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0 (수)

대학알리

여성·젠더

퀴어퍼레이드, 단 하루 허락된 해방의 날

2022년 제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 르포

 

 

3년 만에 개최된 오프라인 퀴어퍼레이드, 모두의 행사 되다

 

지난 7월 16일, 서울광장이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수많은 퀴어가 서울광장에 모여 슬로건인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를 외쳤다. 이번 제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린 오프라인 축제다. 그만큼 참가자들의 기대도 컸다. 들뜬 분위기 속, 트렌스젠더 활동가 박에디, 비건 퀴어 페미니스트 연극배우 이리가 사회를 맡은 무대 위에서는 브라질리언 앙상블 퍼커션 '호레이', 국내 유일 LGBTQ+ 보이그룹 '라이오네시스', 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 등 다양한 퀴어 공연 팀이 화려한 공연을 선보였다.

 

한편, ‘혐오 집회’ 도 이날 서울광장 반대편에 자리했다. 혐오 집회는 매년 퀴어퍼레이드가 열릴 때마다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혐오 집회자가 부르는 아리랑 소리가 너무 커 귀가 먹먹했다. 그럼에도 퀴어퍼레이드 현장에 참여한 이들은 불쾌한 기색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이 혐오에 맞서는 방법은 ‘웃음’ 이었다. 서울광장 진입 횡단보도 앞, ‘부모님은 여전히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라는 피켓을 든 혐오집회자에게 축제 참가자들은 ‘힘내라’ ‘파이팅이다’ 라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몇몇은 악수를 요청하기도 했다. 잠시 피켓을 내려놓은 혐오집회자 역시 웃으며 악수를 받고 가볍게 포옹을 했다. 이를 목격한 A씨는 ‘이 순간만큼은 퀴어퍼레이드가 모두의 축제가 된 것 같다’ 며, ‘실은 저들(혐오집회자들)도 모두 즐기고 있을 것이 아닐까’ 라며 농담을 건넸다.

 

 

 

 

흐린 뒤 맑음... 희망의 빛은 퀴어에게

 

퍼레이드가 반쯤 진행되었을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때아닌 폭우에 공연이 중단돼 광장 바깥의 텐트로 자리를 피했다. 비가 그치지 않은 채 행진이 시작되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각각 우산이나 우비를 쓴 채 행렬을 따랐다. 이날 행진은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을지로 입구, 종각, 명동을 돌아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퀴어 풍물패 ‘바람소리로 담근 술’ 외에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친대학생네트워크(박대넷)' ’청년정의당‘ 등 다양한 단체들이 함께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수많은 인파가 서울 시내를 가득 메우자, 길가에서 이를 지켜본 몇몇 시민이 손을 흔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 시민은 멈춘 차량에서 몸을 내밀어 ’퀴어 퍼레이드 파이팅, 힘내세요‘ 라며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행진을 마치고 돌아올 때쯤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서울광장의 잔디는 축축했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장내는 어수선했다. 그러나 광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체 공연‘ 을 연 퀴어들로 다시금 시끌벅적해졌다. 몇몇은 무반주로 화려한 프리스타일 댄스를 추기도 했고, 단체로 트럼펫과 색소폰을 불며 즉흥 재즈 공연을 선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때, 백발의 노인이 이들에게 천천히 다가가 팔을 양옆으로 벌리며 무언가 말을 전했다. 외국인 트럼펫 연주자는 그 말을 이해하지는 못한 듯했지만, 활짝 웃으며 노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언어를 초월한 사랑이 서울광장에 꽃피는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가 끝날 무렵, 박친대학생네트워크(이하 박대넷) 소속의 성공회대학교 모두의화장실 송성윤(이하 송) 씨를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박대넷은 대학의 성소수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자치기구들의 연대체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성평등위원회, 고려대학교 소수자인권위원회,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및 모두의화장실이 이곳에 소속되어 있다.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송: 저는 성공회대학교 모두를 위한 모장실 문화 만들기 모임 모모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성윤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에서 활동했었는데, 올해 3월 16일에 모두의 화장실이 처음 지어지게 됐어요. 지금까지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축제는 재밌게 즐기셨나요.

 

송: 네, 저희가 계획을 했던 것 중에 ’성공회대 민속문화연구회 탈‘과 풍물을 함께 하면서 행진을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함께 기획했었는데 아쉽게도 비가 와서 진행은 못 했어요. 비록 비가 왔지만, 대신 덥지 않아서 사람들도 계속해서 조금 덜 지친 상태로 행진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저희가 걸어 다닐 때마다 주변에 계신 분들이 많은 환호하고 환영해 주셔서 즐겁게 행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나 다들 너무 즐거워 보이고, 여운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오늘도 반대편에 혐오 집회가 아주 많았어요.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송: 언제나 퀴퍼를 개최할 때 항상 혐오 세력들은 존재했었어요. 하지만 지금 여기에 우리가 모여 있다는 게 중요하잖아요. 우리가 함께 모여서 함께 놀기도 하고, 그 사람들(혐오 집회자들)에 대해서 우리의 존재가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순간에 이렇게 많은 퀴어들이 모인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축제 소감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송: 준비하면서 분명 힘든 부분들도 있었지만, 막상 퀴퍼에 참석하니 아주 많은 에너지를 받아서 행진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연대하다 보니 서로서로 서로가 존재함을 알게 되고 또 우리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서울시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굉장히 좋았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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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근 기자

문명을 야만의 이야기로, 빛을 어둠으로 거두고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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