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화)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닫혀버린 "모두에게 열린 전공“

폐지 수순 밟는 혁신융합전공

사라진 혁신융합전공

성공회대학교의 제3 전공 중 하나였던 혁신융합전공이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2022학년도 1학기부터 신규 신청을 받지 않게 됐다. 2022년 1학기에 6학기 차였던 융합자율학부 소속 학생까지 신청받았으나, 2022년 2학기에 6학기 차가 되는 학생부터는 신청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성공회대학교는 융합자율학부 소속 학생들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1, 2전공 외에 추가로 관심 전공을 이수할 수 있도록 제3 전공을 마련했다. 제3 전공은 학사학위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1, 2전공의 학점과 중복되지 않는 21학점을 이수하게 되면 전공명이 학위증에 표기된다.

 

그동안 제3 전공은 혁신융합전공 5개와 학생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전공명을 정할 수 있는 자기주도설계전공으로 구성됐다. 이 두 과정 중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제공하던 혁신융합전공이 폐지되었다.

 

▲ 개편 전 성공회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제3 전공 안내 화면 성공회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혁신융합전공. 그 이유는?

혁신융합전공이 폐지됐지만 관련된 공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혁신융합전공 폐지를 알 수 있는 정보는 마치 단서처럼 두 곳에 숨겨져 있었다.

 

하나는 제3 전공 신청 안내에 있었다. 줄곧 '혁신융합전공, 자기주도설계전공 신청 기간 안내'라는 제목으로 올라오던 공지가 2022년 5월 19일에는 '혁신융합전공'이라는 6글자가 사라진 채 올라왔다.

 

▲ 7개월 사이 '혁신융합전공' 여섯 글자가 사라졌다. 성공회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다음 단서는 수강신청 안내책자에 있었다. 2022년도 2학기 수강신청 안내 공지의 83쪽에 달하는 첨부문서에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2022학년도 1학기부터 신규 신청을 받지 않으며, 아래의 내용은 이미 신청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정보입니다"라는 단 한 줄의 문구가 포함되었다.

 

별도의 공지나 안내는 없었다. 제목의 6글자, 다른 내용의 첨부문서에 포함된 한 줄의 문구만이 혁신융합전공 폐지를 알렸다. 혁신융합전공 신청을 기다리던 6학기 차 학생들은 교무처에 문의하고 나서야 공식적으로 혁신융합전공 폐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혁신융합전공이 폐지되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폐지 이유 역시 공식적으로 전달된 바가 없다. "교육과정 개편"이라며 다른 안내문에 포함된 내용이 전부였다. 교무처에 문의해도 "혁신융합전공은 교육과정 개편의 일환으로 처장단에 의해 폐지가 결정되었으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라는 내용만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회대알리는 혁신융합전공의 정확한 폐지 이유를 취재하기 위해 교무처를 통해 문의했으나, 처장들의 교체 시기 등을 이유로 답을 받을 수 없었다.

 

 

과연 문제가 그것뿐이었을까?

한편 교무처에 혁신융합전공 폐지의 이유를 물었던 한 학우는 제3 전공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너무 적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실제로 2022년 8월 2일 기준, 제3 전공을 이수 중인 재학생은 혁신융합전공 7명과 자기주도설계전공 4명으로 11명에 불과하다. 휴학생과 졸업생을 모두 포함해도 18명에 그친다.

 

혁신융합전공을 포함한 제3 전공을 이수하는 학생들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요가 적다는 사실이 혁신융합전공 폐지를 납득할만한 충분한 이유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처음 제3 전공 신청을 받은 시기는 2020년도 2학기부터지만, 실질적으로 혁신융합전공과 자기주도설계전공이 소개되고 논의되기 시작한 시기는 2017년 이전이다. 하지만 2022년 혁신융합전공이 폐지될 때까지 제3 전공에 대한 학교 당국의 운영제도의 미진함은 지속해서 지적되어 왔다.

 

각 전공의 설명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학부에 소속된 전공들은 개별 담당자를 두고 있는 데에 반해 따로 행정 담당자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3 전공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못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수를 희망하던 학생들 역시 마땅한 정보와 행정적 지원이나 운영제도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학생들의 수요가 적었다는 사실은 혁신융합전공 폐지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어 보인다. 제3 전공의 '모두에게 열린 전공'이라는 소개만큼이나 학생들에게 정말 가시적으로 열려있던 선택지였는지를 되묻게 된다.

 

 

자기주도설계전공만으로 제3 전공을 이수하기엔 충분?

혁신융합전공의 폐지가 제3 전공의 완전한 폐지로 가는 수순인지 새로운 과정을 준비하기 위한 재정비인지 관해 묻는 질문에 교무처는 "새로운 과정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과정이 준비될 때까지 공백기에 놓이게 된 학생들에게 제시되는 대안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자기주도설계전공으로도 혁신융합전공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으니 제3 전공 이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남겼다.

 

자기주도설계전공은 혁신융합전공과 달리 정해진 교육과정이 없다. 원하는 전공명을 설정하고, 이미 개설되어 있는 강의들로 교육과정을 스스로 구성하여 이수하면 된다. 자기주도설계전공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전공명, 전공과정 개요와 목표, 교과 과정을 모두 직접 정해 소속 학부장과 지도교수에게 서명받아 제출해야 한다. 스스로 전공명부터 교과과정까지 교육과정 전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은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충분한 안내와 지원이 없다면 결국 선택할 엄두도 내지 못하거나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만 이수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더하여 자기주도설계전공은 혁신융합전공에서 제공되던 각 전공 소속의 강의들도 개설되지 않고, 개설된 강의에서만 선택해 이수할 수 있다.

 

학생들이 느끼기에도 일정한 교육과정이 제공되는 전공과 그렇지 않은 전공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제3전공 이수를 희망했던 한 학우는 제3 전공 중에서 자기주도설계전공 말고 혁신융합전공을 희망한 이유가 "학교에서 인정받는 전공"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3 전공 자체에 학교 당국이 미진한 지원과 운영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고려해봤을 때, 자기주도설계전공은 혁신융합전공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설득력을 가지는 대안은 될 수 없어 보인다.

 

 

마치며

혁신융합전공 이수를 희망하던 학생들은 신청 기간을 기다리다 6글자만 바뀐 공지를 받아야 했거나, 수강신청 안내책자를 살펴보다 단 한 줄의 문구를 마주하게 됐다. 그리고 그 사실은 학생들이 스스로 먼저 학교에 문의하고서야 공식적으로 확인받을 수 있었다. 혁신융합전공이 왜 폐지되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논의도, 충분한 설명과 안내가 포함된 공지도 아닌 '통보'조차 없었던 상황이다.

 

성공회대학교 당국은 이미 2019년도 '수요에 따른 유연한 전공 생성과 소멸'을 강조하며 한 차례 전공을 폐지하며 논란을 빚었던 바 있다. 당시 '비인기 전공 폐지'를 시사하는 학교 당국의 기조 자체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 간 충분한 설명과 논의 없이 통보하는 운영 방식도 문제가 되었다. 제3 전공과 혁신융합전공 폐지를 둘러싼 학교 당국의 행보는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제3 전공은 학부제와 전공과정 운영에 제시되는 비판에 대한 '만병통치약'처럼 쓰였다. 전공의 생성과 폐지에 관한 논란에서도 열려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증거로 활용되어 왔다. 준비학생회의를 구성하여 희망 수요 조사와 전공 신설 과정에 관한 조사까지 완료되었던 '여성학 전공' 역시 혁신융합전공 신설을 준비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융합전공이 폐지되었다. 새로운 과정을 준비하겠다며 앞선 비판과 요구를 모두 끌어안은 채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기존에 존재하던 과정에서 미비했던 운영제도와 행정지원을 보충해보지 않고 논의도 없이 폐지한 후 통보조차 없었다. 이런 과정 끝에 마련하는 새로운 제3 전공이나 대안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과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없는 대안을 우리의 미래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미래는 또다시 밀실에서 마련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취재, 글=권동원 기자(jdc6991@naver.com)

디자인=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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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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