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밝힌 ‘정시 확대’와 ‘자사고 존속’ 입시 제도에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그의 청사진이 입시 공정성을 강화하고 고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교육 불평등을 심화하고 사교육 열풍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김 후보자는 13일 인수위 기자회견에서 “대학 정시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확대되어 나가는 것이 온당하다는 것이 제 인식”이라고 밝혔다. 자율형사립고에 대해서는 “기능상 유지하거나 존속하는 차원의 교육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교육부에서 당장 해야 할 것은 학부모, 재학생, 교직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제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시 공정성 위한 정시 확대, 우려 vs 기대
일각에서는 정시 확대가 수시 전형으로 훼손된 대입 공정성의 회복 방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학생 A씨는 “수시 전형은 학생을 평가할 때 교사의 기호가 관여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평가자와 무관하게 심사되는 정시가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원 임용준비생 B씨는 “수시 대표 전형인 학생부 종합 제도는 객관적 평가 기준을 찾아볼 수 없다. 또 고등학교 별 시험 난이도가 달라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면서 “모든 수험생이 같은 문제를 풀고 평가받는 정시 비중을 확대한다면 대입 공정성이 성립될 수 있다”고 했다.
수시 전형 내 발생하는 부당한 사례를 언급하며 정시 확대에 찬성하는 입장도 있다. 학생의 가정환경 및 출신에 따라 수시 전형에서 합격 유불리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학원 강사 C씨는 “과거 ‘조국사태’처럼 부유한 집 학생들이 수시 전형에서 부모 도움으로 스펙을 쌓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학생부종합전형에 의해 ‘허위 스펙쌓기’가 과열되고 있는 만큼 입시 제도에서 정시 확대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와 ‘숙명여고 시험 비리 사건’ 이후 수시 전형의 공정성 논란은 늘 뜨거웠다. 2019년 리얼미터가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하는 정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63.2%인 반면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를 기준으로 하는 수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2.5%에 그쳤다. 정시와 수시의 선호도 차이는 3배에 이르렀다.
반면 정시 확대가 오히려 입시 제도 불균형을 심화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윤씨는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일수록 수능에서 이익을 얻는 것이 대학 입시의 현실”이라며 “특정 지역 또는 계층의 학생들이 정시 경쟁에서 유리해져 교육 불공정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시모집 전형 합격자 비율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2019년 서울대 입학생의 출신 고교 소재 시·군·구별, 수시, 정시 전형별 합격자 비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정시모집 전형 합격자 비율이 우세한 지역의 53.6%가 서울과 경기지역으로 나타났다. 정시모집 합격생의 비율이 높은 시군구는 서울 강남구, 서초구, 용인시, 양천구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한국의 대표적인 학원 밀집 지역이다.
안암교육학회에서 발행한 논문에는 “수능위주 입시가 사교육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정보력과 경제력을 갖춘 계층의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되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가구소득이 높은 집단일수록 정시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고, 특별시 소재 고교나 특목고 출신일 경우 정시 전형으로 합격하는 비율이 우세했다.
정시 비중 확대로 학교 교육과정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학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윤씨는 “지금도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선생님 몰래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벌점 제도에도 타격이 없어 교칙을 어기는 일이 허다하다”면서 “정시비율이 확대되면 학교가 그저 졸업장을 따기 위한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수능 성적만으로 수험생을 판단하기보다 인성, 학과 적합성 등 개인의 다방면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자사고·특목고 존치’로 폐지 계획 뒤집기
김 후보자는 애초 폐지 예정이었던 자율형 사립고와 특목고는 존치하자는 입장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 3월까지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 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대학생 A씨는 김 후보자의 기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사고·특목고 폐지가 고교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학생들이 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강제로 빼앗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언급했다. 또 “과도한 사교육 열풍은 자사고와 특목고 설립 이전부터 있었다”며 “오히려 자사고·특목고 폐지가 공교육 수준을 저하시켜 사교육 과열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용준비생 B씨는 자사고와 특목고 존치로 인해 학생들의 교육 수준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김 후보자의 교육 방향은 엘리트 교육을 부추기며 과도한 사교육과 교육열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자사고와 특목고는 설립 초기 ‘교육 다양성 확보’라는 목적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본분을 저버리고 과도한 사교육 열풍을 야기하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자사고와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등학생 및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 및 지출이 일반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의 희망 고교 유형별 1인당 사교육비는 자율형 사립고, 과학고, 외고와 국제고 순이다. 이들의 사교육 지출비는 일반고 희망 학생보다 약 1.5~1.7배 높았다.
수험생 윤씨는 “김 후보자의 주장대로라면 좋은 교육 환경을 원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줄 수 있다”면서도 “자사고 및 특목고와 일반고 간 교육 격차가 많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아직 없기 때문에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후보자의 자사고·특목고 존치 입장이 2025년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와 병행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학력 수준이 높은 학생이 모인 자사고와 특목고는 내신 상대평가에서 불리한데, 고교학점제로 내신까지 절대평가로 바뀌면 이 학교의 학생들이 대입 경쟁에서 과도하게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학생이 직접 적성과 흥미를 고려해 이수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는 점수 획득에 유리한 특정 과목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내신 절대평가’와 함께 시행 예정이었다. 해당 제도는 자사고 폐지와 달리 이미 법제화를 마쳐 뒤집기도 쉽지 않다.
정권은 짧고 교육은 길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입시 기조를 향한 많은 우려에도 사교육 과열과 교육 불균형, 고교학점제와의 충돌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교육은 국가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중요한 정책인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A씨는 “이전 정부가 교육 정책을 두고 탁상공론만 하는 느낌이었다”며 “입시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차기 정부는 실질적인 교육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점 가득한 입시 제도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정권은 짧지만, 교육은 길다.
윤주혜 기자 bethy1017@hufs.ac.kr
박시은 기자 sini0418@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