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 웃고 지나칠만큼 허황된 정보라도 누군가는 진지하게 믿어 피해가 발생합니다. [잘못알리] 시리즈는 팩트체크를 통해 제대로 된 맥락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가짜뉴스에 무감한 미디어를 비판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1주일에 4번 훠궈 먹다 입 안에 흰 반점….”암이라니”’
‘일주일 4번 ‘이 음식’ 폭풍 흡입, 결국 구강암 생겨…’
‘MZ들이 일주일에 두 번은 먹는 ‘이 음식’ 자칫하면 구강암 걸릴수도’
‘훠궈 중독 40대 여성, 입안 흰 반점 ‘암’이었다’
충북 제천시에서 훠궈 식당을 운영하는 오 씨(38)는 지난 7일 기사 몇 개를 전송 받았다. 일주일에 4번씩 훠궈를 먹다 입 안에 흰 반점이 생겨 병원을 찾았더니 구강암 진단을 받았다는 중국 여성 왕 씨의 이야기였다. 같은 내용의 기사가 이틀간 인터넷 언론 포털사이트 약 15곳에 올라왔다. 오 씨는 “언론이 특정 음식에 대한 근거없는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강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훠궈를 지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부 언론은 중국 의사의 인터뷰를 인용해 "입 안 점막은 60도까지 견딜 수 있는데, 훠궈는 120도까지 올라가 입 안 점막을 태워 구강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화상을 입을만큼 뜨거운 훠궈를 입 안에 넣지 않는 이상 훠궈와 구강암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의미다. 국제암연구소 역시 "매우 뜨거운 음료를 마시는 것은 구강암을 유발할 위험성을 높인다"고 강조하면서도 '식혀먹기'를 통해 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가암정보센터가 발표한 구강암 발병 원인은 흡연 및 음주, 바이러스, 불량한 구강 위생 등이다.

한국 언론이 퍼 온 기사의 원본은 지난 2일 ‘차이니즈 헤럴드’가 보도한 내용이다. 해당 기사에 등장한 난징 제2병원 쉬한펑 원장은 “훠궈 같은 뜨겁고 매운 음식을 자주 먹으면 입 안에 백반증이 생길 확률이 올라가고, 이 중 50% 이상이 구강암으로 번질 수 있다”고 밝혔다. 뒤이어 “구강암이 발생하는 것은 다른 많은 요인과도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남성 환자의 장기 흡연과 잦은 음주는 명백한 원인이다”라고도 설명했다.
한국 언론은 쉬한펑 원장의 인터뷰에서 앞부분만 인용해 기사에 실었다. 원본 기사에서 밝힌 구강암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지는 쓰지 않고, 마치 훠궈가 주 원인인 것처럼 헤드라인과 본문을 작성한 것이다.
몇몇 기사는 한국의 구강암 발생자 수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 암 발생에서 구강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되려 낮아졌다. 중앙암등록본부에 의하면 2017년 구강암이 전체 암 발생에서 차지한 비율은 0.65%였으나, 훠궈가 유행하기 시작한 무렵인 2022년에는 0.3%로 감소했다.
최세희 기자(darang12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