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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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다문화'의 사각지대 속 중도입국청소년

다문화라는 화려한 수사는 들불처럼 퍼져 나갔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이뤄냈을까?

이 기사는 2023년 3월에 발행한 회대알리 16호 지면에 수록한 기사입니다. 

 

다문화라는 말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더없이 익숙하다. 일각에서는 ‘다문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뒀다고 평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주배경주민이 총인구 대비 5%가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 구분한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1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 수는 2,134,569명으로 총인구 51,738,071명 대비 4.1%를 차지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있다. 중도입국청소년이 그중 하나다. 교육부에 따르면 중도입국청소년은 국제결혼 가정 자녀 중 외국에서 태어나 중도에 국내로 입국한 경우를 의미한다. 하지만 보통 중도입국청소년은 이주배경청소년* 중 청소년기에 한국으로 이주한 이들을 넓게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도입국청소년은 2021년 12월 기준(법무부, 만 18세 이하) 3,240명으로 추산된다. 그렇지만 부처마다 중도입국청소년을 다른 기준으로 구분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중도입국청소년을 정의하는 기준조차 부처나 상황마다 달라,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커진다.

 

회대알리는 중도입국청소년을 지원하는 구로구가족센터의 정종운 센터장, 전다은 사회복지사, 움틈학교 이민아 담임 선생님을 만나 중도입국청소년이 처한 상황과 문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구로구가족센터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움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소재 중학교에 학적을 두고 있는 중도입국청소년이 대상이다. 학생들은 1년 단위로 위탁하여 다음 해에 재적학교*로 복귀한다. 움틈학교는 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 가족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현재 9개 재적학교의 중도입국청소년이 재학 중이다. 구로구가족센터 구성원들은 크게 ▲한국어 미숙으로 인한 학습 저하 ▲재적학교 내 부적응 ▲외국인 신분으로 인한 공적 지원 불가를 중도입국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으로 짚었다.

 

언어 문제로 재위탁까지 고려하는 중도입국청소년

중도입국청소년들은 한국어보다 제1언어를 많이 사용한다. 한국어 사용 빈도가 낮으면 한국어로 수업을 듣기 더욱 어려워진다. 이민아 담임교사는 “움틈학교 학생들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특히나  한국어 구사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털어놨다.

 

움틈학교는 한국어 능력 증진을 위해 ‘한국어 집중 교육’을 진행한다. 또 수업 시간에는 한국어를 사용하도록 하는 규칙을 정했다. 하지만 같은 언어권에서 온 학생들이 많아 학생들끼리 제1언어를 자주 사용한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으면 한국어 발달이 더디고, 학생들 각자의 환경에 따라 편차가 심화된다. 그러다 보니 수업 진행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언어 장벽으로 사교육, 입시 관련 정보 등 수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민아 담임교사는 “학원에 가도 알아듣기 힘들어서 방과 후에 비이주배경 학생처럼 사교육을 받기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재적학교에서 중도입국청소년이 소통 문제로 겪는 어려움은 수업 이해보다 교우관계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이들의 상담을 담당하는 전다은 사회복지사는 “한국어 소통 때문에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한국어가 안 되니 학교생활도 어렵고 친구를 만들 수 없다”고 이들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런 경우 다시 움틈학교에 돌아오는 학생도 있다.

 

 

외국인으로 살아야 하는 청소년들
중도입국청소년은 대한민국 국적 취득 전까지 외국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들은 국적법에 따라 귀화 허가를 받아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생계유지 능력을 입증해야 하기에 부모의 경제활동은 필수적이다. 그러다 보니 가정의 적극적인 정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종운 센터장은 “부모님들이 아이를 데리고 왔지만,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일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들여야 하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중도입국청소년은 공적인 지원을 받기 힘들다.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경제적 보호를 제공하는 공공부조가 존재하지만, 외국인 비자를 가진 청소년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교육은 받을 수 있다. 한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당사국으로 아동의 교육권 보장 차원에서 미등록 외국인까지 국내 공교육 진입이 가능하며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학금, 수업료 및 학용품비 기타 수급품을 지급하는 교육 급여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학생 관리부터 행정 업무까지, 불안정한 교육 노동환경 
이민아 담임교사는 9개 재적 학교와의 출결, 성적 처리 같은 기본적인 업무부터, 움틈학교의 학사 일정 계획 등의 업무도 맡는다. 담임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살피는 것뿐만 아니라 행정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민아 담임교사는 “학생이 적고 반이 하나라고 해도,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다 보니 많은 행정 업무까지 병행하게 된다”며 그간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몸이 두 개여도 모자라다”고 표현할 만큼 바쁘지만, 이민아 담임교사는 학생들이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움틈학교에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종운 센터장은 학생들에게 ‘지금은 조금 서툴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노력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다’라는 희망을 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려면
한국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있다. 중도입국청소년을 비롯한 이주배경주민, 그들을 지원하는 이들까지 국적과 경계가 만들어낸 공백 속에서 신음한다.

 

‘다문화 열풍’은 화려했다. 하지만 화려했던 수사만큼 그 이면은 짙다. 다문화 사회는 단순히 많은 문화권이 모여 있기만 한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중도입국청소년을 비롯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자주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다문화 사회다. 하지만 혐오 표현이나 혐오 범죄 등 차별이 남아있는 지금 ‘다문화 사회’를 떠드는 말들은 어딘가 공허하다. 진정으로 다문화 사회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화려했던 수사나 공허한 숫자들이 만든 이면을 살펴야 할 때다.

 

 

또 다른 더불어숲, 구로구가족센터
구로구가족센터는 2004년 구로에 위치한 ‘건강가정지원센터’로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성공회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구로구가족센터는 한국에 사는 모든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과 사업 운영을 목표로 한다. 기사에서 살펴본 이주배경주민과 그 가족들에 관한 프로그램이 많다. 다문화 가족 자녀 정서 안정 및 진로 취업 지원 사업인 ‘다채움’과 다문화 가족 교류 소통 공간 사업인 ‘다가온’도 있다.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이 센터에 방문해 멘토링 수업을 진행하는 등, 근처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센터나 인근 학교와 연계하여 연합 활동을 하기도 한다. 2022년에는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이 청소년들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하는 ‘다어울림’도 진행했다. 2023년 3월에는 1인 가구 구성원을 위한 건강루틴챌린지 '당신 근처의 친구'와 한국어교육이 필요한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주배경청소년* 자신이 직접 국경을 넘어 한국으로 이주한 경험이 있거나,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국 출신인 가정의 자녀,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북한이탈주민인 가정의 자녀 중 9~24세에 해당하는 모든 청소년

 

재적학교* 현재 학적을 두고 있는 학교

 

 

 

취재 = 고은수, 황혜영 기자

글 = 고은수 기자

사진, 디자인 = 황혜영, 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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