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0시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2층에서 양 캠퍼스 총학생회 주최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규탄 피케팅이 열렸다. 이날 피케팅에는 양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를 비롯해 외국인유학생회 GSA(이하 유학생회), 일반 학우들까지 동참했다. 10시 30분부터 진행한 이날 등심위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대학원 등록금 인상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회의 전후로 학우들의 피케팅에도 불구하고, 결국 등록금 인상안은 가결됐다.
피케팅에 앞서 배귀주(국제통상 20)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등심위 회의는 학생위원 4명과 교수 5명으로 구성된 비민주적인 구조로, 학생들이 모두 반대해도 안건이 가결될 수밖에 없다"라며 "구성원 동의 없는 등록금 인상 반대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더불어 회의를 불과 8일 앞두고 사전 논의와 의견 수렴 없이 외국인 유학생과 대학원생 등록금 인상 안건이 상정된 것에 대해 "학교의 통보식 행정"이라며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의견을 듣지도 않았다"라고 밝혔다.
현장에 참석한 김연경(영미문학⋅문화 21) 유학생회장은 학부생 중 유학생 등록금만 인상하는 것을 두고 "외국인 유학생들이 굉장히 가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무엇보다 유학생 등록금 인상에 대해 유학생회에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 더불어 외국인 유학생들이 정보 접근에 뒤처지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말을 남겼다.
배 회장은 지난 2020년 2학기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이 6%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등록금 체감률은 낮았음을 언급하며 이번 등록금 인상 이후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부족할 것을 우려했다. 더불어 이번 외국인 유학생⋅대학원생 등록금 인상 이후 한국인 재학생의 등록금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학교의 재정 책무 회피가 유학생과 대학원생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 등록금 인상에 대한 얘기도 충분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부에서 등록금을 인상시킬 것이라는 입장이 나오기 시작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외대의 재정 악화는 이미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 이번 등록금 인상이 학교의 재정 부족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이어 배 회장은 학교의 재정 상황에 대해 "학교 측의 '운영 자체가 어렵다'는 말에 공감하며 모두가 부담해야 하는 긴축 재정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교의 교비 사용에 대해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그는 "현재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 대상은 기관장인 총장만 해당하는데, 처장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 공개나 명확한 사용 내역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제 학교가 더 적극적으로 학교법인에게 재정 충당을 요구해야 하는 시점"라고 덧붙였다.
회의 이후 배 회장은 "다음 주 중에 각 주체별 규탄문 게시를 계획 중"이라며 "모든 대응은 해당 단위의 니즈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에 학생 단위와 의견 수렴 없이 등록금 인상을 통보한 학교는 또다시 지난해 학제개편에서의 불통행정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케팅을 마무리하며 한 참가자가 "포기하지 말자"라는 말을 남긴 것처럼, 추후 인상된 등록금이 외국인 유학생과 대학원생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재정 악화가 극심해진 상황 속에서 재학생들의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학교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오기영 기자(oky98@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