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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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외-피니언]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에 반비례한 운영… 미흡했던 ‘왕산체전’

저조한 참여부터 흥행 부족… 예전 같지 않은 체전 인기
‘전 종목’ 똑같은 대진표, 장비 부족… 준비가 부족했다
지난해 시설 관리 문제 이어 또다시 여러 지적 나와

*[외-피니언]은 ‘외대’와 ‘오피니언’의 합성어로, 외대알리 기자들의 오피니언 코너입니다. 학생 사회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사안을 바라보며, 솔직하고 당돌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여전히 미흡한 요소들

무더위 속에서도 학우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하며 이번 체전은 마무리됐다. 다만 지난해 체전에서 아쉬웠던 요소들이 이번 체전에서도 보완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준비가 덜 된듯한 느낌을 보여줬다. 왕산체전은 운영적인 디테일 부족, 미약한 홍보, 획일화된 대진표, 허술한 검인, 운영 장비 부족 등 이곳저곳에서 아쉬움이 남았으며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화합도 찾아보기 어려워”... ‘흥행 참패’

대회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흥행이다. 하지만 이번 왕산체전은 흥행에 분명 실패했다. 학교 체전의 의미는 무엇인가. 체전은 전공별 대표 선수들을 필두로 학우들이 잠시나마 학업에서 벗어나 다 함께 응원하며 즐기는 화합의 장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모두 왕산체전에서 많은 학우들이 함께 참여하며 즐기는 화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금만 더 세심했다면…” 디테일 부족이 아쉬워

우선 주최 측 제44대 비상대책위원회 ‘시그널’(이하 시그널)의 ‘디테일’ 부족이 컸다. 예를 들어 체전이 막을 내린 후, 종목별 최우수 선수에게 시상하는 순서를 마련해 자부심을 심어줄 수도 있었으며, 체전을 즐기는 학우들의 모습을 촬영해 포토북을 만들거나 SNS에 업로드함으로써 추억을 남겨줄 수도 있었다. 대회 운영에 있어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대회의 퀄리티를 높이고 ‘흥행 참패’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갑자기 체전을 한다고?”... 조급한 대회 준비, 홍보 부족으로 이어져 

 

 

홍보 부족은 학우들이 체전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시그널은 지난 5월 4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왕산체전 참가 신청 포스터를 업로드했다. 그러나 왕산체전 개막일은 5월 15일이었다. 각 학과(부)는 수업이 한창 진행되는 학기 중임에도, 11일 만에 다섯 종목 선수들을 모집⋅훈련하고 체전에 참가해야 했다. 또 지난해 왕산체전은 하반기인 10월에 진행되었지만, 이번 체전은 봄에 진행되었다. 미리 체전 정보를 알지 못했던 학과들은 당연히 대비가 되지 않았고 결국 기권 선언을 해야 했다. 그렇게 예선 및 32강부터 기권하는 팀들이 속출했다. 최소 한 달 전부터 체전 개최 포스터나 홍보 영상을 게시했다면 휴학생들에게도 참가를 독려할 수 있었거나 기권하는 학과들도 줄었을 것이다. 

 

‘축구, 농구, 발야구 대진이 모두 똑같아”... 이런 대진표가 어디 있나

‘획일적인 대진표’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전 종목에 같은 대진표를 부여한 점은 대회의 형평성과 흥미를 떨어뜨렸다. 32강 이후 16강에서는 대진표를 새롭게 구성한다거나 종목별로 다른 대진표가 필요했다. 기권 팀을 미리 제외했다면 32강 단판 토너먼트가 아니라 조별 예선으로 진행되는 체전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그널은 기권하는 학과를 사전에 확실히 확인하지 않았고 기권할 학과들을 제외하지 못했다.

 

선수 검인도 허술… “다른 학과가 대신 뛰어도 몰라”

출전 선수 ‘검인’도 허술했다. 대회 운영진은 경기 시작 전 모바일 학생증만으로 선수 검인을 진행했다. 한국외대 모바일 학생증은 이름과 학과만 제공하기 때문에 선수 얼굴을 확인할 수 없다. 해당 학과가 아닌 사람이 경기에 대리 출전해도 알 방법이 없다. 따라서 최소한의 신분증이나 재학증명서 같은 서류를 통해 엄밀히 검인을 진행해야 했다.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이하 글스산)와 루마니아어과의 32강 경기 장면.  같은 팀끼리 볼경합 충돌로 얼굴이 찢어지는 심한 부상을 당한 선수와 뇌진탕을 호소하는 선수들의 모습. 여파로 앰뷸런스까지 출동했다. 사진 = 이지석 기자    

 

운영 장비도 부족, 의료용품도 부족…

마지막으로 ‘기본적인 운영 장비’도 부족했다. 체전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의료용품들은 턱없이 모자랐다. 기본적인 파스나 연고, 소독약 등이 부족해 응급 시 선수들이 치료할 수 없었다. 실제로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와 루마니아어과가 펼친 32강 전에서 얼굴이 찢어지는 심한 부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붕대를 제외하고 그렇다 할 응급조치 비품은 없었다. 앰뷸런스조차 학교 인근에 없어 부상 선수는 20분가량 대기해야 했다. 시그널은 제대로 된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축구 경기에서 쓰이는 볼도 턱없이 부족하여 경기가 중단되기 십상이었다. 경기 중 볼이 라인 밖으로 나가면 다른 볼로 신속히 진행해야 하는데 여분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교체 전광판이나 라인을 구분 짓는 코너플래그 등, 기본적인 운동장 잔디 상태 등도 기대할 수 없었다.

 

'캠퍼스 대표 체전' 이름값에 걸맞는 완성도 보여주길...

시그널에게 왕산체전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대회를 기획하는 과정부터 운영까지 시그널에게 책임감은 없었다. 심지어 심판을 맡겼던 축구와 농구 중앙동아리는 검인부터 경기 공지 등 대회 운영까지 관여했다. 대회 주최인 학생회는 없었다.

 

이번 체전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너무도 아쉬운 대회였다. 지난해 현장에서 나왔던 시설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을뿐더러 다른 문제까지 튀어나왔다. 다음 왕산체전은 달라질 수 있을까. '캠퍼스 대표 체전'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완성도를 기대해본다.

 

이지석 기자(dlwltjr12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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