츠로 만들어서 셀프 브랜딩을 해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나도 유튜버나 할까?
많은 청년이 콘텐츠 제작, 미디어를 통한 퍼스널 브랜딩에 뛰어들면서 크리에이터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역할이 되었다. 진입 장벽 없이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뉴미디어 시장은 수많은 청년에게 기회가 된다.
하지만 누구나 성공한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너도나도 콘텐츠 시장에 뛰어드는 현실 속에는 허수 또한 많다. 시장의 진입 장벽이 없다고 해서 콘텐츠의 철학 또한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자신만의 개성 강한 콘텐츠를 이끌고 있는 대학생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 제작을 위한 준비 단계에 큰 힘을 실었다. 단순한 기술적 준비가 아닌 본인이 이야기하고 싶은 바를 끊임없이 사고하고, 이를 하나의 창작물로 기획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반면 일부 청년들은 콘텐츠를 통한 퍼스널 브랜딩이 보편화되면서 부담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대학생 A 씨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주위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또 대외활동이나 취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대외활동이나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에서 개인 SNS를 기재하는 항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청년들이 어쩔 수 없이 콘텐츠를 통한 퍼스널 브랜딩에 발을 들이기도 하지만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아 많은 낙오자가 발생한다. 과열화된 취업시장에서 콘텐츠 창작이 취업을 위한 필수 요건처럼 자리 잡은 건 아닐지 우려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좋은 콘텐츠는 어떻게 나올까?
대학생 크리에이터들은 일차적으로 콘텐츠를 이끄는 꾸준한 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독자 수, ‘좋아요’ 수라는 성과지표에만 집착한다면 포기하기 쉽다. 미쉬울랭 가이드의 에디터는 “콘텐츠를 시작할 때 너무 큰 걸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채널로 성공해서 직업 삼아 밥 벌어 먹고살 거야!’ 같은 생각이 아니라 내가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의 단계라고 생각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또한 콘텐츠를 통해 드러내고 싶은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GLIT의 제작자는 ‘콘텐츠는 곧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외대알리가 인터뷰한 크리에이터 대부분이 본인이 제작하는 콘텐츠를 자신의 진로와 연관 지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원하는 분야를 실제로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을 진로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다.
외대알리와 인터뷰에서 대학생 크리에이터들은 기술적 한계는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애정과 뚜렷한 가치관이 자신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탄생시킬 것이다.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6호 : 우리가 만드는 뉴노멀'에 실린 기사로, 2021년 9월에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