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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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마음속에 신년 계획 하나쯤은 고이 담아놨을 것이다. 어찌 됐건 지난해보다는 더 나은 한 해를 보내겠다는 염원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2월 31일에는 많은 이들이 올해의 섭섭함과 내년의 기대감을 함께 품고 하루를 보냈었으리라.

 

1월 1일에서 며칠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새해 분위기가 날이 갈수록 잦아들면서 신년의 설렘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물론 한 살 더 먹은 건 맞지만, 어느새 그날이 그날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일상이 천지개벽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삶이 영속성을 지니진 못해도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연속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 아닐까.

 

 

지난해 엠넷 <쇼미더머니 10>(2021) 경연곡이었던 소코도모 <회전목마>가 반응이 뜨겁다. 발매일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음원 차트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을 정도다. 이쯤에는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 히트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아마 실재하는 청년들의 고달픈 삶을 그려낸 가사가 청자로 하여금 많은 공감을 샀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불확실한 미래, 팍팍한 삶

 

그렇담 오늘날 청년의 삶은 어떤가. 좁아터진 ‘방 하나 있는 내 집 안’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매일 달려’간다. 아르바이트, 대외활동, 학업, 자격증 공부…. 그렇다고 원하는 일자리 취직이나 바라는 미래가 보장된 건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그들은 ‘언제쯤 끝나 난 잘 몰라’라며 팍팍한 인생이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반복된다.

 

이들은 ‘청춘까지 뺏은 현재’에 ‘탓할 곳은 어디 없’이 살고 있다. 좌고우면할 것 없이 독재정권만 무너뜨리면 됐던 대학생 시절 586세대와는 달리, 사회가 복잡해진 가운데 지금의 청년들은 현 상황에서 탓할 곳은 마땅히 없다. ‘개천의 용’은커녕 삶이 확 변할 거라는 희망도 없다.

 

실망스러운 대통령 선거도 회전목마?

 

이러한 상황에서 마침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우리의 삶을 더욱더 좋게 바꿔줄 만한 후보에게 투표할 기회가 다가왔다. 그러나 공약보다는 후보의 가십이, 연설보다는 후보의 망언이 빗발치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그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단언컨대 ‘87년 개헌 이래 최악의 선거’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서 2030세대가 선거 판도를 결정하는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 청년의 표심이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가운데 대선 후보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청년을 향해 연일 구애를 보내고 있다. 물론 이제껏 청년 투표율이 낮았던 이유가 있지마는, 선거철마다 청년이 찬밥 신세였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현재 대선 국면에서 보이는 후보들의 행태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 어느 후보는 청년 간담회를 스피커 폰으로 참여해 청년들의 분노를 사지 않나, 어느 후보는 과대대표된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에 호도돼 행보를 정한다. 그렇다고 내세운 청년 정책들이 공허할 뿐 뚜렷하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대선 후보들은 진정으로 수많은 청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모습만 선보인다. 실망스러운 정치도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인가. 대선후보가 청년의 고달픈 회전목마를 멈추는 데에 해답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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