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자대학교(이하 덕성여대) 일부 학과에서 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아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행사가 진행되지 않은 학과 학생들은 교우 관계 형성과 학내 정보 교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학생회 역할을 대신하는 권한대행만으론 원활한 행사 진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덕성여대 학과 학생회는 학과를 배정받는 2~4학년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2학년 신입생 축하 △오리엔테이션 △미리 배움터 △개강총회 등의 주요 행사를 담당한다. 이외에도 △교수님 및 선배들과의 만남 △취업 정보 공유 △친목 도모 등의 활동을 운영해 학생들이 학과 내에서 교우 관계를 형성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생회가 없는 학과는 비상대책위원회 역할을 하는 ‘권한대행’이 행사 운영 권한을 갖는다. ‘권한대행’은 필수적으로 행사를 진행해야 할 책임이 없어 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을 경우 행사 운영 여부가 불확실해진다.
덕성여대는 △글로벌융합대학(글융대) △과학기술대학(이하 과기대) △아트앤디자인대학(이하 예대) △약학대학(이하 약대)으로 이뤄져 있다. 4개의 단과대학 중에 글융대와 과기대가 학과별 학생회 구성 여부와 행사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글융대 소속 22개 학과 중 9개 학과(△경영학과 △문헌정보학과 △문화인류학과 △사학과 △아동가족학과 △영어영문학과 △의상디자인학과 △철학과 △회계학과)에서 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았다. 학생회 미선출 비율은 41%로, 절반에 가까운 학과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5개 학과(△경영학과 △문헌정보학과 △사학과 △아동가족학과 △영어영문학과)는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과기대는 11개 학과 중 2개 학과(△정보통계학과 △식품영양)에서 학생회가 선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회 미선출 비율은 18%이다.
학생들은 학과 행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교우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신입생 환영 행사를 진행하지 않은 학과에 소속된 정해린(글융대⋅21) 씨는 ‘‘수업에서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는 친구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며 “학과 학생들과 어울리고 싶다면 무조건 동아리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행사가 열리지 않은 학과에선 직접 친목 모임을 주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세정(글융대⋅21) 씨는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직접) 개강 파티와 뒤풀이 열겠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1학년 때는 학과가 없고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수업이 많아 학교에 혼자 다녔다”며 “학과가 배정된 2학년 때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어 에타에 직접 글을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게시물에 3개의 댓글이 달렸지만,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렸을 때 한 분 밖에 답장이 오지 않아 모임이 성사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과 학생회 구성 여부는 교우 관계 형성 외에도 학과 내 정보 교류에 영향을 미친다. 최은희(글융대⋅21) 씨는 “학생회 없이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면 크고 작은 학과 소식을 듣기 어렵고 소통이 잘 안된다”며 “하루빨리 학과 학생회가 생기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학과 학생회가 없는 이유에 대해 정유민(과기대⋅21) 씨는 “주로 3학년이 학생회장을 맡는데, 취업 준비와 여러 대외활동으로 학생회장 출마를 기피한다”며 “학생회를 하면 학교생활을 즐기기 어렵고 책임감과 부담감이 커서 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학생회가 학교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이지 않아서 학생회가 없는 과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