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알자며 뉴스를 켠 대학생들은 어려운 용어들, 이해하기 힘든 정치 시스템, 전후 상황을 모른 채 발생해버린 사건·사고로 가득 찬 뉴스에 이내 TV를 꺼버리고 말죠. 진입 장벽이 높아진 뉴스,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워진 뉴스, 지금이야말로 ‘뉴스를 위한 뉴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태섭의 뉴위뉴]가 여러분이 뉴스를 끄는 대신, 누구보다 뉴스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치 뉴스는 너무 어려워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뉴스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은 정치 뉴스입니다. 물론 볼 때마다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뉴스, 당내 문제를 처리하느라 민생은 뒷전인 정당들의 뉴스를 보기 싫은 것도 크겠지만, 일반적으로 정치 뉴스가 가장 어려운 이유는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입니다.
글의 진입장벽은 크게 두 가지, 논리 구조와 용어에서 형성됩니다. 아무리 쉬운 글이라도 전후 논리 구조가 전혀 맞지 않는다면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아무리 논리 구조가 탄탄해도 어려운 용어가 너무 많다면 더는 읽고 싶지 않겠죠. 아무래도 뉴스는 후자에 가까울 텐데요.
그럼에도 정치 뉴스를 보며 우리의 숨이 턱 막히는 이유는 우리가 정당의 구조를 모르고, 정치인들의 이름 뒤에 달린 수많은 직위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당에는 수많은 대표와 장이 있죠.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대변인도 따로 있고요. 정책 하나만 놓고 보아도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 발의하는 사람, 홍보하는 사람이 각각 다르죠. 정치 뉴스를 가벼운 마음으로 보려면 일단 이 모든 ‘이름’들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김태섭의 뉴위뉴] 두 번째 시간에는 정당의 기본적인 구조와 주요 직위, 그들의 역할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당연하지만 정당에는 워낙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고, 그들의 직책과 역할은 당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따라서 정당의 모든 인물들을 하나하나 뜯어서 살펴보기보다는,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 위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Q. 그래서 정당이 정확히 뭔가요?
정당법에서는 정당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정의합니다. 너무 길죠? 쉽게 말하면 특정한 주장이나 정책 추진을 통해 정권을 획득하려는 단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최종 목표가 ‘정권의 획득’에 있다는 데에서 다른 이익단체나 비정부기구(NGO)와 구별할 수 있죠.
Q. 정당의 기초적인 구조가 궁금해요.
우선 정당은 기본적으로 중앙당과 시·도당으로 구분합니다. 중앙당은 정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이자 공식적인 본부 역할을 수행하고, 시·도당은 중앙당의 정책과 방침을 지역 단위로 실현하는 등 지역 주민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국민의힘 경남도당 같은 식으로요. 여러분들이 뉴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중앙당 소속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너무 복잡해요. 뉴스에 제일 자주 나오는 대표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세요.
당 대표는 말 그대로 당을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이자 당의 얼굴입니다. 정책, 선거, 소통 등 당에서 실시하는 모든 활동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당의 최종적인 방향성을 결정하며, 중앙당과 시·도당을 연결하는 역할도 수행하죠. 아마 대통령을 제외한다면 뉴스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당 대표는 일반적으로 ‘전당대회’라는 과정을 통해 선출합니다. 전당대회는 대의원들이 모여 ▲ 당 대표 등 정당 지도부 선출 ▲ 대통령 후보자 선출 ▲ 주요 선거 이전 당원 결집 유도 ▲ 당 정책 소개 및 토론 등을 진행하는 행사입니다. 대의원은 어렵게 생각할 건 없고, 그냥 국회의원과 주요 당직자들, 당에 꾸준하게 후원한 사람들이 선출한 지역 대표 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당의 다양한 인사들이 모여 선출하는 것이 당의 1인자인 당 대표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네요.
이렇게 보면 당의 모든 권한은 당 대표로부터 나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 당 대표는 수많은 이해관계 사이에서 가장 고통받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정당에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하나의 목표와 이념을 가지더라도, 그 목표에 다다르는 과정을 다르게 보는 경우도 많거든요. 흔히 뉴스에서 친윤계, 친명계, 친문계라고 부르는 것들이 대표적인 당의 계파입니다. 당 대표나 대통령 정도가 되면 당에서 본인의 계파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뉴스에서는 이렇게 간략하게 부르곤 합니다.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 라인’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죠.
Q. 뉴스에 원내대표라고 나오는 사람은 당 대표랑 다른 사람인가요?
다릅니다. 당 대표가 당의 1인자라면, 원내대표는 당의 2인자 역할을 하죠. 보통 뉴스에서 “○○당 투톱”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는데, 십중팔구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함께 묶어서 부르는 표현입니다.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아우르는 자리라면 원내대표는 당원 중에도 원내, 즉 현직 국회의원을 아우르는 자리입니다. 수많은 당의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대표라고 부를 수 있는 자리죠. 그렇기 때문에 대의원들이 모두 모여 선출하는 당 대표와는 달리, 원내대표는 현직 정당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의원총회에서 선출하고요.
모든 국회의원들이 그렇기는 하겠지만, 원내대표의 영향력은 특히 국회 내에서 빛을 발합니다. 국회의원들의 발언과 법률안, 정책과 의견은 대부분 원내대표를 거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각 당의 원내대표는 대부분 국회 상임위원회 중 국회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소속되는데, 간단히 말하면 국회 운영에도 밀접하게 관여하게 된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우선은 국회에서 그만큼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크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합시다.
얼핏 보면 원내대표는 본인 당 국회의원들의 결집에만 관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원내대표의 업무 대부분은 타 정당 원내대표와의 합의로 이루어집니다. 회의 일정 변경, 비대면 회의 전환, 내용 공개 여부 등 기본적인 업무부터 안건 심사기간, 발언 및 표결 방식, 출석 요구, 대정부질문 등 국회의 핵심 업무 조정에는 반드시 교섭단체 원내대표 사이의 협의가 필요하거든요. 실제로 국회법에서 ‘협의’라는 내용을 검색해 보면 대부분이 교섭단체 대표의원, 즉 원내대표의 협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내대표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겠네요.
Q. 순위로 나열하니까 확실히 기억이 쉬운데, 당 3인자도 정해져 있나요?
일반적으로 대표와 원내대표 이후로는 뉴스에서도 딱히 순위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순위가 조금 더 기억하기 쉬울 테니 다음 두 명만 더 짚어보겠습니다. 보통 당의 3, 4인자로는 사무총장, 혹은 정책위원회 의장을 꼽는 경우가 많죠. 사무총장은 뉴스에 거의 나오지 않아서 ‘당에도 유엔처럼 사무총장이 있어?’라며 놀랄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사실 당의 사무총장은 뉴스에 자주 등장하지 않을 뿐, 실질적인 당의 사무를 책임지는 요직입니다.
사무총장의 다양한 업무 중 핵심은 인사와 재정입니다. 어떤 단체든 사람과 돈을 움직일 수 있는 자리는 중요하잖아요? 정당은 더더욱 그렇겠죠. 사무총장의 영향력은 선거 기간에 빛을 발합니다. 정당에서 누구를 후보로 추천할지, 선거 전략을 어떻게 할지 등에서 사무총장이 많은 역할을 하거든요. 당연히 이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당내 갈등의 수습도 사무총장의 주요 역할로 분류됩니다. 원내대표가 국회의원들의 중재자라면, 사무총장은 정당의 중재자라고 비유하면 되겠네요.
사무총장과 달리 뉴스에 꽤나 자주 등장하는 정책위원회 의장은 흔히 정책위의장으로 줄여서 표현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정당법에서 정의하는 정당의 핵심 기능 두 가지는 ▲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및 지지 ▲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 추진입니다. 첫 번째 기능에서는 사무총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면, 두 번째 기능에서는 정책위의장이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겠죠.
정당이 무언가 활동을 하려면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을 수립하고, 그 주장들을 모아 방향성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이 과정에서는 현재 시행되는 정책부터 대외 및 경제적 상황, 민심, 예산, 해외 사례 등 수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책을 검토한 뒤 대응책도 마련해야 하고, 걸림돌이 될 법률은 없는지, 시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안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도 고려해야 하죠.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자리가 바로 정책위의장이 아닐까 싶네요.
Q. 당에서는 무슨 일이 있으면 항상 최고위원회의를 하던데, 위에 나온 사람들은 전부 참석하나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우선 최고위원회의(혹은 최고위원회)는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 책임기관입니다. 당에서 어떠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최고위원회의를 거쳐가야 하죠. 당의 예산 심의, 당직자 추천 및 심의, 특정 회의 개최 등 주요 업무는 마지막에 최고위원회의를 통과해야만 집행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최고위원회의는 일반적으로는 주 1회 열리지만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혹은 재적위원 1/3이 요구할 때 추가로 열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도, 아무 일도 없을 때도 최고위원회의는 주기적으로 열린다는 의미겠죠.
최고위원회의의 구성은 정당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당연히 참석해야합니다. 정책위의장의 경우에는 참석하는 정당도, 그렇지 않은 정당도 있습니다. 사무총장은 규정상 참여할 의무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정당에는 최고위원회의 기본 구성원 이외에도 안건 심의에 필요한 사람을 출석시킬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정당의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은 자주 출석할 수밖에 없죠.
이외에도 최고위원회의에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구성원을 최고위원이라고 부릅니다. 최고위원은 보통 일부는 전당대회에서, 나머지는 당 대표가 지명하고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를 거쳐 임명합니다. 최고위원은 앞서 언급했듯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 심의, 당직자 추천 등을 진행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지만, 사실 주요 정당의 최고위원들은 당의 유력 국회의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곧 당의 의견을 담은 발언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영상들 중 많은 부분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췌한 것이기도 하죠.
Q. 그렇다면 정당에서 뉴스에 제일 자주 나오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무래도 대표나 원내대표를 빼면 대변인 아닐까요? 당에는 엄청나게 많은 대변인이 있거든요. 그냥 대변인, 부대변인, 대변인을 대표하는 수석대변인, 당사에 상주하며 일상적인 홍보 업무를 수행하는 상근대변인, 현직 국회의원들의 전반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원내대변인과 원내부대변인, 이외에도 젊은 세대의 청년대변인을 임명하거나, 법률대변인 등 특정 분야의 대변인을 임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변인은 정당에만 있는 제도는 아니기 때문에, 업무는 대충 짐작이 가실 것 같습니다. 정당을 대표하여 당의 의견이나 태도를 발표하고, 언론과 접촉하여 질문을 받고, 브리핑이나 논평을 작성하는 역할은 대부분 대변인의 몫입니다. 흔히 패널들과 함께 뉴스를 진행하는 뉴스룸에서 고정 패널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대변인인 경우가 많죠. 당이 진행하고 있는 법안이나 제도에 대한 대국민 홍보 역시 대변인의 몫입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당의 의견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누구보다도 중요한 직책에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Q. 뉴스에 자주 나오는 ‘비대위’도 중요한가요?
중요하죠. 비대위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줄임말인데요. 말 그대로 당에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도입되는 기관입니다. 비대위가 만들어지는 기준은 정당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당 대표가 궐위, 그러니까 사망·파면·해임·판결 등에 의해 더 이상 직책을 수행할 수 없을 때나 일정 수 이상의 최고위원이 궐위되었을 때 만들어집니다.
비대위는 지도부를 대신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일단 비대위가 생기면 남아 있던 지도부들도 모두 권한이 중지되고, 새로 만들어진 비대위가 지도부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죠. 이 경우에는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대표 역할을, 비상대책위원이 최고위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렇게 지도부의 역할을 그대로 받아서 수행하다가,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 해체하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다면
비상대책위원회와 관련해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최근 정치계에서 과도하게 반복되는 비대위 체제는 결국 정당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리라 확신합니다. 당내 갈등에 따른 비대위 체제 돌입, 선거 패배에 따른 비대위 체제 돌입, 당정 갈등에 따른 비대위 체제 돌입, 사유도 참 다양하죠. 비상대책위원회가 도입된다는 것은, 이전의 당 지도부가 가지고 있던 정책이나 이념, 당의 방향성이 송두리째 바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의 지속성과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죠.
정당은 이념이 어떻든, 핵심 가치가 무엇이든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입니다. 물론 지도부가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면 비대위 체제는 불가피하겠지만, 단순히 내·외부 인사 갈등에 따른 불신임은 당의 방향성을 흐트러트리는 동시에, 민생 대신 내부 수습에만 집중하는 형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손해는 국민들의 몫이죠. 지속 가능한 정당 조직 체계를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도 급선무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