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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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충북대 통합반대 시위 주도한 '통합반대 학생연합'

 

글로컬30 사업으로 한국교통대학교(이하 교통대)와 통합이 예정된 충북대학교(이하 충북대)에서 재학생을 중심으로 통합을 반대하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일부 재학생이 비공식적으로 조직한 ‘충북대학교 통합반대 학생연합’ 에서 주도적으로 시위를 벌여 재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시위가 끝난 직후 직접 해당 단체의 관계자를 만나 통합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Q. 오늘 이렇게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는?


A. 우리 학교는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을 대표할 수 있는 총학생회가 부재한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통합에 대해 논의할 때도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줄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다. 학생들 사이에선 통합을 반대하는 여론이 대체로 우세한 상황이다. 이러한 여론을 묶어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충북대 통합반대 학생연합’을 구성하게 됐고, 시위까지 나서게 됐다.


Q. 이렇게 독자적인 조직을 구성한 이유는?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A. 견해 차이가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비상대책위원회나 중앙운영위원회의 경우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경우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과 통합 내용의 수정을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현 상황에선 완강히 통합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Q. 한국교통대학교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글로컬30 사업에 대한 반대와 동일한 것인가?


A. 그렇지 않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교가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30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에 있다. 통합이라는 전제를 깔고 가지만 않았어도 이토록 학생들의 반대가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글로컬30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교통대와 통합을 한다는 소식을 우리 재학생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 그 이전까지 학생들에게 어떠한 일언반구도 없었다. 재학생과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통합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Q. 통합 찬반 투표에 관한 내용 중 ‘세 주체(교수, 교직원, 재학생) 중 두 주체가 반대하면 통합을 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상당하다. 


A. 지난 7월에 통합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을 때, 총장님께서 세 주체 중 한 주체라도 반대를 한다면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였던 만큼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추후 투표 방식 합의 과정에서 이 말씀을 뒤집으셨다. 세 주체 중 두 주체가 반대해야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말을 바꾸니 학교에 대한 재학생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또 대학은 교수와 교직원, 학생이 모여 운영되는 곳이다. 한 주체의 의견이 다르다고 그 주체만 빼고 운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교 측의) 납득이 가능한 설명이 필요하다.


Q. 세 주체 중 재학생만 투표 방식이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던데.


A.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오프라인으로 투표를 진행하게끔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세 주체의 투표 방식이 모두 동일해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Q. 현재 통합 논의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은 어떠한가?


A. 우리 단체에서 파악한 바로는 통합 반대가 압도적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교육 장소가 바뀔 가능성도 있고, 반드시 찬성을 해야 할 어떠한 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론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찬반투표에서도 반대가 많지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Q. 지난 수차례의 설명회와 토론회에서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이 다소 문제시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고 제기한 적이 있다. 어떤 내용인가?


A. 총장님께서 학생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만한 발언을 좀 하셨다. 예를 들어, 토목공학과 학생이 질의했을 때 ‘노가다’라는 단어를 사용해 비아냥처럼 들릴 수 있게 말씀하신다든지. 그리고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세 주체 중 한 주체가 반대하면 (통합 추진을) 하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한 사범대 재학생분께서 확답을 받고자 재차 질문했는데, 이때 ‘사범대는 교수와 학생이 이렇게 소통이 안 되느냐’, ‘한국말 못 알아듣느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외에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신 자극적인 발언 때문에 교통대와도 상호 간 존중을 훼손하는 불필요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Q. 학교 측은 통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 통합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는지.


A. 우리 단체는 (교통대와의) 통합 시도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지, 통합되고 난 뒤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에 대해선 논하고 있지 않다. 일단 당장은 통합을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 그 뒤에 만약 통합이 결정된다면 그때부터 통합 방법 등에 관해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학교에서 제시한 방법이 과연 옳을지는 더 오랜 시간 고민과 논의를 거치고 나서 (교통대와)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 학교 내부에서만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으로나, 과정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Q. 학교 측에서 설명회나 토론회를 열고 있는데, 그럼에도 학생들의 여론이 쉽사리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A. 우선 우리 단체는 지금까지 열렸던 모든 설명회와 토론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우리 단체가 보기에) 여러 문제가 있다. 사실 첫 번째 설명회의 경우, 사업에 관한 내용을 하나도 알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이를 충실히 설명해 줘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후 재차 설명회를 했을 때, 새로운 내용이 아닌 기존 내용을 다시 되풀이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또 학생들에게 충분한 질의응답 시간을 보장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만약 재학생의 의견이 반영됐다면 이후 있을 설명회에서 유의미한 내용 변화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점은 전혀 없었다. 재학생으로선 ‘우리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Q. 교통대 재학생들과 적지 않은 부분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두 학교 간 소통을 시도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나? 혹은 소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우리 단체에선 없었다. 우리 단체는 비공식적인 단체인 만큼 학교를 대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단체가 파악하기엔)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도 교통대 학생들과 소통을 따로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학교 간 소통을 위해선 공식적인 채널이 필요하다. 


Q. 통합 찬반투표 직전까지 추가적인 행동 계획이 있는지.


A.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여론을 파악해 재학생 사이에서 구심점을 모을 수 있는 역할을 계속 담당할 것이다. 또 대자보나 현수막을 통해서 우리 입장을 계속해서 전할 생각이다. 다음 주 찬반 투표 전에 할 수 있는 추가적인 행동에 대해선 논의 중이다. 


Q.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은?


A. 우리가 내는 목소리가 학교 측이 추진하는 계획에 더 반영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이 ‘충북대 통합반대 학생연합’을 구성하고 활동하게 된 이유다. 앞으로도 우리 충북대학교가 역사를 이어가면서 충청북도의 대표 학교로서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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