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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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민주화

대학언론 '폐습' 숭실대, 정론직필은 탄압?

"총장이 부르짖던 학생 중심의 대학은 어디있나"

 

지난 달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베어드홀 앞에서 교내 언론탄압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주최 측인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 대응 TF(이하 TF)는 숭실대학교 신문사 숭대시보의 기자 전원을 해임시키고 사전검열과 발행 불가 통보를 감행한 대학의 언론탄압을 규탄했다. 회견 이후 TF는 언론탄압에 의한 민주주의 사멸에 저항하는 차원에서 숭대시보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가장 먼저 발언대에 오른 강석찬 숭대시보 편집국장은 그간의 대학이 자행한 언론탄압의 경과를 보고 했다. 지난 10월 19일 “교육부 가이드라인과 상관없이 수도권 최초로 11월부터 전면 대면 수업을 하겠다”라는 장범식 숭실대 총장의 인터뷰가 <매일경제>에 게재됐다. 그 결과 지난 11월 16일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의 주도로 거짓 홍보에 사과하지 않는 총장과 집행부에 대한 규탄 시위가 전개됐다.

 

 

‘직필’하니 해임됐고 ‘정론’하니 발행 막혀

당시 강석찬 편집국장은 인터뷰 속 장 총장의 발언이 실제 대학 정책과 상이함을 확인한 후 문제 제기를 위한 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측으로부터 ‘학교의 명예와 위신에 관련된 문제’라며 대학 측으로부터 제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석찬 편집국장은 대학과 학내 구성원의 이견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못한 상태에서 총장의 결재 하에 숭대시보 기자 전원에 대한 부당해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종적으로 숭대시보 기자 전원 해임은 철회됐지만 ‘기사를 게재하되 2면으로 끝낼 것’, ‘기사의 퇴고는 주간 교수가 직접 할 것’을 조건으로 합의된 결과임을 덧붙였다.

 

 

이에 강석찬 편집국장은 주간교수와 전문위원이 함께한 회의에서 해당 시위를 1면 사진기사와 서브기사로 보도할 것을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위의 규모가 커지자 마감 당일 주간교수가 “해당 사안보다 전교적 행사인 입시가 중요하니 1면의 사진을 구름떼처럼 나오는 수험생들의모습으로 대체하라”라는 말과 함께 시위 관련 기사는 2면으로 넘길 것을 권유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대화가 담긴 모바일 메신저 기록을 공개했다.

 


또한 학사부총장이 “사설(기사)이 오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니 수정하고 싶다”라며 편집국장인 자신의 전화번호로 개인적인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당시 강석찬 편집국장은 권한을 가진 발행인이나 주간교수도 아닌 학사부총장의 요구를 거절하였지만 그 결과 학사부총장에 의해 신문 발행이 제지됐다고 주장했다.

 

편집국장를 추악한 성범죄자로 비유?
한편 장범식 총장은 지난 11월 23일 학생대표자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숭대시보 기자 전원 해임에 대해 “직접 승인했다”라며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회견자리에서 공개된 간담회 기록 속 장 총장의 음성은 “숭대시보가 사실이 아닌 기사를 쓰는 개인 SNS처럼 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라며 숭대시보의 기사를 '온통 엉터리'로 평가했다. 또한 그는 학생대표자들에게 '조주빈이 어떤 학생인지 아느냐'고 물으며 “조주빈은 학보사 기자였고, 편집국장이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학교에서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켰지만 단 한 번도 제지 받지 않았으니 그 학교가 그 악마를 양성한 것이다”라며 성범죄자와 강 편집장을 비교대상에 세우는 발언이 간담회 기록에서 여러차례 등장했다.

 

 


결국 이에 대한 파장으로 재학생들 사이에서 비판 여론이 일었고 학내에 ‘숭실대학교의 민주화’와 ‘숭대시보에 대한 언론탄압’과 관련하여 대자보가 붙었다. 그러나 강석찬 편집국장은 약 15개의 대자보 모두가 교직원들에 의해 철거됐으며 회견 당일에도 총학생회가 설치한 현수막이 교직원에 의해 철거됐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에서도 학교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학교 측은 “사실 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일단락 시켰지만 지난 2일 학교 측에서 돌연 ‘숭대시보 주간 교수 및 기자 일동’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에 강석찬 편집국장은 "입장문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자신이 작성 주체로써 ‘기자일동’이라고 표현되어 있으며 마치 언론 통폐합은 사실이 아닌 것처럼 작성되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강석찬 편집국장은 “주간교수와 전문위원이 ‘관보’로서의 역할만을 강조했지만 숭대시보는 학교의 ‘홍보지’가 아닌 ‘언론’이다”라고 밝혔으며 자신을 ‘대학언론 권력의 애완견 마냥 길들이려한 현대판 분서갱유의 현장에 있는 당사자”라고 지칭했다.


발언대에 함께 송제경 총학생회장은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호소를 해야만 하는 현실이 암담하다”라며 심정을 드러냈다. 이날 송제경 총학생회장은 대학언론의 자율성과 학생들의 알 권리의 보장과 더불어 학내 언론탄압에 대한 대학본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민주주의”라는 말과 함께 현 사태에 묵과하지 않고 행동할 것을 약속했다. 

 

 

고등교육법과 언론법에도 저촉받지 않는 대학언론의 사각지대

또한 차종관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학내 언론 탄압이 이미 지난 수십 년 간 발생해온 폐습임을 지적했다. 차종관 대표는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실’의 조사와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조사를 통해 대학언론인 중 35%가 학교로부터 직접적인 검열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전국 180개 대학 중 142개 대학에 언론검열 관련 학칙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어 “원인은 법적 공백으로 남아있는 학생 자치 영역과  교육부에 무관심에 있다”라며 대학 내 비민주적 학칙 조항 철폐와 대학언론 탄압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이태영 회장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희 팀장도 대학 당국에 의한 학생의 사회활동 탄압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회견 자리에서 이태영 회장은 주간교수의 말을 빌려 “명예와 위신을 중시하는 주간께서 생각하시는 숭대시보와 귀교 홍토팀 소속 기자단의 차이는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덧붙여 장 총장과 주간교수를 향해 “권력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내는 기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권력층”이라고 지적하며 현 사태를 ‘보도지침이 팽배하던 제5공화국 시절’로 비유했다. 조선희 팀장은 “대학언론은 집권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던 제도언론과 달리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한 대안의 역할을 해왔다”라고 말하며 학내 언론탄압을 직시하고 이를 개선의 계기로 삼을 것을 대학사회에 요구했다.

 

 

이날 강석찬 편집국장은 언론 탄압, 조주빈 발언으로 인한 모욕죄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으며 교육부 측으로 공식입장을 받기로 구두 약속을 받았음을 밝혔다. 또한 학교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 없을 경우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의 면담 등을 통해 사건의 가시화를 이어나갈 것이며 TF를 비롯한 숭대시보,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숭실대학교 총학생회는 상호 연대하여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에 적극적인 대응을 지속할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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