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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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 중에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 "기프트 카드 번호 불러주세요"

"편의점 본사입니다. 구글 플레이 기프트 카드 있으시죠?"
갈수록 교묘한 사기범..."일하시면서 힘드신 점 있으세요?"
구글 플레이 기프트 카드, 왜 범죄 용도가 되었나


"그거 보이스피싱이야"

 

기자는 지난 2월 편의점에서 근무한지 사흘 만에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편의점 본사라고 말한 상대는 구글 플레이 기프트 카드 사기범이었다. 다른 편의점 직원으로부터 "보이스피싱"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미 돈이 빠져나간 후였다. 본사와 해당 편의점의 물류 수를 조정하겠다는 말은 이들의 대표적인 사기 방법이다. 

 

 

검찰청에 따르면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지난 5년간 증가하고 있다. 발생 건수는 2018년 6221건에서 2022년 8930건으로 2500건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검거 건수는 해가 바뀔수록 발생 건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우리 사회에 이들을 위한 안전망이 있을까. 본사인 구글 플레이는 기프트 카드 사기를 당했을 때 경찰서에 신고하고 구글에 보고하라는 점만 안내한다. 사기를 당한 아르바이트생과 점주는 기약 없는 사기범 검거만을 기다리며 피해액을 매출액으로 메꿔야 할 뿐이다.

 

 

국내 편의점 빅 4 중  GS25는 전 점포에 무상으로 연 1회, 최대 70만 원을 보장하는 '신종 전화 사기 피해 보상 보험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는 피해 관련 보상 제도가 없다.


구글 기프트 카드, 왜 범죄 용도가 되었나

 

 

구글 플레이 기프트 카드는 현금과 카드에 비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앱, 유튜브, 카카오톡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인앱, 인게임, 영화, 독서, 유튜브 프리미엄, 카카오톡 이모티콘 결제가 가능하다. 제한된 플랫폼에서 사용이 가능한 구글 기프트 카드는 어쩌다 사기의 용도가 되었을까.

 

구글 플레이 기프트 카드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권과 모바일 교환권은 상품권 매입 등록업체 등을 통해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 10~15%의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3~5분 안에 입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구글 플레이 기프트 카드는 해외 기업인 '구글'의 제품이기 때문에 국내 경찰이 영장을 발부해도 구글은 이에 대응할 의무가 없다. 이러한 약점을 파악한 범죄자들은 개인정보가 밝혀질 여부가 적은 방법을 택한 것이다.


파편화된 보이스피싱 조직, 범인 검거에 난항

 

취재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연락이 오는 전화번호, 카카오톡 계정은 이미 다른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인 경우가 많다. 유출된 개인정보로 수 백 개의 전화번호가 개통된 사례도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주로 해외에 위치한다. 이로 인해 직접 보이스피싱을 주도하는 상부부터 국내에서 전화번호, 계정 등을 빌려주는 하부까지 체계적으로 분화되어 있다. 또한 보이스피싱 처벌과 검거는 국내에 위치한 하부 조직 중심으로 이루어져 유사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에게 재산상의 피해 뿐 아니라 심리적인 자괴감과 상실감을 갖게 하는 악질 민생 범죄이다. 수사기관은 해외 조직을 검거하고 신종 수법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에방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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