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다시 찾은 청춘, 만학도 이야기

이제는 평생교육 시대다. 고령화와 함께 100세 시대로 들어서면서 1·20대에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노후를 살아가기에 부족해졌다. 이러한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인생 모든 시기에 걸친 교육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21년 조사한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실태’에 따르면 만 25세에서 79세 성인 10명 중 3명이 평생학습에 참여한다. 학교를 넘어 직장, 지역사회, 가정 등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3년째 이어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은 오프라인 교육의 위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만학도(나이가 들어 공부를 시작한 사람) 에겐 새로운 기회가 됐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이 급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만학도들은 다양한 영역에 부담 없이 뛰어들어 공부하면서 청춘을 되찾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청춘(靑春)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청춘이 단순히 나이의 적음이나 신체의 젊음만을 뜻하지 않는다. 청춘의 한자 뜻풀이는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다. 새싹이 항상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친 시기에만 돋아나는가? 그렇지 않다. 싹이 트고 봄을 맞이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푸를 청(靑)’과 ‘봄 춘(春)’. 두 한자가 청춘의 나이 범위를 정할 순 없다.

특히 배움에 있어 청춘은 젊음의 대명사가 아니다. 우리는 알기 위해, 행동하기 위해, 존재하기 위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항상 배우기 때문이다. 10대 이전에 재능을 찾아 꽃피우는 아이의 청춘도 있고, 배움을 축적하며 20대에 길을 찾는 청년의 청춘도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 중장년·노년층 만학도의 청춘도 있다. 수많은 청춘 중 외대알리는 만학도의 청춘에 집중했다. 만학도와 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취재하며 만난 인터뷰이는 코로나19를 배움의 기회로 삼은 40대 만학도 최내윤 씨다.

 

#01. 새로운 시작

요가 강사인 최 씨(41)는 육아와 요가명상학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요가명상학 학습을 결심한 계기로 ‘전문지식의 필요성’을 꼽았다.

최 씨는 요가를 가르치고 수련하면서 단순히 정해진 동작만 취하는 것에 부족함을 느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발판이 필요했다. 그는 요가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통해 전문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제가 업으로 삼는 요가인데 순서에 맞춰 움직이기만 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요가가 무엇인지, 왜 하는지, 어떤 체계로 이뤄져 있는지 본질적으로 알고 싶었어요. 전문적으로 공부해야 동작을 취하거나 사람들에게 가르칠 때 더 효과적일 거라 확신해서 늦게라도 요가명상학 공부를 시작했어요.”

 

#02. 요가 강사 이전의 삶

최 씨는 대학에서 치기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치과기공소와 치과에서 교정장치를 만들며 2·30대 시절을 보냈다. 요가 입문 전까지 요가와 아무 관련 없는 직종에서 일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원하는 분야를 공부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어릴 때는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걸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남들 하는 대로 똑같이 공부해서 대학에 갔고, 전공에 맞춰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요가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03. 어려움보다 큰 성과

초반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는 늦은 나이에 새로운 공부를 다시 도전하는 게 가능할지, 금방 포기하고 싶어지진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공부를 시작한 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이미 요가 수련과 수업에다 육아까지 병행하고 있었던 그는, “시간을 쪼개 강의를 듣고 과제와 시험을 준비하기가 굉장히 벅찼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힘듦보다 공부를 통해 얻는 보람이 더 컸다. 그는 잘 몰랐던 요가의 역사와 배경을 배우며 요가에 흥미를 더했다. 또 “전문지식이 생기다 보니 자신감을 얻었다. 요가명상학을 배우고 나니 요가를 가르칠 때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라며 공부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04. 코로나19

최 씨는 인터넷 녹화 강의와 비대면 실시간 수업을 통해 교육을 받고 있다.

‘만학도로서 비대면 방식이 학습에 도움된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이 없어서 접근성이 좋았다. 하지만 다른 수강생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함께 느낄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답했다. 최근 학교나 학원의 수업이 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저도 대면 수업을 한다면 새로운 자극이 될 것 같다”라며 기대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직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공부를 즐길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할까 말까 할 땐 일단 지르세요. 그러고 나면 새로운 길이 보이거든요. 망설이지 말고 새로운 길에 한 발만 디뎌보세요. 분명 시간이 지나 그때를 돌아보면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만학도로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가르치는 사람 역시 존재한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을 이끌어주는 강사 김인중 씨가 그중 한 명이다. 현재 그는 대면 및 비대면 수업을 통해 명상과 요가 철학을 만학도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가 가르치는 과정에서 느꼈던 생각과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01. 코로나19의 영향

코로나19는 김 씨에게도 많은 영향을 줬다. 그는 대면 강의를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포함한 여러 문제를 겪었다. 가장 먼저, 타인과의 만남이 차단됐다. 그는 “이전에는 대면 강의를 진행하며 많은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왔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는 교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개인 연구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김 씨는 “가르치는 건 내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기회였다. 연구를 평가받으면서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강의를 진행할 수 없게 되니 개인 연구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라며 이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그는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비대면 강의를 선택했다.

 

#02. 수강생의 자기소개서

강의를 듣는 수강생은 주로 어떤 사람들일까? 그는 수강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수강생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서를 받았다. 그는 “대부분이 자신의 강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재교육 받는 요가 강사분들이었다”라며, 나이와 관계없이 강의를 수강하는 ‘만학도’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비대면 강의는 많은 이들이 만학도의 길을 걷는 데 드는 어려움을 덜어주었다. 그는 “비대면 강의라 공간 제약이 없어, 대면 강의보다 수강생들이 전국에 분포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03. 다양한 사람들, 하나의 강의

가르치는 대상이 만학도라는 점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었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냐’는 질문에 그는 ‘수강생들의 이해도 차이’라 답했다. 김 씨는 “만학도분들은 비전공자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각자 쌓아온 지식의 종류와 정도도 다르다. <요가 명상 철학> 강의에서 어려운 인문학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수강생들의 이해도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느낀다”라며, 이 때문에 강의 시간을 분배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언급했다.

“수강생들이 강의를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교양 지식이 필요해요. 이 부분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서는 이를 별도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이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주요 내용을 더 강의하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한편 그는 비대면 강의 특성상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수강생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강의 시작 전에 꼭 듣고 싶거나 필요한 내용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분들은 원하는 정보를 확실하게 얻어 갈 수 있으셨어요. 이럴 때는 알려주는 저도 뿌듯합니다.”

 

#04. “이제는 누구나 평생 동안 공부하고자 할 거예요”

김 씨는 “요즘은 누구나 정보에 손쉽게 접근해 원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앎의 즐거움과 배움의 힘을 느낄 수 있어 누구나 평생 동안 공부하고자 할 것”이라며, 만학도들을 가르치며 느낀 평생교육 시대의 도래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계속 증가하는 현 상황을 지적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배움을 놓는 순간 굉장한 격차를 느낄 거예요.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평생교육은 필수 코스가 될 겁니다.”

 

결국, 더 나은 삶을 위한 것

인터뷰 말미에 김 씨는 “평생교육을 통해 삶의 궁극적 목적인 ‘잘 사는 것’을 이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평생교육의 목적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잘 살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죠. 저는 강의를 마칠 때마다 ‘잘 살자’라고 말합니다. 강의를 듣는 목적은 결국 ‘더 나은 삶을 만드는 것’이거든요.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평생교육과 함께 인생의 모든 시기에 걸쳐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요가원을 예시로 들며 평생교육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행복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요가원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죠. 강사 한 명이 오감을 깨워내면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수련자들의 삶에 큰 깨달음을 주거든요. 이처럼 평생교육을 통해 개개인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고, 이것들이 모이면 사회 전체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셈이죠.”

 

청춘의 시간적 의미는 지워졌다

만학도 최내윤 씨는 2-30대에 알지 못했던 요가명상학이라는 길을 발견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그 결과 요가에 대한 학문적 지식을 습득해 전문성 있는 요가 강사로 거듭났다. 이는 앞서 언급된 ‘시대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본래 청춘이 의미하는 1-20대 시기에 얻은 지식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배움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나’를 위해 싹을 틔우는 봄을 불러올 수 있다. 시대의 변화는 청춘의 시간적 의미를 지웠다.

 

 

만학도, 우리 모두의 이야기

만학도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학습 방식으로의 전환을 발판 삼아 청춘을 되찾았다. 그들은 젊은 날 못지않게 끊임없이 노력해, 목표를 이루려는 청사진을 다시 그리고 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꿈을 향해 전진하며, 만학도는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청춘의 나날처럼 말이다.

우리도 언젠가 만학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청춘에 정해진 시기는 없다. 배움의 의지와 열정만 있다면 그때가 언제든 청춘이다.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은 만학도들은 언제나 푸른 봄을 간직하고 살아갈 것이다.

 

 

박정준 기자 (wjdwns357@gmail.com)

이동윤 기자 (dlehdyoon13@hufs.ac.kr)

 

*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7호 : '청춘, 되찾다'에 실린 기사로, 2022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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