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서울교통공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구조조정의 이유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인 부채였다.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 약 1조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는 1조 6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공사는 적자의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 등을 꼽았지만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의 기형적인 인구구조에 있다. 현재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은 65세 이상이다. 그러나 급격한 고령화로 65세 이상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5.7%이다. 노인 무임승차가 적용된 1984년의 비중 4.1%와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는 단지 대중교통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고령화는 이제 젊은 층이 져야 할 짐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 고갈이 대표적이다. 2018년 4차 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지는 2047년 적자로 전환되고 2057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2030이 연금을 수령할 때는 기금이 이미 소진된 상태다. 현재 젊은 층이 주식, 코인에 올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실질임금과 실질이자율 역시 시간이 갈수록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임금과 실질이자율의 하락은 연금수입과 기금운용수익률의 하락으로 이어져 기금 고갈을 앞당긴다. 하지만 해당 추계는 출산율을 1명대로 유지했을 경우를 바탕으로 계산된 것으로 현재 0명대까지 떨어진 출산율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낙관적인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 역시 위기다. 국민건강보험은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됐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진료가 줄어 반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장기적인 추세로 볼 때 적자 전환은 불 보듯 뻔하다. 장기요양보험은 2017년부터 적자를 기록했으며 다른 사회보험은 정부가 수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보험 개혁이 안된다면 결국 정부가 재원을 써서 공백을 메워야 한다. 그런데 정작 나라의 곳간은 점점 비어가는 중이다. 2020년 국가채무는 GDP대비 43.8%로 내년에는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OECD 국가 평균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므로 국가채무 관리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확장재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젊은 층이 미래에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난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지지만 정치인들은 복지부동이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이번에도 사회보험 개혁을 사실상 방치했다. 사회보험은 고령층에 특히 민감한 주제다. 정치권에서 고령층의 표심을 의식해 지속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책임을 방기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더불어 저출산, 고령화로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묻혀버릴까 우려된다. 20대 대선 후보들에게서 희망을 찾아보려 하지만 관련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없는 대선후보들의 청년 정책 역시 선거용 선심성 정책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2021년은 청년들에게 유독 가혹한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걸어 잠근 대학가는 올해도 활기를 되찾지 못했다. 우울감을 느끼는 청년 역시 많아졌다. 널뛰는 월셋값, 전세값으로 청년들의 주거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우리에게 찾아올 봄을 기다리지만 대체 언제쯤 봄을 맞이할 수 있을 지 봄을 과연 맞이할 수는 있을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