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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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칼리움;k-alli-um] 생각하지 않는 사회

‘다름’을 인정하는 대화가 귀해지고 있다. 다양한 생각을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으로 바라보는 현상이 만연하다. 일례로 SNS 댓글 창에선 각자 의견을 존중하기보다 자신이 맞고 상대는 ‘틀렸다’고 비난하기 바쁘다. 인간의 성격을 16가지로 분류하는 MBTI는 대인관계를 맺는 첫 단계에서 나를 표현하는 한편, 극단적으로 자신을 강요하는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듣기 거북한 말을 하는 화자는 ‘꼰대’, 납득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MZ’라고 표현한다. 상대를 다각도로 이해하기보다 몇 가지 단어로 간단하게 규정하기를 택하는 것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보다 해당 방법이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일까.

 

먼저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 문제가 있다. 주입식 강의 위주인 중·고등교육에서 타인의 생각을 듣고 이해할 기회가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2016년 방영된 다큐 프라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에서 고득점을 받는 학생들은 강의 전체를 전사하고 암기한다. 문제는 강연자의 견해와 자기 생각이 다를 경우 학점을 위해 강연자의 관점을 모사한다는 점이다. 반면 미국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과 강연자의 시각이 일치하지 않아 성적에 영향을 미칠지라도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것이라고 인터뷰했다. 고득점을 위해 강연자의 관점으로 답안을 작성하겠다는 한국 학생들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는 다양한 관점을 접할 기회를 축소하는 요인 중 하나다.

 

다양성 파괴는 비단 교육에서만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 소비가 개인화되고, 알고리즘으로 인해 사용자는 필터 버블 안에 갇힌다. 또 SNS와 같은 가상공간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것만 찾아보고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과는 거리를 둔다. 손쉽게 보고 싶은 세상만 선택해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됐다. 사람들은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세상에 갇혀 다른 관점을 ‘오답’으로 분류하는 아주 간단한 해결책을 즐긴다. 숙고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양극화 △혐오 △관용의 부재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여럿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존중과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이야기가 진부하고 재미없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생각하지 않는 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는 상태다. 존중과 배려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누구나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혐오가 난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다정함이다. 상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어도 노력은 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대화’다. 이것은 단순히 말소리를 주고받는 대화가 아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성찰과 검열이 포함된 소통을 의미한다. 우리는 다른 의견을 마주할 경우 틀린 것이나 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여기기보다 ‘왜’ 그런 논리가 형성됐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자 할 말만 하는 말소리 주고받기가 아닌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다수가 만들어왔고 만들어 나가고 있는 곳으로, 타인은 당신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협조하고 있는 가까운 이웃이다. 그들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을 용서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양보나 배려가 아닌 ‘당연한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를 인지하고 쉬운 선택을 지양해야 하며 생각하지 않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국대학교 사학과 여시경

 

* 본 칼럼은 외부 필진의 칼럼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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