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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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세계로 나아가는 한글, 그 속도에 발맞춰야 할 때

늘어나는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 최근 4년간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 약 132만 명
유학생 10명 중 8명 한국 취업을 원하나, 국내 취업률은 8%에 그쳐

한류 열풍과 함께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7,700만 명이며, 미국과 홍콩 등 세계 각지에서 대입 시험에 외국어 과목으로 한국어를 채택하고 있다.

 

한글은 세계 문자 가운데 글자를 만든 원리가 전해지는 유일한 문자로, 혀의 위치와 입술 모양, 발음 기관 등을 파악해 만든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글자다. 한글은 24개의 자모음 결합을 통해 문자를 구성하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어, 초심자도 단시간 안에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n분만에 한글 읽기’와 같은 다양한 해외 콘텐츠도 다수 존재한다.

 

이처럼 입문 장벽이 낮은 한글의 특성은 한류 열풍과 맞물려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 수의 증가로 이어졌다. 한국어능력시험 TOPIK의 경우, 최근 4년간 94개 국가에서 누적 약 132만 명이 응시했다. 외국어 학습 앱인 듀오링고 한국어 학습자 역시 2년 전에 비해 95% 성장하는 등 한국어 학습자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를 취미로 접한 이들은 점차 한국 유학, 한국 기업 취업 등을 목표로 삼으며 취미 이상의 학습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세종학당 수강생의 한국어 학습 목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4%가 한국 유학, 23.1%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 17.6%가 한국기업 근무 또는 취업을 위해 한국어를 학습한다고 응답했다.

베트남 호치민의 한 세종학당에서 예비 교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한국어 학습자의 내재적 동기에 관한 질문에 “한국어 학습자의 경우 한국 드라마, 케이팝 등에 관한 관심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한국어로 관심이 옮겨지고, 이후 곧 외재적 동기가 생기는 경우를 많이 봤다. 보통 한국 회사에 취업하거나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하여 졸업요건을 갖추기 위해, 한국 사람과의 결혼을 위해 배움을 지속하는 경우다. 사실 한국어 학습자는 내재적 동기, 외재적 동기를 동시에 갖고 있기에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오히려 더 실용적인 수업을 원하는 학습자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태국 중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B씨는 “전체 40명 중 과반수가 한국 관련 진로를 희망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어 선생님, 통·번역가, 한국과의 외교 관련 직업 종사자 등이다. 그렇기에 학생 대부분은 꿈을 이루기 위해 본인이 원하는 대학의 한국어과에 입학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후에 한국 대학으로 유학 또는 한국 취업을 원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도 꽤 있다”며 한국어 학습 목적에 관해 비슷한 답변을 이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학 (4년제 및 전문대, 대학원) 유학생 수는 약 16만 명으로 2010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9월 잡코리아에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 1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학생 10명 중 8명이 한국 취업을 원하나, 유학생의 국내 취업률은 8%에 그치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비자 문제, 한정적인 취업정보와 구인분야가 낮은 취업률의 원인이다.

 

한국어 교사 B씨는 “지금 한국은 심각한 인구 감소 상태로 미래에는 단순 노동자나 기술자의 인력 수입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의 해외 이민자 수용이 필요할 거다. 그런 점에서 한국어에 관심 있어 하는 국가 수의 증가에 초점을 둔 한국어 교육의 세계화를 넘어서 실질적으로 한국에 와서 일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두고 다각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어 우수 학생들에게 한국 유학과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투자가 더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며 앞으로의 한국어 학습 지원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세종학당 예비교원인 A씨도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곧 한국이라는 나라의 영향력이 확장되는 것과 같다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에는 환호하면서 우리가 이주민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대한지 의문이다. 사실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해당 나라에 대한 선망이나 동경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언어권의 학습자들이 한국어를 배우면 자연스럽게 한국에 오고 싶어 하고,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현상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과연 우리는 다양한 국적의 한국어 학습자들이 한국에 유입되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싶다”고 전했다.

 

지난달 법무부는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신(新) 출입국·이민 정책’으로 첨단분야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톱 티어 비자’와 6·25전쟁 참전국과 경제 협력국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 드림 비자’를 발표했다. 해당 제도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이외에도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국내에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등 비자 제도를 적극 개편 중에 있다.

 

백성을 가르치는 올바른 소리 훈민정음. 창제 당시 누구나 배우기 쉽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한글이 50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전 세계인이 찾는 바른 소리가 됐다. 한류 열풍의 일환으로 성장한 세계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얼마나 더 많은 국가에 전파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수 성적을 취득한 학생을 전문 인력으로 키워 국가 경쟁력 제고를 추구해야 할 때이다.

 

 

채다송 기자 (shuangyun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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