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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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민주당 소수자 공약, 제발 여물어라

영글고 단단하게 여물어라

※ 20대, 대선

 

이번 대통령 선거는 ‘87년 개헌 이후 최악의 선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개 돌리지 않고 우리 20대 목소리가 세상에 소멸되지 않기 위해 크게 외칩니다. 독자 여러분 역시 ‘20대, 대선’ 필진이 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그 어느 때보다 소수자 관련 공약이 많은 대선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 후보는 △여성안심 평등사회 △장애인 및 아동 영유아 돌봄 국가책임제 △반려동물 표준수가제 시행 등을 약속했다. ‘여성에게는 구조적 차별이 없다’ 고 말한 윤 후보와는 딴판이다. 그러나 믿을 수 있을까.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칭한 문재인은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다. 이재명은 어떻게 다를까. 그의 공약이 단지 전략적 도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았을 때 더불어민주당의 소수자 공약은 믿음직하지 않다. 소수자 담론은, 현재의 비교적 온건한 진보정권과 방향이 일치해 동행하는 처지다. 그리고 그 동행은 소수자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고 박원순 시장 사망 이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하며 거리를 뒀듯 페미니즘을 포함한 소수자성은 곤란할 때 언제나 버릴 수 있는 카드다. 몇 없는 소수자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번 대선 장애인 연금 확대 공약은 지난 대선과 비교하여 지급 액수와 기준만 조금 바뀔 뿐이었고, 지난 대선 공약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 지원 서비스는 지켜지지 않아 다시금 이번 대선 공약으로 떠올랐다.

 

지난 4일 안철수-윤석열의 단일화 이후, 이재명은 한 여초 커뮤니티에 지지 호소문을 게시했다. ‘20대 여성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커뮤에 호소문을 올린다’는 이재명의 발상, 그리고 이에 응답해 실제로 지지 표명을 밝힌 회원들을 보고 있자면 몹시 착잡해진다. 이 후보의 투명하고 얄팍한 의도는 둘째 치고, 이러한 얄팍함을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20대 여성 유권자들의 처지 때문이다. 이들도 잘 알고 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당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그나마 페미니스트에 가장 가까운 대통령이 던진 의심스러운 정책들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윤보다는 낫다’며 ‘크라잉 재명’(울며 겨자 먹기로 이재명에게 투표하는 행위’를 하는 20대도 적지 않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이를 통해 사회가 소수자성에 점차 ‘관대’ 해진다고 믿고, 조금씩 진보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진보는 어디까지나 소수자 당사자가 이끌어나가야 한다. 이 나라에는 2600만 명의 여성이, 260만 명의 등록 장애인이, 그리고 그 둘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비인간 동물이 살고 있다. 강력한 정치성을 은폐당한 채, 제도권 정치의 변방으로 배제된 소수자들의 움직임이야말로 그 어떤 공약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다. 2018년의 혜화역 시위와 더불어 지난 1월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의 서울 지하철 이동권 시위가 좋은 예시다. ‘말로 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느끼는 불편함이 변화의 시작이다. 부수고 전진하자.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음이 이미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나. 누려 마땅한 것들을 되찾아 올 때다. 우리의 혁명은 일상 너머의 비일상, 정상성 제국의 변방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곳에는 당신이 상상한 ‘착한’ 소수자는 없다.

 

조수근 기자

sidekickroo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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