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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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피니언] 故이선균 배우...언론 보도는 책임없나

두 달 간 이어진 고인 수사 관련 보도…고인은 처음부터 마약 투약범으로 낙인찍혀
지켜지지 않은 무죄 추정의 원칙, ‘경찰발 정보 받아쓰기’
잘못된 보도 관행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시점

*[외-피니언]은 ‘외대’와 ‘오피니언’의 합성어로, 외대알리 기자들의 오피니언 코너입니다. 학생 사회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사안을 바라보며, 솔직하고 당돌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고인의 갑작스런 죽음.. 언론은 갑자기 태세를 전환했다


故이선균 배우가 2023년 12월 27일 사망했다. 톱스타였던 고인의 갑작스런 죽음에 많은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고인이 마약 투약 의혹을 받고 3차 조사를 받은 지 나흘 만에 세상을 떠나자, 사망 원인으로 경찰의 과잉 수사가 지적되며 여론이 들끓었다.

 

수사 상황을 연일 보도하던 언론 매체들도 고인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경찰의 수사 과정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만이 문제였을까. 故이선균 배우의 비극적 선택, 그 원인에 언론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매체들은 묵인하고 있다.

 

많은 언론 매체들은 고인의 사망 전까지, 마약 투약 사실을 기정사실화한 채 기사를 작성 했다. 또 마약 투약 혐의와는 상관없는 사생활 녹취록을 그대로 보도하고, 그 기사를 인용하며 재보도한 기사도 수백 건에 달한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경찰 수사에만 책임을 묻고 있다.

 

 


1차 조사 전부터 이미 고인은 범죄자로 낙인찍혔다


지난 10월 19일 <경기신문>은 배우 L씨가 마약 투약이 의심되어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는 단독 보도를 냈다. 이후 배우 L씨가 40대 톱 배우로 한 시트콤을 통해 데뷔했으며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를 자랑한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해당 정보들이 전해지며 네티즌들은 배우 L씨를 故이선균 배우로 특정했다.

 

*내사란 피의자로 입건되기 전 경찰이 혐의 내용을 미리 조사하는 것이다.

 

19일 이후부터 소속사가 입장을 내기 전까지,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뜬금없이 故이선균 배우의 근황을 전한다는 ‘낚시성 기사’들이 쏟아졌다. 소속사를 통해 경찰이 내사 중인 연예인이 故이선균 배우란 것이 확인되자, 이미 고인을 범죄자로 확정짓는 듯한 기사들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10월 20일부터는 한 무속인의 과거 출연 영상을 인용해 고인을 모욕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해당 영상 속 무속인의 “故이선균 배우가 10월 즈음 주사 맞는 것과 수갑을 차는 모습이 보인다” 발언을 인용하며 ‘이선균 배우’와 ‘주사’, ‘수갑’이란 키워드를 연결짓는 보도가 이어졌다.

 

고인이 피의자로 입건된 10월 23일 JTBC ‘뉴스룸’은 고인이 자주 왔다고 의심받는 유흥업소의 관계자 측 주장을 전한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 유흥업소 관계자는 고인이 가게에서 뭘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에 자주 온 것은 맞다고 전했다. 또 그는 VIP 손님들의 존재를 언급하며 “보통 아무나 오는 것은 아니다. 방에서 이뤄지는 일은 모른다. 더 큰 게 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JTBC ‘뉴스룸’은 당사자의 반론이 보장되지 않은 채, 유흥업소 관계자의 주장만 그대로 인용했다. 더 큰 문제는 마치 故이선균 배우가 마약 사건말고도 더 큰 범죄에 연루된 것일 수 있다는 억측을 메인 뉴스에 보도한 것이다. 이후 이어진 기사의 제목은 <“술⋅약 의존 안 해” “버닝썬 사건에 실망”.. 부메랑 된 답변>이었다.

 

더 큰 사건이 터질 수 있다는 주장을 접한 뒤 바로 뒤 전해지는 기사의 제목이 이렇다면,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마약 투약 혐의를 넘어 ‘버닝썬 사건’만큼의 대형 범죄 혐의와 고인을 연관짓게 될지도 모른다. 근거없는 주장과 그 뒤에 이어진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까지. 고인의 명예는 본격적인 수사 전부터 훼손됐다.

 

TV조선을 통해서도 고인의 범죄 혐의를 확정짓는 듯한 목소리가 그대로 전파를 탔다. 10월 23일 TV조선 뉴스9은 고인 관련 기사의 헤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배우 이선균 씨가 유흥업소 여실장 집에서 여러차례 마약을 흡입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이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습니다.”

 

TV조선은 경찰의 주장만을 인용했다. 마약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고인이 이미 약물을 투약한 것인 양 이야기한 것이다. 피의자의 반론을 충분히 다루지 않은 채 기사를 전한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에 부합하지 않다.

 


반복된 정밀감정 결과 ‘음성’... 그러나 언론은 멈추지 않았다


11월 24일 고인은 모발, 다리털 정밀 감정에 이어 겨드랑이 정밀 감정 결과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 당일 KBS 뉴스9을 통해 고인과 고인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여실장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해당 녹취록을 다룬 기사는 수사와 전혀 상관없는 고인의 사생활을 들췄다. 해당 보도는 공익성이 크지 않으며 공영방송에 걸맞는 품격에도 미치지 못한다. KBS는 단지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 사건과 관련 없는 고인의 사생활을 전했다.

 

 

11월 24일 고인은 모발, 다리털 정밀 감정에 이어 겨드랑이 정밀 감정 결과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 당일 KBS 뉴스9을 통해 고인과 고인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여실장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해당 녹취록을 다룬 기사는 수사와 전혀 상관없는 고인의 사생활을 들췄다. 해당 보도는 공익성이 크지 않으며 공영방송에 걸맞는 품격에도 미치지 못한다. KBS는 단지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 사건과 관련 없는 고인의 사생활을 전했다.

 

지난 1월 12일, 영화 감독 봉준호,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등이 참여한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이 문제의 기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종신은 “혐의 사실과는 동떨어진 사적 대화를 보도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KBS는 해당 기사에 대해 “지난해 11월 24일 이선균씨 마약 투약 혐의 보도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관련 내용은 최대한 절제된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20일부터 12월 27일까지 수많은 언론들이 경찰발 기사를 그대로 전했다. 헌법상으로 규정된 무죄 추정의 원칙은 연예인이란 이유만으로 고인에겐 지켜지지 않았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 또한 이 문제를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상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대표는 “조사 중인 피의사실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노출한 수사기관과 이를 선정적으로 받아쓰기한 언론이 있었단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단적 선택 이후까지도 고인과 유가족을 괴롭힌 언론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난 12월 27일 고인의 사망 직후 소속사는 유서를 비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7일 당일 TV조선 뉴스9을 통해서 고인의 유서 내용을 담은 기사가 보도됐다.

 

해당 기사는 분명 한국 기자 협회의 자살 보도 윤리 강령을 어겼다. 한국기자협회는 자살 보도 시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TV조선의 보도는 고인과 유가족을 두 번 괴롭히는 기사였다.

 

언론은 고인의 사망 이후까지도 고인과 유가족을 고통에 몰아넣었다. 단지 조회수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한 사람의 죽음, 남겨진 유가족의 상처보다도 자사의 이윤이 먼저였나.

 


고인의 비극이 남긴 질문들


빌 코바치, 톰 로젠스틸의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속 저널리즘의 10대 기본 원칙 중 故이선균 배우의 수사에 관한 기사들을 되돌아보며 기자가 주목한 원칙은 “저널리즘의 첫 번째 의무는 진실에 대한 것” “저널리즘이 가장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시민”이다.

 

언론은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러나 지난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의 고인 관련 기사들은 진실만을 전달하지 않았다. 유흥업소 측의 주장만을 그대로 인용한 기사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또 경찰의 주장만을 그대로 받아쓴 기사들이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故이선균 배우 관련 보도에서는 진정 진실을 쫓는 저널리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작금의 언론은 정말 진실만을 추구하고 있을까.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러나 개인의 명예를 짓밟으며 사생활을 침해한 기사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보도된 것이 아니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 보도된 것이다. 작금의 언론은 정말 시민들에 가장 충성을 바치고 있는가.

 

고인의 비극은 한국 언론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질문들을 되새기면서 다시는 잘못된 보도 관행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정현채 기자(good30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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