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2 (월)

대학알리

한림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 프라이버시를 프라이머리하게 존중하지 못하다.

2학기에 들어, 학교 커뮤니티인 한림대 ‘에브리타임’과 ‘한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에 교내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진행하는 심리검사, 심리상담 관련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아....집단상담 가야되나요....”, “집단상담? 그거 안 가면 계속 연락이 올까요?”, “대학생활 잘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런 거(심리상담)하라고 부른 게 스트레스에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입학 시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검사를 바탕으로 교내상담센터 측의 상담요구 전화가 다량으로 온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심리검사는 어떠한 설명이나 동의 없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심리검사는 거의 반강제식으로 진행당한 걸로 기억한다”라고 밝혔다. 학생생활상담센터의 오충광 교수도 이에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동의는 개인이 아닌, 학과차원으로 한 번에 받고 있다”라며, “시간관계상 검사지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앞으로는 종이로라도 해당 검사에 대한 설명을 추가해보겠다”라고 전달했다. 그렇다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이 심리검사지는 과연 무엇일까?

이 검사지의 이름은 바로 ‘MMPI-2’이다. 심리학 용어사전에 따르면, 해당 검사지는 “개인의 성격, 정서, 적응 수준 등을 다차원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자기보고형 성향 검사”이다. 주로 정신과나 심리상담소에서 쓰이는 검사지로 우울증, 히스테리, 반사회적 성격 장애, 조현병, 성역할 특성 탐지,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 등 다양한 심리상태를 진단하는 목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이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한림대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High Five Program’ 때문이다. 학생생활상담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심리적으로 힘든 신입생들과 자기성장을 촉진시키고 싶어 하는 신입생들의 학교생활을 돕고자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즉 심리적으로 취약한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란 것이다.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신입들을 대상으로 MMPI 검사 결과를 설명하는 장면. 사진출처 ⓒ학생생활상담센터

 

하지만 위에서 보듯, High Five Program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제기는 꾸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MMPI-2 결과표에서 ‘5번 척도의 유의미한 상승이 있었다’는 점과 이를 통해 ‘학교생활에 있어 어려움을 가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심리상담을 요청 받았다고 한다. 여기서 5번 척도는 ‘성역할 요구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에 관한 항목이다.

이에 오충광 학생생활상담센터 교수는 “뭔가 착오가 있던 것 같다. 5번 척도는 크게 유의미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라며, “그 척도만 상승해서 연락하진 않았을 것이고, 취약학생들에게 문제의 가능성에 대해 전달해주는 방식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학생은 “(상담센터 근로학생에게) 상담은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계속 돌아오는 답은 ‘필수니까 해야 한다’는 말 뿐이었다”며, “애초에 성역할에 대한 요구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다고 상담을 받으라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다른 사례도 있다. MMPI-2 검사에서 우울증 관련 항목이 위험 군으로 나온 이 학생 역시 계속해서 상담을 받으러 오라고 연락 왔다고 한다. 이 학생은 “우울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에 계속해서 상담요청이 왔다. 하지만 나는 별로 상담을 하고 싶지 않았다” 라며,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자녀분이 우울증을 앓고 있어 자살 위험이 있다’는 편지를 반 강제적으로 보내게 되었다” 이에 오충광 교수는 “학생이 아마 많이 당황하고 부담이 되었을 것 같지만 그 정도의(자살위험편지를 보내게 하는) 판단을 하려면, 상담만 하는 것으로는 그 위험성을 다 차단할 수가 없겠다 싶어서 하는 것”이라며, “자살은 회복이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학생이 아닌 3, 40대라도 자살의 위험성이 있다면, 상담사는 보호자에게 알려야 할 (윤리강령상의) 책임이 있다. 앞으로는 내담자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사전 고지를 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마지막 사례도 MMPI-2 검사 상 상담이 필요하다고 분류된 한 학생이다. 이 학생의 경우 교내에서 상담을 받는 것이 꺼려져, 상담센터의 상담 요청을 거절했다. 이 학생은 “정신병에 대한 사회 인식이 아직 좋지 않은데, 상담센터 들락날락하는 걸 동기나 선배가 보면 정신병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 라며, “제일 처음 갔을 때도 다른 학생들 다 있는데 ‘000학생 맞나요?’ 라며 내 실명을 밝히기도 하고, 학생이 추가 심리 검사를 지도 및 보조하고 있어서 마치 심리학과 실습실을 방불케 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오충광 교수는 “부족한 상담원으로 인해 학부생이 아닌 석사생이 상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담자에 따라 석사 이상의 상담사들을 꼭 필요로 하는지, 아니면 석사생 정도도 상담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인을 하고 매칭을 시킨다”며, “석사생이 상담하더라도 내가 직접 슈퍼비전(관리감독)을 한다. 실명 언급의 경우, 상담 형태에 따라서 다르지만, 많은 학생들이 불편해 한다면 바꿀 용의가 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High Five program에 관해 오충광 교수는 “학생들이 우선 제일 많이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 연락인 것 같은데, 나중에 심한 부작용, 혹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사람에게는 연락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해당 학생에게 외부상담기관과 같은 대비책이 있고, 연락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센터에 직접 찾아와서 얘기 한다면 우리도 더 이상 연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