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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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20대, 대선] 지방대 망하면 어때?

※ 20대, 대선

 

이번 대통령 선거는 ‘87년 개헌 이후 최악의 선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개 돌리지 않고 우리 20대 목소리가 세상에 소멸되지 않기 위해 크게 외칩니다. 독자 여러분 역시 ‘20대, 대선’ 필진이 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대선 판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대학' 어젠다

 

대학 패러다임 바꾸는 역할 누가하는가

 

'디스토피아' 고리 끊어내고 '유토피아' 만들 대통령 필요해

 

 

 

 

 

 

이번 대통령선거에는 ‘지방대’ 어젠다가 부재하다. 지역대학 위기 상황이 논의의 뒷전으로 밀려난 꼴을 보면 지역 대학생으로서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들 ‘지방대 망하면 어때?’라는 인식을 하고 있진 않은지 근심 가득하다. 속속 발표되는 조사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대학 절반이 사라진다는 암울한 전망만을 예견하고 있다.

 

5년 전 19대 대통령선거로 돌아가 보자. 박근혜 씨 탄핵 이후 재조산하(再造山河) 기류가 팽배했을 무렵이었다. 그래서 후보들이 새로운 의제를 쏟아냈다. 대학 어젠다 같은 경우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공영형 사립대’ 등이 존재했다. 이 모든 것이 대학 서열화 해소와 더불어 지방대의 경쟁력 향상의 일환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대학’이라는 두 글자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대학 문제에 관해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망언만 일삼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9월 안동대 학생과의 간담회에서 “지금 세상에서 인문학은 그런 거 공부하면서 병행해도 되는 거다…(중략)…그건 소수면 되는 것”이라고 인문학 폄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나마 나은 건 정의당 심상정 후보다. 그는 지역 거점 국립대를 대상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내세웠으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내걸었다. 그러나 문제는 당선 가능성에 있는 모든 후보가 대학 공약을 빈약하거나 모호하게 내세웠다는 것이다.

 

토마스 모어는 자신의 저서 『유토피아』(주경철 역, 을유문화사)에서 이상적인 나라를 제안한다. 책 속에서는 “한 도시가 지나치게 커지거나 작아지지 않도록 한 도시 안에 6천 가구 이상이 되지 않게” 말하는 대목이 있다. “마찬가지로 인구가 많아진 도시 주민들 일부를 인구가 부족한 도시로 이주시킨다”고 설명한다. 500여 년 전 토마스 모어도 인구집중의 말로(末路)는 곧 폐단일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한국은 어떠한가. 집중성장이라는 망령은 수도권 일변도를 낳았고, 수도권 일변도는 일류 대학 ‘서연고’를 낳았다. 그 결과는 지역을 압살케 했고, 지역대학은 붕괴 직전이다. 견고한 국립대도 옛말이다. 2020년에는 지역 국립대 가운데 신입생 등록률이 ▷순천대 89.76% ▷목포대 87.10% ▷군산대 86.49% ▷전남대 여수캠퍼스 83.73% ▷안동대 72.89%로 등록률 90%를 넘지 못했다.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유토피아’로 향하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첫 발걸음은 지역대학 회생이다. 대학 진학을 이유로 청년이 지역에 유입되게끔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역대학 경쟁력 강화가 필수조건이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의 이분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디시위키 ‘지잡대’ 문서에 따르면, 지방대를 ‘등록금만 x나게 받아 가는 쓰레기 혐오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대학 졸업자 가운데 수도권대학이 37%에 그쳤고, 지역대학이 63%로 과반수를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혐오와 괄시의 대상이 된다. 수험생은 ‘인서울 대학’만을 바라보며 피 터지게 경쟁한다. 이 상황에서 유토피아는 어떻게 가능할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한국의 대학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 성장으로 이뤄졌다. 전체 대학 중 사립대가 80%를 차지하는 이유다. 이러한 배경이 있다 보니, 국민으로 하여금 대학은 민간과 자율의 영역이라 인식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반대하는 여론이 컸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제 대학은 공공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

 

다음 대통령은 서울대에 버금가는 지역국립대 재정지원은 당연하고, 지속가능성 있는 지역사립대 역시 학령인구에 따른 정원 감축을 유도함과 동시에 등록금 재원을 대체할 수 있는 재정을 지원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물론 지역사립대가 공공성과 책무성 그리고 민주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에게 지역 대학 재정지원이 우리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대학을 둘러싼 패러다임이 바뀐다면, 우리 사회를 감싸고 있던 지역 소멸 실타래를 푸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지역 대학이 경쟁력 있다면 해당 지역으로 청년들이 모이는 건 자명한 사실 아닌가. 지역 대학이 없다면 그 지역이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담 과연 다음 대통령은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을까. 이제껏 대통령 후보들의 면모를 보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후보들에게 고(告)한다. 늦지 않았다. 지역대학에 관심을 기울여라.

 

박주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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