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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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NO존’ 논란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

‘NO존’ 운영, 영업상의 자유인가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인가?
한국 사회,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는 관용의 태도 필요

 

 

 

 

‘8세 미만 어린이 손님 받지 않습니다’ 

 

일명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고 불리는 한 카페의 입구에 걸린 문구다.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다. 영업장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아이들이 소리지르거나 뛰어다니는 등 다른 손님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동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특정 연령대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노키즈존만이 아니다. 지난 5월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60대 이상 성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된 카페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누리꾼은 해당 게시물에 "여성 점주가 60세 이상 남성에게 성희롱을 당해 곤혹스러운 경험을 겪었고, 이를 계기로 노시니어존을 지정했다"고 답글을 달았다.

 

이에 누리꾼들은 “특정 나이대의 출입을 제한하는 건 차별이다” “언젠가 우리 모두 노인이 될 것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사장은 이유 없이 제한하지 않는다” “진상 때문이겠지” 등 노시니어존을 옹호하기도 했다.

 

최근 노키존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NO존'이 등장하고 있다. NO존은 청소년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틴에이저존’, 특정 직업군의 출입을 막는 ‘노교수존’ 등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사회 곳곳에서 NO존이 등장하며 ‘NO존이 특정 연령대와 집단에 대한 차별이 아닌가’에 대해 많은 갈등이 오가고 있다.

 

 

"NO존 이해해" 찬성 여론 더 커... '특정 집단 배제' 지적도

 

 

지난 5월 한국리서치가 조사(시민 1000명 대상)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3%는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가게는 수용 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응답자 69%가 허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각종 NO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대체로 높았다. 응답자 중 57%는 노시니어존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노스터디존이나 노튜버존등 행위에 따른 입장 제한에 대해서도 72%의 응답자가 허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NO존을 존중 가능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으로 앞서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NO존이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의 자율적인 선택인지, 특정 세대나 직업군 등을 배척하는 차별적 행태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음식점/카페 등을 방문했을 때, 누군가로 인해 피해를 겪었던 경험이 있나?

 

10대 A씨) 카페에 공부하러 갔을 때 옆 테이블 노인들이 너무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눠서 공부에 방해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카페 음악소리가 굉장히 컸는데, 음악소리보다도 목소리가 더 커서 머리가 아팠다.

 

40대 E씨) 음식점에서 식사할 때 아이가 너무 크게 울고 보채서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 그래도 대부분은 부모가 아이를 금방 진정시켜 괜찮았다.

 

50대 F씨) 옆 테이블에 앉은 아이들이 밥을 먹으며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 상대방과 대화가 잘 안돼 종종 화가 났다. 옆에서 제지하는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데, 어떤 부모들은 이를 방치해서 답답했던 적도 있다.

 

 

Q. NO존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10대 B씨) NO존을 굳이 만들어야 했을까? 일반적인 부모들은 아이들이 시끄러우면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피한다.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만큼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예외적인 상황’ 때문에 NO존을 만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20대 C씨) NO존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일부 공감한다. 다만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 같이 특정 집단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부모들이 통제할 수 있다. 특정 나이대를 일반화하면서 가게 출입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50대 F씨) NO존은 ‘자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업주의 가장 큰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특정 연령대의 출입을 제한할 경우, 업주는 그만큼 고객을 잃을 수 밖에 없고, 결국 더 큰 이윤을 포기하게 된다. 그 피해를 감수하면서 내린 결정인 만큼 이는 사업주의 권리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안타까운 부분은 ‘왜 지금 이 시대에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가’이다. 지금은 자신의 권리만 찾고 불편은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현재 한국 사회는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고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인 여건이 상당히 악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NO존? YES존도 있다

 

최근엔 아이들의 출입을 허용하는 ‘예스키즈존(Yes Kids Zone)’ 매장도 늘고 있다. 예스키즈존은 아이들이 노키즈존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배제되지 않고 공공장소 질서와 예절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강원도 태백에서 예스키즈존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에 방문했다가 가게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본인은 그들과는 반대로 생각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경험을 계기로 예스키즈존을 운영하게 됐다”며 “커다란 사회 속에서 아이들이 질서를 배우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YES존을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곳도 있다. 서울시는 2022년 9월말부터 아이와 함께 식당을 방문해야 하는 양육자의 부담을 줄이고자 ‘서울키즈 오케이존’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아이와 함께하는 외출이 걱정 없고 즐거운 일상’이라는 목표 아래 현재 500여 개의 업소가 운영 중에 있다.

 

NO존의 반대급부로 생겨난 'YES존', 인터뷰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Q. YES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0대 B씨) YES존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NO존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YES존이 나타난 것이지만, 일반 음식점(특정 연령대를 차별하지 않고 영업하는)과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YES존은 본인들의 가게를 홍보하려고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20대 D씨) YES존은 NO존의 반대급부이지 않은가? 굳이 없어도 되는 NO존으로 인해 YES존이 나타났기에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라면 NO존과 YES존 둘다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정 나이대의 사람들도 가게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YES존을 만들어가면서 당연한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40대 E씨) YES존은 필요하다. 특정한 사람들을 차별하는 NO존에 의해서 아픔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다만 NO존의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50대 F씨) NO존으로 인해 특정한 사람들이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다보니 자유롭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하는 곳이 YES존이다. YES존 식당은 일반 사람들이 타인의 소란에 대해 민원을 넣어도 사업주가 “우리 식당은 YES존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타 식당에 비해 YES존을 더 많이 방문할 것이다. 결국 사업주는 NO존이나 YES존 모두 더 높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다만 NO존과 YES존 모두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매우 안타깝다. 서로 이해와 관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불편함을 조금 감수한다면 이런 논의가 필요없다.

 

Q). NO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YES존이 아닌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20대 D씨) 인위적인 대응책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이지, YES존으로 바로 잡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공공장소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는 몰상식한 행동은 개개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해결가능한 문제다.

 

40대 E씨) NO존이 생겨난 결정적인 계기는 특정인들의 일탈 때문이다. 개인의 문제를 마치 전체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특정 장소 출입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NO존을 지양한다면 대응책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

 


 

NO존과 관련해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비쳤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톨릭평화신문에 “NO존의 경우, 연령 차별이고 어떠한 형태로든 연령 차별은 바람직 하지 않지만, 이는 동시에 업주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이라면서 “이 문제를 법적 규제 등 강제적으로 시정하도록 해선 안 되며 존중할 필요는 있다”고 언급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파이낸셜뉴스에서 “해당 문제를 차별로 단정 짓고 단순히 법적 해결로 접근하게 되면 갈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원인을 살피고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려는 관용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0년 전에도 부모가 제대로 교육하지 않아 식당에서 난동을 부리는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와 달리 ‘왜 지금은 특정 집단의 출입을 배제하는 업소가 많이 생겨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원초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 사회의 기본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NO존’은 그 기본에 반하는 개념이다. 특정 집단 전체를 배제하는 NO존은 사실상 ‘극단’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고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 여건이 상당히 악화됐다. 이 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협의하고 조정하며 살아간다. 이제 ‘우리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화림 기자(hwalimshin@naver.com)

정현채 기자(good3055@naver.com)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8호 : '청년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상은'에 실린 기사로, 2023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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