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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주명건] 공부를 못하면 총학생회장을 못해요

 

곧 학생회 선거기간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학생회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해요. <주간 주명건>에서 웬 학생회냐고요?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번 들어봅시다.

2005년, 주명건 이사장을 쫓아낸 건 교육부였습니다. 그러나 교육부가 주명건을 쫓아내게 만든 건 바로 세종대 학생들이었습니다. 주명건 이사장의 만행으로 학생들의 수업환경은 악화되고, 교수들은 해임되는 등 당시 세종대의 여건은 날로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배진성 예체대 단대장은 “주명건 이사장은 학생들의 등록금인 교비를 유용하고 학생들에게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 수업을 받게 하고 있다. 연습실은 비가 새고, 회화과 안료 냄새 속에 학생들은 죽어가고 있으며 생수조차 챙겨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주명건 이사장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구체적 의혹도 제기됩니다.

 


▲ 13년전 깃발이 나부끼는 광개토관

 

2004년 3월, 결국 참다못한 학생들은 동문들과 힘을 합쳐 재단퇴진 투쟁위원회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총학생회는 등록금 납부 거부 운동과 교육부 감사 요구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학교 측을 압박했습니다. 2학기엔 강도가 더 세졌습니다.

당시 정재경 총학생회장은 “주명건 이사장의 교비 유용과 사익추구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퇴진을 요구한다.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요청하기 위해 본관인 집현관을 무기한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 주명건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문 앞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해 10월, 여론을 의식한 교육부는 진짜로 세종대 감사에 착수했고, 총 113억원 규모의 회계 부정이 밝혀지면서 주명건을 포함한 재단 이사진이 전부 쫓겨났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돌아왔다는 건 안 비밀. 

이렇듯 학생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교육부 감사는 이뤄지지 못했겠죠. 그리고 학생들이 이렇게 힘을 합칠 수 있었던 건, 학생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학 학생회는 ‘민주집중제’라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학과 → 단과대학 → 총학생회’ 순으로 아래에서 위로 권력을 위임해, 다수의 목소리를 하나로 집중시키는 방식이죠. 총학생회가 학생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자임은 명확합니다.

이번엔 대법원 판례를 봅시다. 상지대 소송에서 대법원은 “대학의 구성원인 교원, 직원, 학생 등도 원칙적으로 대학 자치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교수회와 총학생회가 이사선임처분을 다툴 법률상의 이익을 가진다”고 판결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는 학교 운영에 참여할 권한이 있다는 겁니다.

그럼 정리해봅시다. 학생들의 대표는 총학생회이고, 총학생회는 학교 운영 권한이 있습니다.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당연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아득합니다. 학교 운영에 참여시키긴 커녕, 오히려 괴롭히기만 합니다.

 


▲ 당시 총학생회에서 제작한 세종대 정상화 홍보자료

 

2011년 총학생회는 주명건 명예이사장의 복귀에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대양홀 앞에서 천막농성도 했습니다. 불과 6년 전 얘기입니다.

여기에 가만히 있을 학교가 아니겠죠. 대동제를 하는데 축제지원금을 안줍니다. 그렇다고 대동제를 안 할 순 없어서 결국 총학 집부들 주머니를 털어 돈을 메꿨습니다. 또 농활을 간 틈에 총학생회장 어머니를 몰래 찾아가 협박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붙인 플래카드를 밤에 몰래 떼어가다가 학교 안에서 학생들과 추격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을 회유하기 위해 학생지원처 직원들은 총학 집부들을 꼬드겨 밥이며 술이며 사주려 합니다.

학교 측은 학생회 후보자들의 출마도 맘대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우리학교 학칙 “총학생회 및 자치기구의 선거 후보자 자격요건에 관한 규정”입니다.

 

 

학교 측에서 사상이 불건전하다고 생각하거나,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총학이나 단대, 과 학생회장 후보로 못나가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학점이 2.5 미만이어도, 4학년이어서도 안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아놨는데, 뜬금없이 UN에서 너네 대통령 자격 없다고 난리치는 꼴입니다. 그것도 ‘인성이 별로다’, ‘공부를 못 한다’, ‘나이가 적다, 많다’라는 걸 이유로 들면서 말이죠.

물론 요즘 학교 측에서 진짜로 이 규정을 들이미는 경우는 없습니다. 일종의 사문화 규정인 셈입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절대 폐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1997년 이후로 한 번도 뜯어고치지도 않고 말이죠.

이렇게 학교 측이 학생자치의 영역에 멋대로 개입하지만,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습니다. 학생회 활동이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관련 조항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호되며,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라고 고등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는데, 이게 전부입니다. 학교 측이 알아서 하라는 거죠.

학교 측이 총학생회를 괴롭히는 일이 있어선 안 됩니다. 총학생회를 괴롭히는 일은 총학이 제 일을 하지 않을 때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이지, 학교 측이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신 학교 측은 총학생회를 학생들의 대표로 인정하고, 학교 운영에 참여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총학생회에 대한 역할과 내용을 법으로 명문화하고, 학교 운영에 권한이 있음을 명시해야 합니다. 학생자치에 개입할 수 있는 잘못된 학칙도 폐지되어야 합니다. 늘 그렇듯, 우리는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