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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놈'들이 무슨 정치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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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치판을 이끌어갈 '젊은 놈'들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관심, 무시할 수 없어

젊은 세대 다수 포진한 인터넷 커뮤니티 주력

청년정치인으로서 진입장벽 아직도 높아

다양한 청년들의 정치적 가능성 발휘되어야

 

‘40대 기수론’을 들어보았는가. 1969년 11월 8일 당시로써 42세였던 제1 야당 신민당 원내총무 김영삼이 남산 외교구락부 건물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내세운 논리이다. 당시 김영삼은 박정권의 삼선개헌과 독재에 맞서 전세를 역전하기 위해서는 젊은 지도자가 필두가 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세대와 정권의 교체를 이룩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로서 ‘젊은이’가 상정된 것이다. 이 논리는 김영삼이 속한 신민당 지도부 내에서도 큰 반박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신민당 유진산 총재는 40대기수론을 가리켜 “정치적 미성년(政治的 未成年)”이나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아직 젖비린내가 난다’는 뜻으로 아직 어리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40대 ‘젊은놈’이 어떻게 여당에 대적해 새로운 정치를 꾸릴 수 있겠냐는 염려와 비난이었다.

 

1969년 전당대회 당시 DJ와 YS.

사진 출처: [정치 Li-view] 40대 기수론과 이준석 현상, 무엇을 원하나? - 시사오늘(시사ON) (sisaon.co.kr)

 

 1970년 치루어진 신민당 대선 경선은 ‘젖비린내’ 나는 40대 김영삼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미성년자’로 불리던 김대중과 이철승의 3자 대결로 흘렀다. 이들의 공통점은 박정희를 비롯한 기득권 여당의 질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패기롭게 등장한 40대라는 점이다. 결선투표 결과 김대중 의원이 7대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선출되었고, 김대중은 약 95만 표 차이로 박정희에게 패배한다. 그러나 ‘양김(김영삼과 김대중을 엮어 부르는 말)’은 훗날 오랜 독재를 끝마치는 정치적 주체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렇다면 1970년으로부터 약 51년이 흐른 2021년의 정치 상황은 어떠한가. 청년의 목소리에 현실적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으며 또한 청년의 삶과 직결된 정책들도 시행되어왔다. 하지만 그 정책의 수행자는 대부분 50대 이상의 ‘연륜 있는’ 정치인들이었으며 청년을 위해 청년이 직접 정치판에 뛰어든 경우는 희박했다. 그러나 지금, 36세의 나이로 헌정사상 최초 30대 제1 야당의 대표가 된 이준석 대표, 26세의 나이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산하 청년비서관으로 임명된 박성민 비서관, 정의당 비례대표로 현 21대 국회의원인 30세 류호정 의원 등 다양한 ‘청년정치인’ 이 정치권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편으로, 정치에 대한 2030대의 높아진 관심이 청년정치 수행의 주축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전면적으로 ‘데모’를 하는 광경은 이제는 잘 볼 수 없지만, ‘데모’의 장은 길거리가 아닌 인터넷으로 전환되었다. 정치적 투쟁은 국내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네이버 기사 댓글란에서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이 산재해있는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HOT 게시판’에 등재된 많은 글이 현 정부와 정치 상황의 실책을 비판하는 글이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여가와 소비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그들은 ‘건방지게도’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 언급하며, “청년 정치는 정치성향이 아닌 ‘사회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임을 지적했다. 청년들은 양당대립 구도에 매몰되지 않으며 탈정치화된 이기주의적 주체로서만 설명되지 않는다. 청년들은 더 이상 자신을 정치에 문외한인 ‘젖비린내’나는 자들로 규정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러한 청년들을 대변해 전례 없는 경제적 위기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거리낌 없는 청년 정치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설 자리는 역설적이게도 거의 바늘구멍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2020년 4월 15일 시행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후보자통계에 따르면, 30세 미만 후보자 15명, 30세 이상 40세 미만 후보자는 54명으로 40대를 넘지 않는 후보자는 69명이다. 이는 178명의 40세 이상 50세 미만 후보자의 절반에 이르지 못하는 수치이다. 이어 당선인통계에 따르면, 30세 미만의 후보자 중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인원은 0명이다. 또한 30세 이상 40세 미만의 후보자 중 단 6명 만이 선출되었다. 비례대표로 30세 미만 당선자가 2명, 30세 이상 40세 미만 당선자가 5명을 기록했을 뿐이다.

 

 위의 통계는 21대 국회의원 300명의 평균 나이는 54.9살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청년들의 정치적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지는데, 어째서 청년 정치인의 자리는 이토록 없을까. 50대 국회의원들이 청년의 삶을 향상시키겠다며 앞다투어 내놓는 공약과 정책들, 소수의 청년 정치인이 조명을 받으며 스타가 되는 작금의 현실은 무엇인가.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고령의 정치인들이 아무리 말해도,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직접 개입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과연 청년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거대 양당에서 청년 정치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단순히 ‘표몰이’를 위한 ‘정치쇼’를 위해서만 수행되는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들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왜 청년들은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기가 어려운 것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청년당사자가 ‘젊은 시각’으로 해묵은 부패와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판에 뛰어들고자 하는 야망을, 정치판은 쉽게 허용해주지 않는 듯하다. 고령의 그리고 기득권 세력을 중심으로 짜인 국회에 직접 야심차게 뛰어들고자 해도, 이 진입장벽의 난이도가 버겁기 때문이다. 여러 험난한 장벽 중 첫째는 피선거권 연령 제한이다. 대한민국 공직선거제도의 후보자자격요건 상,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피선거권은 25세 이상으로 설정되어있다. 또한, 대통령 선거는 40세 이상으로 높게 책정되어있다. 따라서 청년들이 정치에 입문하고자 해도 일정한 나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출마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두 번째로는 소선거구제이다. 한 선거구에 한 명만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방식인 이 제도는 득표율에 상관없이 오직 1위를 차지한 후보자만이 당선되는 시스템이다. 이른바 승자독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제도하에서는 유권자가 ‘제3지대’, 즉 신진 정치 세력을 투표하고자 해도 사표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차악’으로서의 거대양당 중 한 당에 투표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비례대표제도가 이 제도의 문제를 일부 보완하고 있지만, 항상 거대 양당의 대립 구도로 이어지는 폐단은 막을 수 없다. 결국, 무소속 혹은 소수 정당 소속 정치인들은 대부분 당선되지 못하고 높은 득표율을 얻어도 정계로 진출하는 것에 한계를 가진다.

 

세 번째 장벽은 기탁금 제도이다. 기탁금 제도는 대통령·국회의원·지방선거 등에서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등록신청 선거관리위원회에 일정 금액을 납부해야하는 제도이다. 본 취지는 후보들의 우후죽순 난립을 예방하기 위해서 제정되었다. 기탁금은 대통령 선거에는 3억 원, 국회의원은 1천 5백만 원, 시·도의원은 300만 원 등 선거별로 차등적으로 설정되어있다. 쉽게 말하면,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에 제반되는 막대한 비용 외에도 등록 그 자체만으로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이 기탁금은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유효투표수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 전액 돌려받으며 100분의 10 이상 100분의 15 미만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의 절반을 회수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적은 인지도로 정치에 도전하는 청년이 10%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했을 때, 재정적인 어려움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청년 정치인의 재정적 난관은 기탁금 제도와 더불어 감당할 수 없는 선거비용에서 기인한다. <서울신문>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지난 4·15 총선에 뛰어든 청년 정치인들의 선거 비용이 소속 정당 유무와 그 규모에 따라 5배가량 차이가 두드러졌음이 밝혀졌다. 선거에는 기탁금은 물론 사무소 임대료, 홍보물 제작, 캠프 노동자 임금 등 지출되는 비용이 광대하다. 거대 정당에 소속된 청년들은 정당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선거에 임할 수 있지만, 소속이 없거나 인지도나 ‘인맥’이 얕은 청년 정치인들은 이 기천만 원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그대로 빚을 끌어안거나 낙선 후유증으로 후일의 선거를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다. 선거가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현실은, 청년 정치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빛을 볼 기회를 더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단독] 청년 정치인 선거비용 5배 차이… 무소속 4600만, 민주당 2억여원 | 서울신문 (seoul.co.kr)

 

 한편으로 청년 정치인들은 기성 정당의 표몰이에 이용되어 소비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립하는 양당 기성 정치인들이 그들에 대한 청년들의 볼멘소리를 면하기 위해 특정 청년을 앞세우면서 ‘청년 정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기만을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이다. 조용술 청년365 대표는 지난 7월 진행된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정당은 청년을 기다려준 적이 없습니다.”라며 “지속적이고 연속적으로 사람을 키워내지 않았고, 연속성이 없다 보니 늘 외부 수혈에 집착했지요. 그렇게 영입된 인재들도 소모품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행태가 악순환되었어요. 그게 한국 정치 발전을 막아온 것” 임을 지적했다. 이처럼 기성 정치권이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움직임을 구축하려는 시도에서 비롯하지 않은 채 순간순간의 득표율을 위해 개인 청년들을 영입해 내세우고 소비한 뒤 ‘물갈이’를 하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 청년들의 정치적 실무 능력을 육성하거나 그들이 정계에서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지 않은 채 ‘깜짝 박탈식’으로만 청년을 끌어들이는 것은, 실로 청년 정치에 대한 기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에 이어진 논란과 비판들도 정당 활동 외의 경험이 전무한 20대 중반의 청년이 어떻게 청년을 대변할 수 있겠냐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준석 돌풍’과 4.7 서울, 부산 보궐 선거에서 청년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참패한 민주당이 실책을 덮기 위해 부랴부랴 기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렇듯 청년 정치를 표방하며 인재를 소모품 취급하며 ‘청년 팔이’에 집중하는 기성 정치권의 작태에 청년 정치인들과 청년 당사자들은 더더욱 분노하고 있다.

 

 청년 정치는 단순히 물리적인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으며 언제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가 진정한 청년의 정치일 것이다. 그리고 특정 소수의 청년만이 정치에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계급과 연령대의 정치인들이 건강한 담론장을 형성해 국민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 나이, 시간, 재정, 인맥 등 다양한 방면에서 악전고투하며 정계에 진출하려는 청년 정치인들이, 부담을 덜 지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