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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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열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사용 불허에 따라 세종대로에서 진행
집회 측 추산 2만여 명의 시민 참여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4일 오후 2시 세종대로에서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본래 광화문 북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이하 시민추모대회)를 열기로 했으나, 서울시가 같은 날 오전 광화문광장 남측에서 KBS가 촬영한다는 이유로 사용을 불허해 장소를 옮겼다고 밝혔다.

 

시민추모대회의 진행을 맡은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가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시민추모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본래 일정대로 오후 2시 광화문 북광장에 주최 측과 일부 참가자들이 집결해 있었으나, 서울시가 장소 이용을 허가하지 않아 한국프레스센터 옆 세종대로로 자리를 옮겼다. 장 집행위원장의 발언 이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6개 정당 대표가 연단에 올라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추모의 뜻을 전달했다.

 

한편 신자유연대를 비롯한 보수단체가 시민추모대회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세종대로에 집결해 시민추모대회 참가자들에게 폭력적인 언행을 행하여 여러 차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작년 10월 29일, 이태원에는 정부가 없었습니다. 참사 100일이 가까운 지금까지, 유가족에게도 정부는 없습니다. 왜 저희들을 이다지도 모멸차게 외면하시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저희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광화문, 시청 광장 앞으로 나오기로 결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려 합니다. 이상민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려 합니다. 특수본과 국정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많은 사실들이 있기에, 독립된 진상조사 기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려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가 반정부 단체입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왜 저희를 외면하십니까?"

 

"지금 엄마 옆엔, 엄마 같이 소중한 아이를 갑자기 잃어버린 유가족 분들이 엄마의 손을 잡아주고 계셔. 여기 엄마들은, 서로의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해. 엄마는 여기서 비록 우리 재현이가 짧은 생이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준 밝고 예쁜 아이라는 걸, 그런데 너무 억울하게 죽었다는 걸 사람들에게 말해주려 해. 엄마 힘낼게 재현아."

 

"두 친구를 알고 지낸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 인생에서 메이와 티샤는 영원히 기억될 거야. 너희들의 미소, 얼굴, 웃음 소리를 우리가 기억하고, 우리를 보던 너희들의 목소리도 아직 생생하게 들려. 하지만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중간에 경찰 분들이 계속 서있습니다. 뒷쪽이 안 그래도 보이지 않는데, 중간에 껴있는 경찰들은 바로 자리를 비켜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아까 전, 분향소를 설치하던 과정에서 경찰의 과도한 진압으로 유족 분 한 분이 실신하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우리 시민들의 추모대회를 방해하지 말고, 자리에서 나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도 딸에게 카톡 문자를 보내고 있다는 어머니, 꿈에서라도 자식을 보고 싶어 영정을 끌어안고 주무시는 아버지도 계십니다. 유족들에게 온 세상은 까만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국가 권력은, 유족들의 상처를 철저히 짓밟았습니다. 대통령의 사과,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유족들의 강렬하고 간절한 바람을 철저하게 묵살해왔습니다. 참사 이전에도, 참사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국가의 책임은 실종됐습니다. 심지어 오늘, 희생자들을 기릴 자그마할 공간을 내달라는 유족들의 작은 염원조차, 서울시는 매몰차게 거절했습니다. 평범한 유족을 투사로 만든 이 정권의 무책임하고 비정한 태도에 분노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오세훈 서울시장님, 이곳을 가득 메운 경찰기동대를 보십시오. 이들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 있었어야 했습니다. 조금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바로 이곳에 꽃 한 송이 들고 와서 유족들에게 사죄하십시오. 저는 오늘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159명의 목숨이 사라진지 100일이 지났는데도 책임자들의 교활한 변명과 발뺌은 여전하고,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유족을 만나지 않고 사과조차 없습니다. 강자들은 너무 쉽게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 추모제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단 하나의 공간도 내어줄 수 없다며 광화문광장의 사용을 불허했습니다. 그리고 유가족들과 우리 국민들은, 이곳 서울시청 앞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분향소를 설치했습니다. 서울시의 턱밑에서, 정부서울청사의 바로 코 앞에서, 우리 국민들은 이태원참사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이태원참사를 지우고 가리려 하는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의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설치한 분향소를 보며 제발, 단 한 줄의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면 좋겠습니다."

 

"저는 100일을 맞아, 백 마디의 말보다 여러분께 100초간의 침묵과 기억을 제안드립니다. 온전한 침묵과 추모조차 허락되지 않은 시대지만, 여러분 우리 100초 동안만 그분들을 기억해봅시다."

"100초의 시간이 이렇게 긴데, 100일 동안 유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겠습니까?"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 약속했지만 또 한 번의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습니다.  참사 100일을 앞둔 지금, 갈 수록 엄혹해지는 현실 속이지만 그저 안타까워 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곧 인간과 생명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159명의 청년을, 그들의 죽음을, 그들의 가족을 대하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어땠습니까? 경찰의 강제 수사와 별도의 국회 국정조사가 55일간 이뤄졌지만 원인 파악에 닿지 못했습니다."

 

"유가족이 정부와 서울시에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고 싶다고, 광화문광장에 장소를 내달라 했는데 서울시는 열린 광장 운영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불허했습니다. 열린 광장 같은 소리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 가장 간절하고 고통스러운 국민들을 향해 열리지 않은 광장, 대통령실이 왜 필요합니까? 우리에겐 닫힌 광장, 닫힌 대통령실 아닙니까? 역사 이래 단 한 번도 권력이 스스로 광장을 열었던 적이 없습니다. 누구의 힘으로 열었습니까? 우리의 힘으로 열었습니다."

 

 

"두 차례의 경고 방송과 자진 해산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략)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7조 4항에 따라 많은 시민들의 불편이 야기되고, 공공의 안전 질서에 대한 위험이 제기되고 있으나 집회자들이 이에 조치를 취하지 않아 더 이상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경찰이 보수단체가 시민추모대회 현장 근처에서 주최한 집회에 해산 명령을 내리며 전달한 내용)

 

 

 

 

 

 

5일 오전, 서울시는 유족들에게 서울시청 앞에 설치한 합동 분향소를 철거해달라 요청했다. 유족들은 광화문광장에 임시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으나 서울시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유족들은 4일 오후 1시에 시청 인근에 위치한 서울도서관 앞에 분향소를 만들어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올려두었다. 유가족들과 시민들, 정치인들이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분향소도 설치할 수 없게 했다며 분노했던 날, 서울시는 출입기자단에 "분향소를 기습적으로 설치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취재, 사진: 강성진 기자, 권동원 기자, 유지은 기자, 황혜영 기자
글: 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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