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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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외대 후문 카페 엘브라더스, 소송과 함께 사라지다

 *모든 인터뷰는 현장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말투를 그대로 받아 적었습니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인 만큼, 말투보다는 각 당사자들이 전해온 정확한 사실관계에 초점을 맞춰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엘브라더스 캡쳐사진

2014년 8월 22일, 한 카페의 철거

“야, 우리 자주 가던 그 카페 있잖아. 후문에 있던 엘브라더스. 거기 없어졌대.”

친구는 흥분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글쎄, 거기 사장님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거야. 건물주가 부당하게 내쫒고 그 자리에 카페를 새로 차린대. 그 건물주 진짜 나쁘더라. 월세랑 보증금도 두 배로 올린다고 막 협박했대. 지금 애들 그거 보고 엄청 화내고 있다니까.”

새로 생기는 카페에는 절대 가지 않을 거란 친구의 말은 사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전화를 끊고 엘브라더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미리내 카페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심 관심을 갖던 작은 카페. 그 카페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페이스북에 글까지 올라온 것일까. 페이스북에 올라온 그 게시글은 한 번에 눈에 띄었다. ‘갑의 횡포와 그 결과들’이라 시작하는 짧은 글은 벌써 좋아요 수 800개를 돌파하고 있었다.

K-121

엘브라더스의 충격적인 소식에 수많은 학생들이 함께 화를 내고, 안타까워했다. 수십 개가 넘는 ‘공유 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마우스 커서를 아래로 내리는 순간, 공유 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 그 건물 사는데, 건물주가 보증금 지급을 미뤄서 안 그래도 걱정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니....무서워. 당장 보증금 달라고 다시 말해야겠어....” 

엘브라더스 건물에 살고 있는 학생의 불안한 목소리. 더 이상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쫒겨난’ 카페 사장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렇게 엘브라더스 사장과의 인터뷰는 시작됐다.

9월 1일, '없는 번호입니다'

개강 후 첫 발걸음을 엘브라더스로 향했다. 하지만 옛 엘브라더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고, 그곳은 한창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엘브라더스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으나 수화기에서는 ‘없는 번호’라는 건조한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결국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엘브라더스에 연락했다. 약 한 시간 후 사장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9월 2일, "건물주를 ‘폭행, 모욕, 퇴거불응’으로 고소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는 엘브라더스 김치현 사장은 불안해보였다.

“제가 인터뷰를 한다고 빼앗긴 가게를 되찾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이 기사 때문에 더 곤란해질 수도 있어요. 오늘 아침에도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요즘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하지만 외대생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는 유나씨 말에 인터뷰 하는 겁니다. 학생들도 관련이 되어 있다니까...” 그는 몇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날짜순으로 나열된 사건 일지였다. 

2013. 2. 1 ~2014. 1. 31. 임대기간 (보증금 40,000,000원 월세 2,400,000원 관리비 150,000원 부가세 별도)

2013. 11. 5. 건물배관문제로 1층카페 변 역류. 임대인의 수선비 지불거부(300,000원)

2013. 11. 24 임대차 재계약에 대한 내용증명서 받음

2013. 12. 10. 건물배관문제로 1층카페 변 역류. 임대인의 수선비 지불거부(200,000원)

2013. 12. 17. 임대차 재계약에 대한 내용증명서 받음

2013. 12. 26. 임대차 재계약에 대한 내용증명서 받음

(보증금 100,000,000원 월세 4,000,000원으로 계약하지 않을시, 계약해지 원함)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240만원으로 계약한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건물주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00만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게다가 임대인의 시설 수선의 의무 역시 거부하고 있었다. 그것에 경악하기도 잠시, 무언가 있어서는 안 될 내용이 눈에 띄었다.

2014. 3. 23. 23시 20분경 112 두 차례 신고. 임대인 대리인이 카페 내에서 월세를 올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력행사로 보이는 위협행위로 임차인이 퇴거 요청했으나 불응해 경찰에 신고

2014. 4. 7. 건물주차장에서 폭행사건 발생. 그 당시 지나가는 사람들과 학생들이 신고해주어 건물주는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

폭행을 당했느냐는 질문에 김치현 사장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치 2주였어요. 그 때가 점심시간이었어요. 한창 손님이 밀려들어오는 시간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건물주가 연락을 해오더니 ‘주차장에서 차를 빼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주차장에 도착해서 바로 차를 빼고 카페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건물주가 차 앞을 가로막고 비켜주지 않았어요. 한 세 번 정도 차에 탄 채로 ‘비켜달라’ ‘내려라’ 실랑이를 벌인 것 같아요. 결국 차 문을 열고 나가서 얼른 차를 뺄 테니 비켜달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갑자기 쌍욕을 퍼부으면서 저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지나가던 사람들이랑 학생들이 경찰에 신고해줘서 건물주는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주차장 CCTV 판독 결과에 따라 벌금 100만원을 물게 되었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일이었죠....전 건물주를 ‘폭행, 모욕, 퇴거불응’ 명목으로 고소했습니다.”

그 후 김치현 사장은 건물주의 폭행과 폭언, 시도 때도 없는 영업방해 속에서 더 이상 카페 운영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가게를 옮길 결심을 한 그는 4월 8일(화) 건물주와 합의서를 작성했다. ‘현 조건의 월세 및 보증금과 동일한 조건을 새로운 임차인에게 적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가게를 옮기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합의서를 작성한 날에 차기 임차인이 나타났어요. 건물주에게 계약을 해달라고 말했더니 건물주가 ‘계약을 성사시키고 싶다면 400만원과 함께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어요. 저희 아버지가 그날 오후 2시 반에 바로 400만원을 송금했어요.” 400만원을 보냈음에도 건물주의 요구는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부동산에서 만난 건물주는 다시 대서료 100만원을 요구했다. 게다가 부동산 중개인에 의해 해당 건물이 재개발지역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차기 임차인과의 계약이 무산됐다.

“계약이 무산되고 나서, 건물주가 계약성사 조건이라며 가져간 400만원을 돌려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어요. 하지만 그분은 답변이 없었고, 그래서 부당이득 반환청구 내용증명서를 보냈어요. 하지만 지금도 그 400만원을 못 받고 있어요. 말 그대로 그 돈은 증발해버린 거에요.” 김치현 사장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의 화장실 수선비 청구(95만원) 및 손해배상청구도 했지만 답변이 없어요.”

5월 1일(목) 또 다른 차기 임차인과 계약을 진행하려 했으나, 건물주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300만원과 고소 취하를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 계약 성사 조건으로 받아간 400만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김치현 사장은 ‘고소를 취하하면 계약서를 쓰겠다’는 각서라도 달라고 요청했으나 건물주는 거부했다. 결국 두 번째 계약 시도도 무산됐다.

“건물주가 저에게 명도소송을 걸었어요.(임차인이 임차한 목적물을 내어 주지 않을 경우 부득이 임대인은 법원을 통해 강제 퇴거를 요구할 수 있고, 이를 건물명도라고 한다.) 7월 2일(수)부터 엘브라더스 카페의 원상복구를 시작했어요. 카페가 들어가기 이전 상태로 되돌리면서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르실거에요.”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원상복구 완료 후 건물주에게 가게 열쇠를 돌려주려했으나 건물주는 열쇠를 받지 않았다. 열쇠가 전달이 안 되면 그 기간 동안 계속 월세를 지불받을 수 있음을 알기에 일부러 받지 않은 것이다. 김치현 사장은 등기우편으로 열쇠를 보내 건물 명도를 완료했고, 하루치 월세 20만원을 더 물게 됐다. 보증금 4000만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받지 못했다. 그리고 기나긴 소송이 시작됐다.

2014. 7. 7. 유명하(건물주) 자신도 2014. 4. 7 맞았다며 김치현 상대로 상해로 고소.

2014. 7. 14. 유명하(건물주)는 자신의 건물에 김치현이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고소.

2014. 7. 14. 유명하(건물주)는 자신의 건물에 임차인 김치현이 주차를 해놓았다는 이유로 업무방해로 고소.

2014. 7. 21. 유명하(건물주)가 폭행사건에 대해 변호사 선임. 정식재판신청.(폭행으로 인해 약식명령 벌금 100만원이 나오자 불복후 정식재판신청)

“9월 30일(화)이 정식 재판날짜로 잡혔어요. 아직도 이 모든 소송들과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고, 변호사 선임에 600만원이나 들었어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허리가 휠 지경이에요. 게다가 이 일로 경찰서에 왔다갔다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스트레스에요. 나 같은 약자에게 법은 사각지대에 불과했어요.” 김치현 사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

침묵이 흐른 후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 엘브라더스 자리에는 건물주가 카페 인테리어를 진행 중이에요. 아마도 건물주 아들이 운영할 계획인 것 같아요. 실제로 구청에서 건물주가 엘브라더스 자리에서 본인이 장사를 할 테니 엘브라더스의 영업신고증과 사업자등록증을 폐지하라고 연락이 왔어요. 아직까지 보증금도 못 받았는데...건물주는 보증금 4000만원 중에 그 절반인 2000만원만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 400만원도 역시 돌려받지 못하고 있구요.”

인터뷰가 끝난 후 자리를 떠날 때 그는 신신당부했다. “혹시 건물주와 인터뷰를 하신다면 꼭 남학생을 데려가세요. 혼자 가시면 절대 안돼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은 태반이 거짓말이니 조심하시구요.” 그의 당부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9월 3일, "젊은 사람이 말 바꿔가면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건물주 유명하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였다. ‘남학생을 데려가라’던 김치현 사장의 염려가 무색할 정도로 푸근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눈빛만은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힘든 인터뷰를 예상한 것도 잠시, 폭행사건에 대해 묻자 그는 의외로 목소리를 높이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학생이 말한 그 사건 날짜가 4월 7일이었어요. 그런데 삼일 전에 갑자기 그 친구가(김치현 사장) 건물 주차장에 CCTV를 달았어요. 당연히 저걸 왜 달까, 이상하게 생각했지. 근데 4월 7일 돼서, 내가 그날 주차장을 쓴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 비좁은 주차장 입구에 아우디 차량을 세워 둔거에요. 물론 처음엔 그게 그 친구 차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두 시간이나 지나서 자기 와이프 차라면서 주차장에 나타난 거야. 화를 참고 있는데 그 친구가 차에 타면서 ‘빼면 될 거 아냐 X발’이라고 막말을 하더라고. 그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차 앞을 가로막고 당장 내리라고 했어요. 그 친구가 내리자마자 실랑이를 벌이면서 팔로 밀쳤는데 갑자기 주차장 바닥을 구르는 거에요. ‘아이고 나죽네. 누가 신고 좀 해줘요’라면서 온갖 오버액션을 하고. 그러다가 몸싸움이 벌어진 거지. 그 친구는 전치 2주 받았다고 했죠? 난 전치 3주 받았어. 학생 한 명이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실제로 그 학생이 진술서에 ‘사장이 오버액션을 했다’고 썼어요. 내가 벌금 100만원이 나왔는데, 이건 재판도 없이 약식기소된 거라,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기다리고 있어. 쌍방폭행이지. 그 친구 CCTV 단 것도 아주 의도적이라니까. 일부러 도발한 거에요.”

화장실 수선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연락이 왔을 때는 내가 수리기사 불러서 수선했어요. 근데 그 뒤로 한 번도 화장실에 대한 연락을 안 하다가, 주차장에서의 일 터지고 며칠 후에 갑자기 그동안 지불거부한 수선비를 물라고 온갖 영수증이 붙은 내용증명서가 날아온 거에요. 정말 황당했지. 나중에 수선을 하러 수리기사와 함께 그 카페 있던 자리에 갔었는데, 물 내려가는 곳이 커피 찌꺼기로 완전히 막힌 거에요. 그걸 제때 치우기만 했어도....분명 그 친구는 건물자체의 배관 문제라며 내용증명서를 보냈는데.”

두 사람 간의 입장 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실 관계가 어긋났다. 김치현 사장에게 보증금 1억에 월세 400만원을 요구한 배경을 묻자, 유명하 건물주는 기가 차다는 듯 껄껄 웃었다.

“예전에 엘브라더스 자리에 들어오고 싶어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보증금 1억에 월세 400만원을 제시했었어요. 그 얘기를 김치현 사장에게 말했던 적이 있는데, 그걸 말하시나 보네. 애초에 월세를 1년에 9% 이상 올리는 걸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내가 그런 요구를 합니까. 말이 안돼요.”

그럼 건물주는 정말 사장에게 아무런 경제적 압박을 준 적이 없는 것일까. 그는 주변 시세에 맞춰 월세 9%를 올렸을 뿐이라 강조했다.

“법적으로 상가에 들어오면 5년 동안은 계약을 계속 유지하게 돼있어요. 당연히 함부로 월세나 보증금을 올릴 수도 없고. 그리고 이후 문제는 그야말로 나중일이지요. 그거까지 생각도 안했고. 같이 만나고 대화를 통해서 조율하면 되는데 서로 말이 안 통하는 거야.”

계약성사 조건으로 요구했다던 400만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400만원? 김치현 사장의 아버지가 ‘현 조건의 월세 및 보증금과 동일한 조건을 새로운 임차인에게 적용하겠다’는 합의서를 써주는 대신 주겠다며 일방적으로 입금해온 돈이에요. 계좌번호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았는지...폭행 사건 때 자기 아들이 무례했던 것에 대한 위로금이라고 생각하라더군요. 그런데 아들은 그걸 이제 와서 달라고 말하고 있고. 나도 이해 안가요. 왜 아버지와 아들의 행동이 서로 안 맞는지.” 그럼 400만원을 다시 돌려줄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시원하게 말했다. “당연히 있지. 어차피 그 돈은 내가 비자발적으로 받은 돈이니 내 돈이라 할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 친구가 그동안 나를 함부로 대한 것이 너무 커서 감정이 좀 상했을 뿐이에요.”

그는 서류가방에서 서류뭉치를 꺼내 보여줬다. ‘녹취록’이라 적힌 문서에는 믿기 힘든 문장들이 적혀있었다. 설명을 요청하자 유명하 건물주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적힌 그대로에요. 내가 70살 먹었는데, 나한테 반말로 돈 내놓으라고 소리 지르고 계속 고소할거라고 협박하고.”

건물주는 이 모든 것이 ‘권리금(기존 점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과 영업 방식을 이어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을 올려 받으려는 사장의 쇼’라고 밝혔다. 차기 임차인과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해 권리금을 챙기려는 철저한 계획이라는 것이다.

보증금 4000만원 중 2000만원만 돌려주겠다는 입장에도 사장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그 친구가 월세를 지난해 초부터 계속 안냈고, 가게 수리비 같은걸 계산할게 있어, 그걸 제외한 돈이 2000만원이에요. 이건 재판하기 전에 조정절차에서 이미 다 얘기했던 거야. 그래도 내가 얼마 손해 보고서라도 조정 보려니까 끝에 와서 그 쪽이 또 뒤집었다니까. 그래서 조정관도 혀 차면서 나한테 차라리 재판하라고 하더라고. 젊은 사람이 말 바꿔가면서 저러는데 조정 못한다고.”

그럼 앞으로 엘브라더스 카페 자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묻자,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그 자리 둘러싸고 소송이 왔다갔다하는데 어떻게 그 자리를 임대하겠어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직접 장사해야지. 카페 인테리어 중이에요.”

이름도 다르고 컨셉도 다른 새 카페가 곧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번 놀러오라는 말을 뒤로 한 채, 고민에 빠졌다. 두 사람의 말은 왜 이렇게 서로 다른 것일까. 김치현 사장과의 인터뷰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었던 ‘권리금’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다시 한 번 김치현 사장과 이야기해보기로 결정했다.

9월 5일, 진실 혹은 거짓

“그 분이 보증금 1억에 월세 400만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구요?” 수화기 너머로 김치현 사장의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월세를 1년에 9%이상 올릴 수 없다는 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그 법을 모른 채 몇 차례에 걸쳐 보증금 1억에 월세 400만원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서를 보내왔어요. 그러다 법을 알게 된 후에 9% 인상으로 요구사항을 바꾸시더군요. 제가 그 모든 내용증명서를 당장이라도 보여드릴 수 있어요.” 계약성사 조건 400만원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우리 아버지가 도대체 그 분을 언제 보셨다고 400만원을 스스로의 의지로 보내시겠어요. 말도 안 돼죠.”

폭행사건의 전말도 언급했다. “느낌이 이상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 있잖아요. 무서워서 제 돈 들여서 주차장에 CCTV를 달았어요. 그게 폭행사건 일어나기 1주일에서 2주일 전이에요. 이건 업체에 연락만 해봐도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에요. 그 분은 항상 이렇게 금방 들통날 거짓말만 하세요.”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약 15분 후 다시 전화로 들은 그의 목소리에서는 피로가 뚝뚝 묻어났다.

“사실 제 와이프가 임신 중입니다. 제가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을 듣고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방금 고민을 좀 했어요. 제가 인터뷰를 시작했던 것은, 전에도 말했듯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에요. 그런데 지금 제가 말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요. 다시 몇 달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아요. 전 제 와이프의 안정이 최우선입니다. 그 분이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원래 있는 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빼앗긴 가게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하루 뒤, 다시 들어간 엘브라더스 페이스북 페이지는 텅 비어있었다. 모든 최근 게시물이 예고 없이 삭제된 것이다. 사라진 게시글 만큼이나 진실도 사라진 것만 같아 황망했다. 몇 번에 걸친 인터뷰 후에도 밝힐 수 없었던 진짜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이 말한 ‘팩트’는 어디에서부터 진실이고 어디에서부터 거짓이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미 지워진 페이스북 페이지의 글만으로는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고 소송은 한창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기다려보자. 정말로 ‘갑의 횡포’였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에 자연스럽게 밝혀질 거다.

강유나 기자 yoonah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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