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안전해질 수 있을까?
지난 10월 31일 LD학부와 중, 고등학생 간의 마찰이 있었다. 고성이 오갔을 뿐만 아니라 순찰 중이던 외대사랑순찰대를 비롯한 일부 학우는 멱살을 잡히는 등 육체적인 접촉도 벌어졌다. 많은 학우들이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캠퍼스 내에서의 안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 학교는 담이 없고 평지에 위치해 있어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이 많이 이용한다. 이 이용자들 중 일부가 비행 청소년이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 담배 냄새와 오토바이로 인한 소음 문제로 LD학부는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왔다.
정확히 무슨 일이야?
사건은 LD학과 면학실 앞에서 흡연을 하던 학생들을 촬영하면서 시작됐다. LD학부의 한 제보자에 따르면 학교 경비실 측에 비행청소년 문제 해결을 문의했을 때, 증거 사진을 남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사진에 찍힌 학생들은 화를 내며 면학실에 들어가 사진과 동영상을 지우라고 위협했다(학생 무리 중 일부가 속한 고등학교에서는 동영상을 촬영하던 대학생들이 먼저 욕을 했다는 학생의 진술도 있다). 해당 공간은 도어락이 없어 사람이 있는 시간에는 늘 열려있기 때문에 특별한 제제 없이 면학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른 학우들이 공부하고 있던 3층까지 올라간 그들은 면학실 내에서 한참 동안 소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신체적인 위협이 있었다고 한다. LD학부의 제보자는 “쟤 패고 싶게 생겼다는 인신공격이 있었고 욕은 입에 담기도 힘든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고 순찰 중이던 외대사랑순찰대도 현장에 도착했지만 분위기는 진정되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경찰관에게 반말과 욕을 하고, 출동한 외대사랑순찰대원의 멱살을 잡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특별히 조치된 것은 없었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은 유유히 학교를 빠져나갔다.
당사자에게 들어보자. 현장 출동 외대사랑순찰대원과의 인터뷰
사진출처 : 한국외국어대학교 공식 블로그
Q1. 외대사랑순찰대란 무엇인가요?
A. 외대 사랑 순찰대는 한국외대 재학생들로 구성됩니다. 학교 측과 이문 파출소가 연합하여 교내이 치안 예방과 면학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순찰활동 외에도 학교 안전에 관한 많은 일을 하기도 합니다. 어둡고 위험한 장소를 동행해드리는 것과 같이 사소하지만 안전에 관한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순찰대 카톡방을 통해 신속하게 연락하고 순찰 대원을 빠르게 파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Q2. 인근 고등학생들과의 마찰 당시 상황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그날은 저희 팀이 외대 내부 순찰을 하고 있었는데 20명가량의 비행 청소년들과 경찰관 4분께서 교내에 와있는 것을 목격하고 그 현장으로 다가갔습니다. LD, LT학부 학생들이 자습실 근처에서 흡연해왔던 고등학생들을 신고하기 위해 그 학생들을 사진 찍으려고 하였고 그 고등학생들은 이에 대해 불쾌함을 느끼고 자습실로 올라가 다투던 상황에서 경찰 분들이 오셨다는 상황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희 순찰대원에게 불똥이 튀기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을 왜 지켜 보냐며 욕하기 시작했고 그 학생들 중 한 명은 저의 멱살을 잡기도 하였습니다. 그 당시 화가 나기도 했지만 상황 중재를 위해 노력했고 후에 추가적인 다툼은 없었습니다.
Q3.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후 순찰활동을 하면서 다툼이 있었던 그 친구와 몇 번 재회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외대 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는 행동 때문에 많은 재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얘기하며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날 때마다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자주 만났던 장소에서는 더 이상 그 친구들을 목격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그들의 행동은 잘못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것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Q4. 외대 안전에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A. 앞선 사건에서처럼 학교에는 어두운 장소가 몇 곳 존재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러한 장소들은 고등학생들이 흡연을 위해 자주 접근하기도 하고, 근처를 지나다니기에도 위험하기 때문에 그 장소의 조명 개선과 노후화된 CCTV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외부인의 건물 출입에 관해서는 출입증을 태그 하여 출입하는 시스템의 도어락 설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대는 타 대학들에 비해 지리적 특성상 외부인이 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저녁이나 밤에는 주변 주민들과 인근 고등학생들이 많이 유입됩니다. 외부인의 출입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여러 안전문제가 교내에서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에 관해선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학과 학생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LD학부 측은 문제가 된 학생들의 학교를 파악하여 각 고등학교에 문제 발생 사실을 알리고자 하였으나, 소속 학교 역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공문을 발송하지 못했다고 한다. 인근 고등학교에 지도를 요청하고 경고를 반복하고 있지만 결국 학생들이 교내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LD학부 학생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방안과 장기적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단기적인 방법으로는 학생이 직접 대처하지 않고 신고를 반복하여 그들이 외대에 출입하는 것을 꺼려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면학실 안전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행정지원처와 면담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비행 청소년이 머무는 공간이 외지고 구석지기 때문에 그런 공간 자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여 학교에 요청하거나 학생회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을 대처 방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번 일...그냥 이렇게 넘어가도 괜찮을까?
올해를 돌아보면 유난히 안전과 관련한 사고가 많은 해였다. 학기 초부터 “여자가 공부는 안하고 밖으로 돌아다녀 기분이 나빴다” 는 학생이 콜라와 물을 뿌리는 사건이 있었다. 그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잔디광장에서 한 학우가 신원불명의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목줄을 푼 개들이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것도 오래된 문제다(원칙적으로 캠퍼스에는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없다). 안전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른 학교는 어떨까?
외부인 출입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학교는 비단 우리 학교 뿐만이 아니다. 이화여대의 경우,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주요 관광지로 뽑혀 관련 현수막을 따로 게시해 두었다. 현수막의 내용은 사진 촬영 및 허가 받지 않은 건물에 대한 출입을 금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화여대의 ECC 건물은 지하 4층을 제외하고는 전부 학생 출입증을 태그 하는 방식으로만 출입이 가능하다. 또, 도서관도 같은 방식을 이용하고 있으나 담당자가 시선을 돌린 틈을 타 이용증 없이 출입하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이처럼 허가되지 않은 행동을 한 외부인은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건물에 배치된 경비원에 의해 관람이 제지된다. 그러나 해당 조치는 외부인의 출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서울여대는 올해 5월, 외부인 출입으로 경찰이 출동한 사례가 있다. 통칭 '가마 할아범'이라고 불리는 용의자는 검은 옷과 마스크를 입고 기어 다닌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거미 인간 가마할아범을 닮았다는 데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5월 초,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강의실에 무단 출입하였고, 조교가 이를 발견하자 기숙사 방향으로 도주하였다. 기숙사 내부는 학생증을 소지해야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두 차례나 더 발견되었으며 캠퍼스 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호루라기를 부는 등의 소란을 벌이는 도중 경찰에 의해 검거되었다. 사건이 벌어지던 당시 서울여대 학교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페이지에 경고 글이 자주 올라왔으나, 서울여대는 이후 외부인 출입에 대한 뚜렷한 제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학교의 대처는?
그간 일어났던 안전 문제에 대해서 학우들이 가장 답답했던 점은 어떤 조치가 이뤄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학우들에게 콜라를 뿌리고 다녔던 사람은 어떻게 됐는지, 잔디 광장에서 학우에게 폭행을 가한 남성을 잡았는지 모른다. 앞으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11월 13일에 이뤄졌던 부총장과의 대화에서 학우들이 학교 안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학교 측은 학생 안전에 대한 문제를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으며 24시간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고 CCTV와 조명을 개선하는 것, 외대 지킴이와, 외대 사랑 순찰대를 만드는 등의 그간의 활동을 설명했다. 또한 학교의 경비 인력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 만들고 있는 효과와 어떤 방식으로 학생의 안전에 대한 불안함을 듣고 해결할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아직까지 수많은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후, 학교 보안에 바라는 점
캠퍼스 내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학교들이 내놓는 답변은 비슷하다. ‘외부인의 출입을 강제로 제한하기란 실질적으로 힘들다’ 는 것이다. 물론 대학교라는 특성 상 사람들(학생, 교수, 직원, 학교 행사 참석자 등)의 유동적인 방문을 제한하는 것은 폐쇄적인 분위기를 야기하여, 대학교가 가진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해칠 수 있다. 일부의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저녁 때 배드민턴을 치러 오는 가족들과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노부부를 막는다면, 그것 또한 옳은 일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 내에서 벌어진 사건의 가해자를 어떤 식으로 처벌하였는지, 받은 처벌의 수위는 어느 정도인지, 또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다면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 이는 피해자인 학생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행동을 하면, 이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된다’ 라는 선례를 만들어 이후의 잠재적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가해자가 합당한 수위의 처벌을 받았을 경우여야 한다.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대처에는 한계가 있다. 방문자 모두에게 학교 정문에서부터 출입 가능 태그를 붙일 수도 없고, 외대 사랑 순찰대의 인원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학교이다.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를 보여야 할지는 학교에게 달렸다.
김홍범 기자(runnerworld@naver.com)
이민주 기자(belita98@naver.com)
최재경 기자(gongbli@naver.com)
허예진 기자(mgku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