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7 (월)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알리어답터] 한국외대 출신 통·번역사를 찾아서

‘알리’고 싶은 사람
앞으로 통·번역의 미래는?
“통·번역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다”
“경쟁력을 갖추고 자신만의 강점을 만들 것”

* [알리어답터]는 ‘외대알리’와 ‘얼리어답터’의 합성어로, 외대알리의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많은 외대생들이 궁금해 했지만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인터뷰이의 진솔한 목소리를 왜곡 없이 전하겠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언어 전공을 운영하는 한국외대에는 다양한 언어를 활용한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인다. 이에 외대알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해 현재 필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통·번역사 두 분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첫번째로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 중인 정성민 통·번역사를 만났다.

 

▲정성민 통·번역사의 모습 사진= 본인 제공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통·번역 연구자이자 실무자로 활동 중인 정성민입니다. 현재 한국외대와 고려대-맥쿼리 통·번역 과정에서 강의하며, 한영/영한 번역뿐만 아니라 *카피라이팅과 *트랜스크리에이션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파푸아뉴기니에서 자라며 다중언어 환경에 노출되어 한국어, 영어, *톡피진을 모국어 수준으로 익혔습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자퇴한 후 한동대학교에서 언어학과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카투사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4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통·번역을 공부하고, 옥스포드대학에서 한국학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현재는 예술, 문화, 디자인, 게임, K-Pop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번역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학부 시절 시작한 통·번역이 이제는 제 정체성이자 전문성이 됐습니다.

 

*트랜스크리에이션(Transcreation)은 번역(Translation)과 창작(Creation)을 결합한 개념으로,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원문의 의도, 감성, 문화적 요소를 고려하여 창의적으로 현지화하는 과정이다.

*카피라이팅(Copywriting)은 광고, 마케팅, 홍보 등의 목적을 위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행동을 유도하는 글을 유도하는 작업이다.

*톡피진(Tok Pisin)은 파푸아뉴기니에서 사용되는 크리올어(Creole language)다. 영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지 언어 및 독일어, 말레이어 등의 영향을 받아 발전했다.

 


  Q. 다양한 학력과 경력을 쌓으셨는데,  통·번역사가 된 계기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어릴 때부터 여러 언어와 문화가 섞인 환경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통·번역을 익혔고, 이를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학 시절, 교내 소식을 늘 늦게 전달받아 불편해하시던 외국인 교수님의 요청으로 교내 소식지를 번역하며 처음으로 수입을 얻었고, 이후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통·번역을 직업으로 삼게 됐습니다.

 


  Q. 전공 수업이 통·번역 실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혹은 직접 경험하신 사례가 있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A. 통·번역 전공의 가장 큰 실무적 가치는 체계적인 피드백 시스템입니다. 실무에서는 의뢰인이 상세한 피드백을 주지 않기 때문에, 전공 과정에서 교수와 동료로부터 받는 피드백이 매우 중요한 학습 기회가 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취약점과 오류 패턴을 인식하고 개선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학 1학년 때 처음 체계적인 비평을 접하면 위축되고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문가로 성장하는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이를 통해 겸손함을 배우고, 객관적인 자기 평가 능력을 키우며, 지속 가능한 전문가적 태도를 형성하게 됩니다. 실무에서는 부정적 피드백을 건설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전공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이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는 반면,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통·번역 전공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태도와 방법을 익히는 핵심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통·번역사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역량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기본적인 내용 말고, 덜 이야기되는 중요한 부분을 공유하고 싶어요. 첫째, ‘자기 진화 능력’은 스스로 피드백하고 개선하는 힘입니다. 통역에서는 '모니터링'이라 불리며, 실시간으로 자신의 실수를 점검하고 수정하는 능력입니다. 번역도 마찬가지로 자기 작업을 객관적으로 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메타 인지력이 핵심이죠. 둘째, ‘체력 관리’는 필수적입니다. 장시간 번역 작업을 하려면 강한 집중력과 체력이 필요하며, 실제로 많은 통번역 전문가들이 운동과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합니다. 체력이 무너지면 업무 수행이 어려워지므로, 꾸준한 운동이 필수입니다.

 


  Q. 마케팅과 같은 홍보 목적의 번역과 일반적인 정보전달 번역 시, 차이를 두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모든 텍스트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숨은 의도와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마케팅 번역은 원본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며, 독자가 자연스럽게 의미를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원본과의 차이가 크면 의뢰인이 당황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컨셉 설명과 설득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 '공산품'이라는 단어를 번역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님 세대의 '표준규격'이나 '제도적 신뢰' 같은 의미가 숨어있어요. 반면 '수제'는 2010년대부터 '정성', '장인정신', '개성' 같은 의미를 담게 됐죠. 그래서 단순히 factory-made나 hand-made로 번역하면 안 되고, 상황에 따라 home-made나 old-school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마케팅 번역은 원문과 꽤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어요. 그만큼 의뢰인과의 긴밀한 소통과 신뢰가 중요하죠. 물론 이런 노력을 해도 잘 안 맞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빨리 포기하는게 서로를 위해 좋더라구요. 맞지 않는 관계를 억지로 끌고 가면 더 힘들어집니다.

 


  Q.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통·번역 분야도 변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A. 통·번역은 다양한 하위 분야가 있어 일괄적인 전망이 어렵습니다. ‘의료·법률 통역’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통역사의 역할은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한국은 아직 복지 차원의 통역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며, 팬데믹 이후 서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국제회의·비즈니스 통역’은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용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신뢰도와 자연스러움에서 여전히 인간 통역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AI 통·번역이 보완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완전한 대체는 어렵습니다.

 

생성형 AI의 번역’ 기능도 마찬가지로 환각, 맥락 오류, 진부한 표현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숙련된 번역가에게는 강력한 보조 도구지만 초보 번역가는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특히 AI가 생성한 번역문은 초안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는 언어적 판단력이 필수적입니다.
 

한편, AI를 활용한 번역·글쓰기 과제 제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학생들의 윤리적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번역을 결과물 중심으로 교육해 온 방식의 영향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은 단순한 생산물이 아니라 원문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되며, 직접 번역해야만 글의 흐름과 함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결국, 번역 과정 자체가 학습이며, 이해 없이는 제대로 된 번역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현재 저는 다양한 번역 도구와 AI 서비스를 베타 테스트 단계부터 사용하며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정리하는 중 몇 가지 역설적인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첫째, 초보 번역가는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경력자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 둘째, 경력자들은 새로운 기술 학습을 기피하거나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점. 셋째, 초보 번역가는 기본기를 다지기보다 AI 번역 결과물에 의존해 실력 향상의 기회를 놓친다는 점. 결국, AI 번역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 번역사의 역할과 전문성은 여전히 중요하며, 효과적인 AI 활용 능력을 갖추는 것이 향후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통·번역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통·번역은 과정이자 수단이며, 우리가 다루는 것은 결국 타인의 메시지입니다. 그러나 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우리의 언어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스스로 담고 싶은 가치 있는 내용을 선택적으로 채워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에서는 언어를 전환하는 기술을 배우지만, 실무에서는 ‘무엇을, 왜’ 전달할 것인가라는 본질적 고민을 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타인의 메시지를 다듬는 것뿐만 아니라, 자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옵니다.

 

따라서 통·번역 역량을 키우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언어를 꾸준히 정리해야 해요. 통·번역이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신지현 통·번역사를 찾았다.

 

▲신지현 통·번역사의 모습 사진= 본인 제공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통·번역사 신지현입니다. 저는 현재 프리랜서로 에이전시에서 일을 받아 통·번역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어영문학과 출신이고, 추가적으로 회계와 재무를 공부했습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이후에는 회계사 일을 하다가 현재는 통·번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제, 경영, 회계 쪽 분야를 전문적으로 번역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문학, 예술에 관심이 있어 이와 관련된 번역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학력과 경력을 쌓으셨는데, 통·번역사가 된 계기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영어영문학과에서 영어를 전공하기도 했고, 언어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도 언어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주변에서도 언어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글을 읽고 쓰는 것도 좋아해서 고민을 하다 통·번역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Q.  통·번역사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역량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우선 순발력과 정보 탐색 능력이 중요하며, 다양한 분야의 통·번역을 위해 미리 공부해야 합니다. 다양한 주제의 번역을 해야 하는 만큼 정보를 찾고 식별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쓰기·읽기·말하기·듣기의 균형이 중요하며, 단순히 번역 언어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와 번역 언어 모두에서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문해력과 독해력을 길러야 하며, 긴 호흡의 어려운 책과 문장을 읽으며 이해력, 문장력, 표현력을 향상해야 합니다.

 

끝으로, 통·번역하다 보면 우리나라 말로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한 단어들이 존재하는데 특히 기술 언어 번역은 쉽게 풀어쓰는 것보다 원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전문가들이 주로 읽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쉽게 설명하면 오히려 이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통·번역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통·번역 실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무 경험입니다. 책이나 영상도 도움이 되지만, 직접 번역을 시도하며 연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혼자서 다양한 번역을 해보면서 점차 스킬을 쌓아 나가세요. 업계 전망이 밝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쟁력을 갖추고 자신만의 강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문성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다양한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번역은 꾸준한 학습과 준비가 필요하며, 미리미리 경험을 쌓고 실력을 다져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AI 번역 도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 번역사’의 역할과 전문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지속적인 학습과 실전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사가 현실적인 도움과 동기부여가 됐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인터뷰를 통해 통·번역이라는 분야가 단순한 언어 전환을 넘어 깊은 이해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임을 알 수 있었다. 두 분의 경험과 조언을 통해, 통·번역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지, 그리고 실무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찾았길 바란다.

 

 

최우성 기자(woosung7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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