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학교 내 장애인 학생 세명뿐,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배리어프리한 캠퍼스를 위한 첫걸음
한국외대 장애인 입학 전형 부재, 다른 대학은 어떨까?
정부, 올해 대입 장애인 특별 전형 가이드라인 마련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는 장애학생을 위한 다양한 학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애학생의 불이익이나 차별을 막기 위해 입학공정관리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이동 편의를 위해 고사실 별도 배정, 전문 의료진 상시 배치, 장애학생 전담인력 운영 등을 지원하며, 장애학생의 원서접수 단계에서 장애 유무와 유형을 선택하여 학교가 적합한 지원을 시행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외대에는 장애학생을 위한 입학 전형이 전무하다. 수시와 정시 그 어떤 모집요강에서도 장애학생을 위한 전형은 없다. 한국외대의 2023년 수시 학생부 종합 고른기회전형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국가보훈대상자, 그리고 농어촌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정시 또한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특별전형을 제공한다. 

 

한국외대는 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모든 4년제 대학의 장애인 특별 전형 모집 및 등록 인원은 점차 늘고 있다. 장애학생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며 '배리어프리'를 외치는 한국외대는 왜 장애인 입학 전형을 운영하지 않을까?

 

 

장애인 특별전형 운영 기준은 대학의 자율사항으로,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중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고려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가 2017년 기준 장애인 특별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국내 4년제 대학 109 곳의 특수교육대상자 특별 전형 모집인원이 총 1,622명이었으나, 실제 대학이 선발해 등록한 장애학생은 827명에 그쳐 모집인원 대비 등록 인원이 5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학생 교육권 보장 문제는 비단 한국외대의 문제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외대의 경우는 전국 평균보다 그 문제가 훨씬 심각했다. 

 

외대알리는 장애인 입학 전형 신설에 대한 학교의 입장을 묻고자 입학처에 문의했으나 해당 전형 부재와 신설 계획에 대한 응답을 들을 수 없었다. 장애학생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어떨까.

 

한국외대 장애학생지원센터

 

Q. 장애학생이 선발된 경우, 장애학생지원센터가 학생에게 지원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2022년 2학기 기준 서울캠퍼스에는 3명의 장애학생이 등록되어 있으며, 모두 경증 수준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입니다. 학교에서는 장애학생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마다 장애 유형 및 정도 그리고 필요 사항이 상이하여 일괄적인 적용이 불가한 관계로 학기 초에 장애학생과 1:1 개별 면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매 학기 시작 전 관계 부서에 협조를 구해 장애학생의 요청에 따른 수강 신청을 지원하고, 장애 학생이 수강하는 수업의 교⋅강사분들께 학생에 대한 상황을 공유하여 학생 상태를 고려한 평가 및 시험 편의를 제공하도록 안내드리고 있습니다. 이동이 어려운 학생의 경우 강의실을 저층으로 재배정하고 있으며, 장애학생도우미 제도 및 면학장학금 지급 등을 통해 장애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돕고 있습니다.

 

Q. 배리어프리한 캠퍼스 구축을 위한 지원 사업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A. 배리어프리한 캠퍼스를 위해 각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강의가 이루어지는 건물별 엘리베이터 설치와 화장실 환경 개선 사업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더불어 진로취업지원센터나 학생상담센터 내 장애학생 상담을 위한 전담 상담관을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 유형에 따른 학습 보조를 위해 학습 보조 기기(음성증폭기, 독서확대기 등)나 이동보조 기구를 구입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학생 입학 시, 해당 학생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대알리는 글로벌캠퍼스 학생지원팀에게도 같은 내용을 문의했지만, 글로벌캠퍼스 학생지원⋅장학팀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서울캠퍼스 학생지원팀에서 장애학생지원센터 업무를 겸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이는 한국외대 장애학생지원센터 홈페이지에 양 캠퍼스 담당자가 각각 운영한다고 명시한 점과 모순이다.

 

외대알리는 이번 서울캠퍼스 제57대 총학생회장단 선거운동본부 '도약'에게 한국외대의 장애학생 특별 전형 부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총학생회장단 '도약'

 

Q. 현재 한국외대 내 장애학생은 3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2월 교육부는 장애인 특별 전형 10% 모집을 의무화해 고등교육 접근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으나, 우리 학교는 장애학생 특별 전형이 부재하고 행정 지원도 타 학교에 비해 부족합니다. 도약은 우리 학교 장애학생 특별 전형의 부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각해두신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외대에 장애학생이 입학할 수 있는 인프라 자체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장애학생의 입학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외대의 시설들은 배리어프리하지 않고, 역부터 학교까지의 길 역시 이동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존재하나, 장애학생지원 업무를 학생지원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장애학생 지원 전담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2018년 외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장애학생 입학 전형이 있는 학교의 시설과 본교의 시설을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응답하며 장애학생 입학 전형의 부재로 '배리어프리하지 않음'을 정당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어학 중점학교임에도 시청각 장애학생이 어학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입학 전형에는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지역균등 전형과 기회균등 전형이 모두 존재하지만, 장애학생 특별 전형의 부재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021년 한국외대에 장애학생 4명이 입학하는 등 학내 장애학생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외대에 입학하고자 하는 장애학생이 한 명이라도 존재할 수 있고, 입학 후 사고 등으로 인한 장애학생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엘리베이터 설치 등의 시설 정비, 장애학생 특별 전형 신설 등 장애학생들이 불편 없이 비장애인 학생과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올해 2월 교육부는 장애인의 고등교육 접근성 향상과 대학 내 장애대학(원) 생의 실질적인 학습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장애인 고등교육지원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시행령은 각 대학이 2024학년도 대입부터 전체 모집인원(정원 내·외) 10% 이상을 기회균등 전형으로 모집해야 한다고 정한다. 이에 함께 대학별 장애인 고등교육 실태 평가와 연구·연수 등의 역할을 하는 '장애인 고등교육지원센터' 설치 근거를 연내 마련하고 장애 대학생 진로 취업 권역별 거점대학을 늘려 각 학교당 5000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0년 외대알리는 학내 장애학생 특별 전형의 부재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지난 3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는가. 엘리베이터 설치와 같은 시설 개선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장애학생 특별 전형의 변화는 없었다.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한국외대의 장애학생지원제도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할 것이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류효림 기자(andoctob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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