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17일 서울광장에서 학식 가격 인상 반대 및 학식 가격 안정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예산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식은 저렴한 가격으로 대학생의 식비 부담을 완화하는 학생 복지 서비스다. 그러나 높아진 가격과 부실한 메뉴로 학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학생들은 학식 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충남대학교 총학생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기자회견은 대학생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을 거쳐 스티커 붙이기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됐다.
학식 가격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대넷의 조사 결과 3년 전 최대 4,000원대였던 학식 가격은 현재 7,000원대까지 인상됐다. 높아진 학식 가격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약 2000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진행한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47% 대학생이 대학 입학 이후 가장 부담되는 지출 항목으로 식비를 꼽았으며, 78.6%가 비용 절약을 위해 학식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생활비 절감의 핵심이었던 학식이 ‘가성비’라는 장점을 잃으면서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적절한 학식 가격으로 3,000원대를 요구했다.
학교 측은 학식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가 상승과 대학 적자가 겹치면서 학생 식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생 식당 운영 방법도 학식 가격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1990년대 대부분 대학 직영으로 운영되던 학생 식당들이 학교 측의 운영 부담을 이유로 외주업체에 맡겨졌다. 그 결과 학식 사업의 성격이 공공복지에서 기업의 이윤추구로 변질됐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이제현 대표는 “외주업체에 맡겨진 학생식당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 인상 압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전했다.
학식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것에 비해 질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김민지 인권연대국장은 “맛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고 비건, 유학생 등을 고려한 다양한 식단이 없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메뉴의 다양성 보장과 질 개선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학식 가격만 인상하고 있다”며 대학가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대학생들은 학식의 가격 안정화와 질 개선을 위해선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전대넷은 입장문에서 “대학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대학가의 식비 부담 완화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학식 관련 예산 확대, 대학 본부와의 협력, 적극적인 정책 강구 등을 요청했다.
전대넷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학식이 학생 복지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회사에 구내식당이 있듯 학식도 원래 학생 복지의 일환으로 시작된 사업”이라며 학식의 본래 취지를 설명했다. 학식을 복지 서비스로 봐야 하는 이유로는 학교가 교육을 실시하는 공적 성격의 기관이라는 점을 꼽았다. 학생의 지적 성장과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학생의 복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학교는 수익사업을 하는 공간이 아닌, 학생에게 돌려주기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교육기관의 근본적 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