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6 (월)

대학알리

금품 갈취, 정치 폭력, 낙태까지… 유튜브를 둘러싼 사건사고 ‘진짜 원인’은

 

 

 

우리는 모두 ‘유튜브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2월 유튜브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한 달에 1회 이상 서비스를 사용한 이용자 수)는 4천565만 명으로 카카오톡(4천525만 명)을 넘어섰다. 2023년 주민등록 인구가 5천133만 명이니, 정보통신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은 유튜브를 시청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튜브는 자유로운 업로드와 시청을 기조로 대부분의 콘텐츠를 허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현재 유튜브 콘텐츠의 제재 기준은 크게 3가지다. 첫째, 해당 국가의 법률을 위반한 경우. 둘째, 스팸 및 기만행위, 민감 콘텐츠, 폭력성 등을 포함할 경우. 셋째, 브랜드 가이드라인에 위반되는 선전성, 폭력, 부적절 언어, 성인용, 증오, 마약 관련 콘텐츠 등을 포함할 경우로, 흔히 ‘노란 딱지가 붙었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이버 렉카 연합의 쯔양 금품 갈취 사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발생한 지지자 간 몸싸움, 임신 36주 차 낙태 브이로그 영상을 둘러싼 논란 등 각종 사건의 중심에 유튜버가 있다는 사실에 ‘무법지대’인 유튜브에도 적절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과연 이번 사건들의 원인을 유튜브의 부적절한 대처로 치부할 것인지, 혹은 그 이상의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앞서 이야기한 사건들을 훑어보며 각 사건들의 진정한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튜버들의 욕심이 낳은 참혹한 결과물

 

지난 10일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에는 일부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이 전 애인의 폭력, 강요, 협박, 금품 갈취 등에 시달린 유튜버 쯔양의 과거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에게 수천만 원을 요구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이버 렉카는 인터넷을 의미하는 사이버(Cyber)에 견인차를 의미하는 렉카(Wrecker)를 더한 신조어로, 특정 사건에 대해 당사자를 비난하는 영상을 게시하며 조회수를 끌어모으는 이슈 유튜버를 의미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당사자인 쯔양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실 관계를 밝혔다. 이후 자신과 관계자, 제3자들에게 무분별한 2차 피해가 확대되었다며 사이버 렉카들을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당사자인 유튜버 카라큘라 미디어, 구제역 등은 이번 사건이 조직적 음해에서 비롯되었음을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협박 정황과 증거를 담은 쯔양의 2차 라이브 방송을 통해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의 당사자를 ‘악성 콘텐츠 게시자’로 규정하며 엄정 대응과 범죄수익 환수,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가할 것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다른 사람의 결점이나 불행을 자극적인 영상으로 제작하여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받는 것도 모자라, 영상을 제작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을 수수한 사이버 렉카 유튜버의 민낯을 보여줘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아울러 과거 사이버 렉카 유튜버에 의해 발생했거나 2차 가해를 일으킨 조두순 관련 민폐 사건, 지드래곤 마약 투약 누명 사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이 재조명되며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는 추세이다.


사회적 질타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튜버들이 사이버 렉카와 같은 행위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폭발적인 조회수와 그를 통한 수익 창출 때문이다. 사이버 렉카 유튜브는 당시 이슈가 되는 내용을 매우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전달하기 때문에 조회수가 높다. 이는 곧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시청 수익과 광고 수익으로 이어진다. 심석태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지난 21일 YTN 열린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유튜브 생태계를 보면 명분을 앞에 뭐라고 내세우든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정글 같은 곳이 됐다”며 비판적 시선을 제시했다.

 

과열되는 유튜브, 기름 붓는 ‘슈퍼챗’

 

지난 15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는 지지자 간 몸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의 연설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격한 야유와 욕설을 보냈고, 이를 저지하려던 다른 지지자들이 충돌하며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한 유튜브 영상에는 연설회장에서 쫓겨난 뒤에도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는 두 지지자의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해당 폭력 사태가 극렬 정치 유튜버 간 몸싸움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했다. 현장 영상에 따르면, 자신의 채널에 원희룡 후보를 지지하는 영상을 올리던 유튜버 김 모 씨는 한동훈 후보가 연설 무대에 오르자 수차례 “배신자”라며 소리쳤고,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영상을 올리던 유튜버 황 모 씨가 김 씨의 뒷목을 치며 몸싸움으로 번졌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추가로 몸싸움에 가담한 유튜버 윤 모 씨까지 총 3명의 유튜버에 대하여 전당대회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들을 정치 유튜버에서 연설회의 ‘난동꾼’으로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시청자의 ‘슈퍼챗’이다. 슈퍼챗(Super Chat)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가 일정 금액을 내고 자신의 채팅을 강조하는 후원 시스템으로, 주로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유튜버를 후원하기 위해 사용한다. 유튜브 채널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유튜브 슈퍼챗 순위 톱10 중 4개, 2022년에는 7개가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이며, 이들의 슈퍼챗 추정 수익은 2~4억 원에 달한다.


이에 일부 극렬 정치 유튜버들은 정당 행사를 따라다니며 특정 후보를 맹목적으로 비난하고, 이를 실시간 방송으로 송출하여 슈퍼챗 수익을 얻으려고 한다. 더 많은 슈퍼챗을 얻기 위한 유튜버들의 발언과 행동은 점차 자극적으로 흘러가고, 시청자들은 이에 환호하며 더 많은 후원을 보내는 악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법적 공백에 논쟁은 깊어져만 가고

 

지난 6월 한 유튜버는 자신의 채널에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그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를 게시했다. 해당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졌다. 댓글에선 “임신 36주 차 태아를 낙태하는 행위를 살인죄나 다름없다”는 의견과 “낙태 역시 개인의 자유이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논쟁이 길어지자 보건복지부는 7월 12일 해당 유튜버와 그녀를 수술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해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16일 성명서를 내고 “A 씨 유튜브 영상 내용을 모두 믿을 수 없지만, 태아 살인이라는 국민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발표하며 집도의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은 16일 해당 사건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배당하여 엄정 수사할 것을 밝혔다.


의료계는 이번 논란의 원인을 낙태 관련 법률 기준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2019년 이전까지는 모자보건법 제14조(임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해당하는 사유를 제외한 모든 낙태가 불법이었으며, 사유에 적합한 경우일지라도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에 의해 임신 24주 차 이내의 태아에 한하여 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개정 시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 법률이 발의되지 않아, 형법상 낙태죄는 효력을 상실한 채 명확한 규정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번 논란의 원인을 법률 공백에서 찾는 이유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나라는 비윤리적인 낙태 행위에 대해 어떤 법적 제재도 불가능한 무법지대로 방치됐다”며 “개선 입법 기한을 3년 이상 넘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회나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18일 인공임신중절 관련 법 제도 개선방안 간담회를 개최,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법무부, 식약처 등 관련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법적 공백으로 당사자와 의료진 모두가 불안해하는 만큼, 빠른 기준 마련과 입법 절차가 절실한 상황이다.

 

‘답게’ 산다는 것은

 

최근 발생한 세 사건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매개체로 한데 모였지만, 결국 그 원인은 유튜브의 콘텐츠 제재 기준과 방만한 운영 행태보다는 부적절한 상황을 만든 유튜버와 이를 조장하고 지원한 시청자, 그리고 적절한 법적 테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입법 체계에 있었다. 유튜버가 ‘유튜버답게’ 영상을 만들고, 시청자가 ‘시청자답게’ 부적절한 영상에 대처하고, 입법자가 ‘입법자답게’ 법적 공백을 적절히 메우는 등. 모두가 ‘답게’ 행동했다면 이번 사건들은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없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혐오와 갈등의 시대다. 남녀, 세대, 종교, 이념, 장애, 성적 지향성, 남북, 지역 등 차이를 보이는 모든 분야에서 갈등은 발생하고, 인터넷과 뉴미디어는 익명에 숨어 이를 부추긴다. 건전하고 바람직한 뉴미디어 환경은 한 명의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그보다는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유튜브를 이용하고 관리하는 모두가 사용자다운, 시청자다운, 관리자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당장 바람직한 뉴미디어 환경을 만들어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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