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개최된 오프라인 퀴어퍼레이드, 모두의 행사 되다 지난 7월 16일, 서울광장이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수많은 퀴어가 서울광장에 모여 슬로건인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를 외쳤다. 이번 제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린 오프라인 축제다. 그만큼 참가자들의 기대도 컸다. 들뜬 분위기 속, 트렌스젠더 활동가 박에디, 비건 퀴어 페미니스트 연극배우 이리가 사회를 맡은 무대 위에서는 브라질리언 앙상블 퍼커션 '호레이', 국내 유일 LGBTQ+ 보이그룹 '라이오네시스', 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 등 다양한 퀴어 공연 팀이 화려한 공연을 선보였다. 한편, ‘혐오 집회’ 도 이날 서울광장 반대편에 자리했다. 혐오 집회는 매년 퀴어퍼레이드가 열릴 때마다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혐오 집회자가 부르는 아리랑 소리가 너무 커 귀가 먹먹했다. 그럼에도 퀴어퍼레이드 현장에 참여한 이들은 불쾌한 기색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이 혐오에 맞서는 방법은 ‘웃음’ 이었다. 서울광장 진입 횡단보도 앞, ‘부모님은 여전히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라는 피켓을 든 혐오집회자에게 축제 참가자들은 ‘힘내라’ ‘파이팅이다’ 라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관련기사 : 중앙대 성평등 잔혹사 : 2014-2021 2021년 10월, 중앙대 성평위가 폐지되었다. 2014년, 총여학생회가 사라진 후 7년 만의 일이었다. 성평위는 발언권을 갖지 못했고 해당 안건 찬성측으로 나선 토론자는 없었다. 비록 졸속이라는 꼬리표를 달긴 했지만, 대학가에 몇 남지 않은 교내 여성주의 단체가 학외로 밀려나는 일은 뼈아프다. 성평위가 떠나고 남은 부실은 장애인인권위원회(장인위)가 차지했다. 장인위는 기다렸다는 듯 성평위원장에게 연락해 남은 짐을 빼 줄 것을 요청했다. 성명문이나 대자보를 발표하는 최소한의 연대도 없었다. 학내 구성원들이 폭력의 교차성에 서 있다는 믿음, 그래서 연대해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은 현실의 건조함 앞에 무너졌다. 적지 않은 중앙대의 여성 학우들도 성평위의 폐지에 찬성표를 던졌다. 성평등이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총학의 입장에 동의하는 이들이었다. 이는 다시금 폐지 옹호 근거가 되어 ‘여성이 필요로 하지 않는 여성 기구의 정당성'을 되물었다. 실제로 안성캠퍼스의 총여학생회 회장은 직접 폐지안을 발의했고 이듬해 총학생회 회장이 되었다. 새로운 총학 회장은 취임 몇 달 지나지 않아 학생회비를 개인적으로 횡령한 혐의
중앙대 성평등 잔혹사: 2014-2021 2014년, 중앙대 성평등위원회(이하 성평위)의 전신인 총여학생회가 사라졌다. 당시 총학생회 <마스터키>는 이미 남녀평등이 상당 부분 실현되었기에 여성 인권을 위한 독립기구가 필요 없으며, 인권센터가 있으므로 나머지 역할을 총학 산하기구에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총여 폐지 안건을 발의했다. 2014년 9월, 총여 대체기구인 ‘성평등위원회’ 가 총학 산하 특별자치기구로서 발족했다. 명칭이 바뀌었지만 성평위는 총여의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중대신문 기사는 ‘총여의 역할을 성평위가 이어받은 것’ 이라 명시했다. 성평위가 총여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다른 이름과 소속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에는 시사점이 있다. 의도가 어떻든 간에, 결국 당시 총학은 성평위가 ‘기존 총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통제 가능한 기구’ 로서 남기를 원했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더욱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의미를 지니는 ‘성평등위원회’ 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중앙대 인권센터는 ‘총여학생회라는 명칭 자체가 주는 거부감을 넘어서는 성평등위원회’ 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총여’ 라는 이름이 가진 거부감에 대해 간접적으로
※ 20대, 대선 이번 대통령 선거는 ‘87년 개헌 이후 최악의 선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개 돌리지 않고 우리 20대 목소리가 세상에 소멸되지 않기 위해 크게 외칩니다. 독자 여러분 역시 ‘20대, 대선’ 필진이 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그 어느 때보다 소수자 관련 공약이 많은 대선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 후보는 △여성안심 평등사회 △장애인 및 아동 영유아 돌봄 국가책임제 △반려동물 표준수가제 시행 등을 약속했다. ‘여성에게는 구조적 차별이 없다’ 고 말한 윤 후보와는 딴판이다. 그러나 믿을 수 있을까.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칭한 문재인은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다. 이재명은 어떻게 다를까. 그의 공약이 단지 전략적 도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았을 때 더불어민주당의 소수자 공약은 믿음직하지 않다. 소수자 담론은, 현재의 비교적 온건한 진보정권과 방향이 일치해 동행하는 처지다. 그리고 그 동행은 소수자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고 박원순 시장 사망 이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하며 거리를 뒀듯 페미니즘을 포함한 소수자성은 곤란할 때 언제나 버릴
도시 중심부의 M사 햄버거 체인점 새벽과 아침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부지런히 집 밖을 나서지도, 멍청히 침대 위에서 머물 수도 없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어느 쪽을 선호하든 간에 잠깐의 스트레칭과 명상, 옷을 다려 입는 최소한의 의식을 끝마치고 나면 비로소 집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시간이 된다. 발붙일 곳 없는 이 바쁘고 비싼 도시에 자리한, 재개발 직전의 낡은 아파트 단지에서 두 블록 정도 걸어가다 보면 붉은 간판, 붉은 인테리어로 꾸며진 한 햄버거 체인점이 등장한다. 통유리로 마감된 이 가게는 바깥에서 안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른 시간이지만 가게 안에는 직장인들이 가득하다. 하나같이 피곤함에 찌든 표정이다. 다들 베이컨을 끼운 머핀이나, 시럽에 절인 팬케이크 따위를 먹고 있다. 나 역시 문을 열고 들어가 메뉴를 본다… 되도록이면 고기는 없는 것으로... 잠시 키오스크 앞에서 고민하다가 팬케이크와 해쉬브라운, 그리고 커피를 주문한다. 종이 빨대인데, 괜찮으세요, 하고 점원이 물었고 나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기계에서 두어 발짝 물러선 뒤 팔짱을 끼고 눈을 감는다. 문득,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아득한 과거로부터, 어쩌면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1. 우리의 풍경, 집 안 나는 이 기사를 쓰면서 한가로이 누워 있는 고양이를 본다. 마찬가지로 고양이도 나를 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고양이(이하 C)는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 잠시 눈이 마주쳤다고 착각했지만, 눈을 흐릿하게 찌푸려 보니 C는 내 머리 위쪽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비슷한 기억들이 있다. 본가의 강아지(이하 D)는 늘 나를 바라봤다. 적어도 나는 D가 우리 집에 온 후 몇 년 동안은 그랬다고 생각했다. 한참이나 서로를 마주 쳐다보다가, D의 작은 동공이 실은 항상 내가 아닌 내 머리 위에 흐릿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그녀의 다섯 번째 생일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D에게 백내장이 발병했다는 걸 안 것도 아마 그때쯤이었나. 그래서 하는 말인데, 고양이와 강아지들은 정말 어디를 보고 있는 걸까. 때로는 한껏 멍한 눈으로, 때로는 적의가 가득 담긴 눈으로 어딘가를 본다. 이에 대해 이미 몇몇 현명한 어른들은 그럴듯한 대답을 내놓은 적이 있고 나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지점이 있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언젠가 D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걸 가리키며, D가 귀신을 보고 있는 거라고 말했다. "흰 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