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역 대학 대부분이 2025학년도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지만, 총학생회를 비롯한 일부 학생 사회는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각 대학에서 학생 사회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이유다.
연이은 등록금 인상 소식… 학생 사회의 대응은?

도내 대학 18개 중 13곳은 지난 1~2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어 2025학년도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경남대는 간호학과·물리치료학과·작업치료학과·응급구조학과 등 보건 계열 4개 학과는 9%, 나머지 학과는 일괄 4.5% 인상키로 했다. 2011년부터 14년간 이어 오던 등록금 동결 기조를 깬 것이다.
다른 4년제 사립대학들도 일제히 인상 소식을 알렸다. 인제대와 영산대 5.48%, 부산장신대 5%, 가야대 4.98%, 창신대는 1.8% 인상을 확정했다.
경상국립대, 국립창원대, 경남도립거창대, 경남도립남해대 등 국립대와 도립대학은 대부분 등록금을 동결 처리했지만, 진주교대는 5.4% 인상을 발표했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재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경남대 보건계열 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A 학생은 "학과(학교) 재정이 어려운 건 알겠지만, 그걸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인상 조치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실습 기자재가 모자라서 학생들끼리 돌려쓰는 경우도 여전히 발생한다"며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학습 환경 개선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십여 년 만에 결정된 등록금 인상 소식에도 일부 학생 사회의 반응은 다소 고요하다. 경남대의 57대 '기억' 총학생회는 이번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 현재까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학생회 외의 학내 공동체의 경우 대응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로 활동하던 학우들이 졸업함에 따라 학내 의제에 대응하는 동아리 자체가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진주교대의 제41대 '여울' 총학생회는 1월 20일 SNS를 통해 대학 측과의 논의 결과를 알렸다. 인제대의 제42대 '여운' 총학생회 역시 '2025년 등록금 인상에 관한 총학생회의 입장문'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SNS에 게재하며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대학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소멸하는 학내 공동체
학생 사회가 등록금 의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던 시기도 있었다.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대학생들은 폭등하는 등록금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반값 등록금 투쟁'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전국적인 공동투쟁으로 퍼져나간 이 운동은 반값 등록금 문제와 함께 무분별한 대학 간 통폐합, 재단 비리, 대학 구조조정을 비롯한 대학 민주화 의제로 범위를 넓혀갔다.
반값 등록금 투쟁은 경남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2011년 9월 8일, 경남대 정문 앞에서는 '반값 등록금 실현, 국립대 법인화 저지 창원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듬해 경남대 총학생회장 선거의 최대 쟁점 역시 반값 등록금이었다. 각 후보자는 '반값 등록금 이행 촉구 편지 보내기 운동',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과 같은 공약을 내세우며 경쟁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던 전국 대학에서는 학습권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등록금 반환 운동이 일었다. 당시 경남대 학생들은 정문 앞 1인 시위와 서명운동을 펼친 끝에 대학 본부로부터 등록금 10% 반환 결정을 얻어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경남대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에서 활동하던 B 학생은 "제가 대학에 다니던 때는 사회적 의제에 목소리를 내는 동아리 같은 곳이 어느 정도는 살아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랬기 때문에 학내 의제에 대한 지속적인 조직화가 가능했고, 학생들의 호응도 이끌어 내면서 반환에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학생 사회의 소멸은 등록금 인상 문제를 포함한 학내 의제가 학생들로부터 공론화되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앞서 등록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냈던 A 학생은 "솔직히 현 학생회가 대학 본부와 (등록금 문제를 두고) 맞설 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관심도 부족하다 보니 호응을 얻어 정당성을 확보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2010년대 경남 지역 대학의 등록금 동결 조치는 반값 등록금 투쟁의 기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등록금 환급 결정 역시 반환 운동본부의 학습권 침해 의제 공론화가 없었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학생 사회라는 토대 위에서 맺어진 결실이다. 등록금 인상 논의가 재점화된 오늘날, 침체된 학생 사회의 재건이 요구되고 있다.
원지현 기자(krchloe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