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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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

통합 앞둔 충북대·교통대, 교명 두고 갈등 격화

충북대에서 통합 교명 설문조사에 거센 반발이 계속돼
"충북대 교명 지켜야" vs "화합 위한 새 교명 필요"

글로컬대학 30 통합에 따른 충북대학교와 교통대학교 사이에 갈등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충북대학교 총학생회 '개화'는 “교명을 바꾼다는 것은 전통을 거스르는 일이며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밝히면서 이같은 갈등은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 모양새다.

 

지난달 7일 충북대학교와 국립한국교통대학교(이하 교통대)의 통합을 앞두고 충북대학교 대학 본부 앞에서 '충북대학교 교명 절대 수호 시위'가 진행됐다. 이날 시위에는 충북대 재학생 7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시위는 양 대학이 기존 교명을 포함해 교명 후보를 제출하기로 합의한 것에 반발해 통합 반대 여론이 높은 충북대 재학생들 사이에서 주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씨앗이 된 글로컬30 사업

 

학령인구 감소로 ‘벚꽃이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없어진다’라는 농담은 현실이 되고 있다. 종로학원이 발표한 2023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에 따르면 서울권은 5.81대 1, 인천·경기권 6.09대 1, 지방권 3.56대 1이었다. 지방대의 경우 2022년 대비 3.36대 1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경쟁률이 3대 1을 넘지 않아 ‘사실상 미달’로 분류되는 대학의 86.8을 차지한다. 이에 정부는 존폐 위기에 놓인 대학 증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방식 한계로 “향후 10~15년은 대학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지난 2023년 3월, 정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추진했다. 글로컬30 사업은 ▲대학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은 국제사회와 연결 ▲대학의 혁신을 통해 지역의 혁신과 발전에 기여 ▲불확실한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과감한 대전환을 할 수 있도록 대학지원 전략을 전면 변환하고, 대학의 혁신 모델로서 글로컬대학의 육성을 주력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된 대학은 5년에 걸쳐서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또 다른 부서의 산학협력, 연구개발 지원금도 끌어와 기업의 투자도 유치할 수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대학 30곳을 선정할 계획으로, 지난해 11월 전국의 10개 대학이 처음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정부의 뜻과는 다르게 충북대‧교통대 간 통합은 글로컬 통합의 추진을 원하지 않는 재학생의 의견으로 제동이 걸렸다. 두 대학뿐만 아니라 글로컬대학30 예비 지정에 성공한 충남대‧한밭대도 통합 논의를 앞두고 재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대, ‘교명 절대 수호’ 시위 진행해

 

2023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된 충북대와 교통대는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충북대는 대학 통합 찬반 투표에서 학생의 87%가 대학 통합에 반대하였으며, 지난 3월에 진행한 ‘총학생회 글로컬대학30 의견수렴’에서도 여전히 통합에 부정적인 여론이 거셌다. 의견수렴에는 ‘교통대학교와 통합을 전제로 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부정적 42.5%(504명) ▲부정적 29.1%(346명) ▲보통 21.7%(257명) ▲긍정적 5.2%(62명) ▲매우 긍정적 1.5%(18명)로 글로컬 통합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이승렬 충북대 부총학생회장은 ‘교명 절대 수호 시위’를 두고 “충청북도의 거점 국립대학인 ‘충북대학교’의 교명을 지키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장문 낭독을 통해 새로운 교명이 정문에 걸린다는 것은 20만 동문과 160만 충북도민이 함께 쌓아 올린 현재의 위상과 가치를 역행하는 어리석은 짓임을 양 대학 통합의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학생회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어떻게 합의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으나 양 대학은 기존 교명을 포함해 교명 후보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학생들이 통합대학 교명 설문조사를 보이콧하는 이유를 두고 “충북대학교 이외에 제출할 교명은 존재하지 않으며 설문조사에 응하는 것이 자칫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부학생회장은 “학생 반대가 87%에 달할 정도로 충북대학교 학생은 단 한 번도 통합을 원한 적이 없다”며 “우리대학의 교명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우며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통대, “통합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

 

교통대에서는 지난 4월 총학생회 '중심'이 ‘국립한국교통대학교-충북대학교 통합대학의 교명에 관하여’라는 교명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통합 과정에서 학생들이 입는 피해가 없도록 졸업장, 졸업증명서 그리고 통합대학의 교명을 고안하고 있다”며 “도출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충북대학교와 함께 구성한 통합추진위원회를 비롯해 6개의 분과위원회에 전달하여 양 대학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또 “2024년의 교통대학교와 충북대학교는 지난해 양 대학이 결정한 사항을 토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단계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년도 결정 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계를 역행해 원칙을 깨뜨리는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대학의 통합은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이며, 교명도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미래지향적이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교명에 대해서는 “현재 교통대학교는 과감히 기존 교명을 제외하고서 새로운 통합 대학의 교명을 공모하고 있다”며 "이는 결코 한국교통대학교라는 이름의 경쟁력이 낮아서가 아니며 두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심' 총학생회는 “지금부터라도 더 이상의 갈등은 멈추고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되길 진심으로 소망하며, 충북대학교 구성원들도 새로운 통합대학 교명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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