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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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도서관 사물함, '부르는 게 값'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이용 요금의 최소 ‘10배’, 도서관 사물함 ‘웃돈 거래’
소극적인 한국외대 도서관의 대처
수강신청 ‘강의 매매’는 어떻게 막았나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도서관 내 사물함이 공식 이용 요금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 측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도서관 5층 사물함. 사진=김민기 기자

 

[도서관 사물함 ‘웃돈 거래’]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서, 많은 학생이 무거운 짐을 들고 도서관에 방문한다. 학생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도서관 내 위치한 사물함으로 향한다. 현재 도서관에서는 1인 1함을 원칙으로, 총 676개(2~5층 각 169함)의 사물함을 학생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안내하는 사물함의 이용 요금은 1개월에 2천원, 3개월에 5천원이다.

 

▲ 도서관 사물함 이용요금 안내. 사진=한국외대 도서관 홈페이지

 

하지만 사물함 개수가 한정적이기에, 희망하는 모든 학생이 이용할 수는 없다. 현행 이용규칙상 이용 기간 또한 무제한으로 연장 가능하기 때문에 이용권의 순환도 원활치 않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학생 간 웃돈 거래’를 유발했다. 현재 도서관 사물함의 이용권은 이용권을 가진 학생이 원하는 학생에게 ‘웃돈’을 요구하며 되파는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 더 이상 도서관 사물함의 이용은 서비스 제공자인 도서관 측과 학생 간의 거래가 아니다.

 

▲ 한국외국어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사물함 거래글이 업로드되고 있다. 사진=에브리타임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살펴본 결과, 사물함 이용권은 사물함의 위치거래 시기에 따라 2만원부터 8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 도서관 사물함 이용방법 설문조사 안내. 사진=한국외대 도서관 홈페이지

 

[사물함 웃돈 거래, 도서관의 대처]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도서관은 ‘사물함 웃돈 거래’ 상황을 알고 있을까. 도서관 측도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2023년 2월, 도서관 학술정보팀은 ‘연장 횟수에 제한이 없어 장기 독점하거나, 부당하게 사물함을 거래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사물함 이용 방침을 변경할 계획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6일간 사물함 이용 방침 변경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도서관 측의 대안은 사물함 사용기간에 대해 ‘연장 횟수를 기존 무제한에서 1회로 제한하는 것’과 사물함 신청 방식에 ‘도서관 승인 단계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 도서관 사물함 이용방법 설문조사 결과. 사진=한국외대 도서관 홈페이지

 

하지만 설문 응답자(407명)중 각 80%, 51%현행 방식에 투표하며 현행 유지로 결론지어졌다. 이후에도 도서관 측은 사물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7월 사물함 120함을 추가 설치했지만, 사물함 웃돈 거래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도서관 측의 사물함 추가 설치 시점 이후 에브리타임에 게시된 ‘도서관 사물함 거래 글’은 약 70건으로 사물함 거래는 여전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구면입니다”, 학생 간 금전 거래 문제]

한국외대는 이전에도 학교 서비스에 대한 ‘학생 간 금전 거래 문제’에 직면한 경험이 있다. 수강 신청 기간동안 강의를 사고파는 ‘강의 매매’이다. 2021년 1학기까지의 한국외대의 수강 신청 시스템은 학생이 수강 취소를 할 경우, 즉시 여석이 발생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판매 학생과 구매 학생이 시간만 맞춘다면, 강의가 개인적으로 거래될 수 있었다. 수강 신청한 과목을 매매 또는 거래할 경우 징계의 사유가 된다는 학교 측 경고에도 매매가 끊이지 않자, 학교 본부는 2021년 2학기부터 취소로 발생한 여석에 대해 시차를 두어 신청하게끔 하는 ‘취소-시간차 수강신청제’를 도입하여 매매를 방지했다.

 

‘도서관 사물함 웃돈 거래 문제’도 학교 측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학생 간 사고 판다는 점에서 ‘강의 매매’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까지 도입했던 ‘강의 매매'때와는 달리, ‘사물함 매매'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조치만 취하고 있다.


 

▲ 시험기간, 학생들이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사진=김민기 기자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A씨(한국외대, 4학년)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도서관 사물함 웃돈 거래 문제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관행인 것처럼 묵인하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며 “다시 설문을 하든, 돈거래를 못하게 하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 사물함 웃돈 거래’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작년 2월 도서관이 실시한 사물함 관련 설문조사의 응답자 407명은 시험기간 일 평균 도서관 이용객 4-5000명의 10분의 1에 그쳤다.

 

 

김민기 기자 (alsrl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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