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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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에 웬 벚꽃? 바쁜 외대생, 벚꽃 어디가?

1n학번 역마살 기자가 추천하는 외대 인근 벚꽃 명소 TOP3

 

“이듬해 질 녘 꽃 피는 봄 한여름 밤의 꿈, 가을 타 겨울 내릴 눈 1년 네 번 또다시 봄”

 

봄은 빠르다. 겨우내 아끼던 코트를 걸어둔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캠퍼스에 벚꽃이 만개했다. 일렁이는 봄바람에 마음이 설레는 것도 잠시. 난이도 ‘상’ 방 탈출 게임이라도 하는 듯 지금 외대생은 한 봄 캠퍼스에 갇혔다.

 

벚꽃의 꽃말이 ‘중간고사’라 하던가. 올해는 좀 빨리 피나 싶었는데, 어김없이 시험 기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아쉬운 대로 캠퍼스를 거니는 것도 하루 이틀. 기껏해야 1주짜리 축제를 이렇게 놓칠 수는 없다. 어디로든 가야 한다.

 

그래서 기자가 직접 외대를 탈출했다. 왼손엔 과제를, 오른손엔 시험을 묶고 떠날 수 있을 만한 곳을 엄선했다. 주어진 1, 2시간의 공강 혹은 반나절의 여유 동안 깜빡 떠날 수 있는 벚꽃 명소. 바쁜 외대생이 당장 탈출할 수 있는 외대 인근 벚꽃 명소를 소개한다.

①중랑천벚꽃길

 

“팝콘 같은 꽃잎이 저 높이 날아요”

 

중랑천은 외대 인근 자취생이나 기숙사에 사는 학우라면 한 번쯤 가봤을 산책로다. 찹찹한 밤 공기를 맞으며 가벼운 산책하기에 이만큼 좋은 곳이 또 없다. 하지만 벚꽃을 보기 위해 품을 조금만 더 들이자. 외대앞역 뒷길로 이어지는 그 중랑천엔 벚꽃이 없다.

 

네이버 지도 기준 ‘중랑천벚꽃길’, 혹은 ‘장평근린공원’을 검색하면 쉽다. 외대에서 도보나 자전거로도 방문할 수 있는 거리다. 다만 소요 시간(1시간 이상)을 생각하면 차라리 그 시간에 롯데월드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중랑천벚꽃길은 택시로 가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버스 정류장도 인근에 있지만 환승이 필요해 추천하지 않는다. 택시로는 약 10분, 6000원 정도면 도착한다. 오늘 하루만 자몽 허니 블랙 티를 참으면 몸과 마음이 한결 편하다.

벚꽃길 초입은 감성적인 육교와 함께 시작한다. ‘일본스럽다’는 게 마냥 칭찬은 아니지만, 일단 이 근방은 상당히 일본스럽다. 육교를 따라가면 빽빽한 벚꽃 터널이 깜빡이 없이 들어온다. 꽃잎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말 그대로 벚꽃 잎이 줄지어 머리 위로 쏟아진다.

 

이어지는 길은 길지 않다. 풍경에 취해 셔터를 몇 번 누르다 보면 어느새 벚꽃 터널 끝에 다다른다. 중랑천의 벚꽃은 그만큼 시간을 마취한다. 가만히 서서 꽃을 보고 또 그 사이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면, 일단 과제 걱정은 없어진다. 뇌가 온전히 봄에 절여지는 기분이다.

 

다만 유명세만큼 상춘객은 차고 넘친다. 벚꽃과 편하게 단독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말자. 벚꽃 시즌엔 어디든 사람이 넘치지만, 이곳은 특히 길이 좁고 짧은 탓에 밀집도가 더 높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중랑천을 들어본 자가 중랑천 벚꽃을 놓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당장 택시부터 불러서 벚꽃과 봄의 인파를 즐기러 가자. 낮에는 수업이 있다고? 참고로 여긴 야경도 예술이다.

②북서울꿈의숲

 

“꽃잎의 색은 우리 마음 가는 대로 칠해, 시들 때도 예쁘게”

 

외대엔 초록색이 부족하다. 좁은 캠퍼스가 수업 사이 이동엔 편리하지만, 중간중간 휴식과 산책을 즐길만한 공간이 적다는 점은 아쉽다. 꼭 벚꽃 시즌이 아니더라도 마냥 나무 사이를 산책하고 싶을 때 찾는 편안한 숲이 인근에 있다. 서울에서 3번째로 큰 공원, 북서울꿈의숲이다.

 

흔히 아는 서울숲은 회기와 왕십리를 거쳐야 하기에 자비 없는 지하철 배차 간격을 자랑한다. 하지만 북서울숲은 외대에서 환승 없이 버스로 15분이면 도착한다. 교수회관 맞은편 정류장에서 147번 버스를 타자. 261번 버스도 비슷한 경로지만, 하차 정류장이 숲과 다소 멀다. 다만 어떤 버스를 타든 퇴근 시간은 피해야 한다. 교통정체로 15분이 40분이 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북서울숲은 상당히 넓어 인파가 몰려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특히 어린 아이와 반려견을 데려온 시민이 많은데, 가만히 벤치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 또 단순히 숲과 산책로만 있는 게 아니라 월영지, 잔디광장, 사슴방사장 등 다양한 콘텐츠로 가득하다.

벚꽃 풍경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본 기사에서 소개하는 명소 중 가장 넓고 쾌적한 벚꽃 터널을 자랑한다. 높지 않은 곳에 전망대도 있기 때문에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만족할 만한 봄나들이가 될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돗자리를 챙겨와 잔디밭에 자리를 잡는 것도 추천한다. 한강의 익숙한 풍경처럼 많은 시민이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를 깔고 여유를 즐긴다. 별도의 취사시설이나 편의점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도심 속 가벼운 마음으로 소풍을 오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허구한 날 가는 한강이 지겹다면 동기, 선후배와 치킨 하나 사 들고 북서울숲을 방문하자. 물론 혼자여도 좋다. 월영지에 그날의 달이 얼마나 선명히 비치는지 확인하자. 특히 지금처럼 벚꽃이 만개한 날엔 연못 위로 떨어지는 꽃잎이 과제로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실 것이다.

③경희대학교(a.k.a 경희랜드)

 

“꽃가루를 날려 폭죽을 더 크게 터트려”

 

식상하다. 기사에 포함해야 하나 골백번 고민했지만, 어떻게 경희대를 빼고 벚꽃 명소를 논할 수 있겠는가. 벚꽃을 찾으러 전국을 돌아다닌 기자가 보장한다. 경희대는 팔도 어느 벚꽃 명소와 비교해도 발군이다. 어쩌면 옆집 이웃 외대는 봄 한정 천혜의 명당을 차지한 셈이다.

 

코로나 이전 학번은 경희대 벚꽃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경희대는 교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물론 올해도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나 중요한 것은 일단 경희대가 다시 문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외대 정문에서 경희대 건물이 보이는 실정이니 방문 방법을 설명하는 것도 민망하다. 다만 이문동 지리에 익숙지 않은 새내기라면, 회기까지 빙 둘러 경희대 정문을 찾는 우를 범하지 말자. 모름지기 경희대는 외대 후문에서 출발해 배려 없는 오르막을 지나 경희대 후문으로 들어가는 길이 가장 효율적이다.

모든 건물이 벚꽃과 완벽한 앙상블을 이룬다. 어디에 셔터를 두어도 그림이 나오기에 구름 인파만 능력껏 피해 보자. 특히 본관과 평화의 전당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곳이 포토존인데, 유명세만큼 벚꽃보다 사람이 더 많다. 벚꽃과 단둘이 사진을 찍겠다는 욕심 자체를 버리는 편이 마음 편하다.

 

일부 스폿엔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기다린 만큼 나름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만, 사방이 벚꽃인데 굳이 긴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외대로 다시 넘어와 후문에 있는 벚꽃 나무를 독점하는 편을 추천한다.

 

우리 학교에도 벚꽃이 있는데 굳이 옆 학교에 벚꽃을 즐기러 간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할 수 있다. 가볍게 콧바람 쐬러 봄 소풍 가는 셈 치자. 어차피 벚꽃 시즌 아니면 힘들여 경희대를 갈 일은 없다. 이 잠깐의 축제 기간 동안만 화려한 봄의 캠퍼스를 빌려 벚꽃을 즐기자.

“어느새 또다시 눈부신 봄이야”

 

벌써 봄이 반절 지나갔다. 아쉽지만 벚꽃도 며칠 뒤면 바람을 타고 땅에 떨어진 예쁜 쓰레기가 될 터. 이토록 화려한 축제가 채 1주를 넘기기 힘들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매년 ‘내년엔 기필코 제대로 벚꽃을 즐겨야지’ 다짐했지만, 항상 이맘때쯤 즐거운 건 과제를 내주신 교수님들 아니었을까. 대학생은 벚꽃이 펴도 얼굴이 필 수 없다.

 

2시간만, 아니 1시간만 시간을 내서 봄을 즐겨보자. 본 기사에서 소개한 명소들은 여러분의 시험과 과제를 방해할 만큼 멀지 않다. 잠깐의 봄바람이 대학 생활에 산뜻한 계절감을 선사할 것이다. 그 정도 마음의 여유는 가질 자격이 있지 않은가.

 

아쉬운 대로 외대 캠퍼스의 벚꽃을 즐기는 것도 좋다. 머리 위로 쬐는 햇볕을 느끼며 잔디 광장에 앉아 벚꽃 잎을 맞노라면, 옆 나라 경희랜드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그렇게 짧게라도 자신만의 봄을 새겨보자. 똑같은 일상이 어제와 다르다는 걸 우린 계절 따라 배우곤 한다.

 

어디든 떠나자. 한껏 지금의 봄을 누리고 순간을 충전하자. 내년에도 봄은 돌아오지만, 오늘 여러분의 그 소중한 봄은 돌아오지 않는다.

 

김지원 기자 (suv110@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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