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월)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혼자서도 잘해요, 여성의 자위 이야기 #02 내 성기를 소중하게

...1편에서 계속

내 몸을 사랑하며 건강하게 자위하기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보면 ‘춥다’는 뜻의 ‘cold as witch's teat’이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마녀의 젖꼭지처럼 차갑다’는 말인데 마녀의 젖꼭지란 바로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슬픈 표현의 역사는 마녀사냥이 만연했던 15세기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마녀는 보통 여자들과는 달리 악마와 섹스할 때 쓰는 젖꼭지가 따로 있는데 그것이 바로 클리토리스라 믿었다고 한다. 클리토리스는 마녀가 아니라 모든 여자들에게 다 있는 신체 기관인데도 말이다. 그렇게 뼈아픈 누명을 뒤집어쓴 클리토리스는 오랜 시간 존재를 외면당해야 했다.

하지만 여성 자위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클리토리스 자극이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 자극하거나 손바닥 전체로 감싸거나 손가락으로 비비는 등 다양하게 접근할 수도 있고 가장 쉽게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클리토리스는 오직 성적 쾌감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으로 흥분하면 남성기처럼 발기도 한다. 가장 오르가즘을 느끼기 쉬운 섹스 체위가 정상위라는 것도 클리토리스를 함께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렇게 기특하고 무고한 클리토리스를 매도하다니, 여성으로서 너무나 분한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자신의 클리토리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여성의 성기는 남성과 달리 외부로 노출되어 있지 않아서 그 모습을 확인하려면 거울을 이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게다가 굳이 자기 성기를 들여다보자니 이상하고 망측하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의 성기를 직접 마주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성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동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위로서 4~5세의 어린 아이들도 신체탐색을 목적으로 성기를 들여다보고 자위를 한다. 하지만 성교육이 미숙한 우리 사회는 이를 이상 행동으로 생각하고 억압하니 우리는 일찍이 성기 관찰의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그렇기에 직접 성기를 보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성기를 인정하고 성적 주체성을 찾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또한 생식기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변화를 알아차리기도 용이하다. 무엇보다 사람마다 성기의 모양도 다르고 그에 따라 성감대도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자신의 성감대에 적합한 자위 방법을 찾는 첫 단계이기도 하다. 자위에 정해진 답은 없으니까.

자위에 정답은 없지만 규칙은 있다. 바로 깨끗하고 안전하게 해야 한다는 것. 자위를 하면 질염에 걸린다는 오해는 자위 행위 자체가 아니라 잘못된 자위 방법 때문이다. 더러운 손으로 자위를 한다든가 자위를 할 때 항문 부근을 함께 애무한다든가 더러운 기구로 잘못된 삽입자위를 한다든가 아주 다양한 이유가 있다. 애액으로 질이 습해져 세균의 침투 확률도 높아지니 더욱 그렇다. (물론 질염에 걸린다고 해도 ‘여성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한 질환이니 걱정할 것 없이 그냥 병원 가서 진료 받고 약 받아 먹으면 된다.) 따라서 손톱을 짧게 깎고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또한 성기를 모서리에 비비는 자위는 성기에 직접적인 상처를 낼 수 있으므로 되도록 지양하는 것이 좋다. 자위기구를 쓸 땐 콘돔과 윤활제를 함께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손가락 삽입 자위시에도 손가락용 콘돔을 이용하는 것이 위생적이 고 질에 상처를 낼 확률도 낮다.

 

나는 남자 없이 잘 살아!

평범한 자위가 심심해졌다면 한번쯤 성인용품점에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요즘은 음침하고 폐쇄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개방적이고 밝은 분위기의 성인용품점이 많다. 각양각색의 여러 기구를 살펴보다보면 재미는 물론 기술이 정말 좋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든다. '바야흐로 남자 없이 사는 시대가 왔다!' 즉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운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내몸의 탐구과정을 적극 도와줄 녀석들을 몇 가지 알아보자.

 

01 우머나이저

그렇다. 애인 생일은 몰라도 우머나이저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그' 우머나이저다. 얼핏 보면 마우스 같기도 한 이 제품은 직접적인 접촉으로 자극을 주는 보통의 러브 토이와는 달리 공기압을 통해 클리토리스를 흡입하며 자극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의 불감증을 치료해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우머나이저는 실제로 불감증 치료 도구로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클리토리스 위에 우머나이저의 흡입구를 밀착시킨 다음 전원을 켜 적절한 강도를 찾으면 된다. 우머나이저를 사용한 여성들은 보통 1~3분 내에 오르가즘을 느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컵라면에 물을 부어놓고 천국에 한 번 다녀와도 시간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02 LELO 모나 웨이브

이 제품은 흔히들 생각하는 삽입형 바이브레이터와는 다르게 각도가 30°를 이루며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 모양새를 보면 마치 손가락 삽입 애무/자위를 연상케 하는데, 이건 손가락보다 훨씬 크고 진동하기까지(!) 한다. 평소 삽입 섹스보다 손가락 애무를 더 선호하는 여성이라면 이 제품을 한번쯤 테스트해봐도 좋겠다. 인간은 결코 따라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모나 웨이브는 앞서 소개한 우머나이저와 함께 사용하면 쾌감이 극대화된다고 한다.(신세계를 경험했다는 주변인의 증언이 있었다) 단 우머나이저가 주는 강렬한 클리토리스 자극 덕분에 모나 웨이브의 짜릿함을 채 맛보지도 못하고 상황이 종료될 수 있으니 우머나이저의 완급 조절이 중요할 것이다.

 

03 제스트라 오일

자위기구 추천이라더니 웬 러브오일? 그건 섹스할 때 쓰는 거 아닌가요? 천만의 말씀! 젤이나 오일은 섹스뿐만 아니라 자위를 할 때도 아주 중요하다. 특히 제스트라는 클리토리스에 국소적으로 사용하는 오일로 성감을 탁월하게 올려준다. 본격적인 자위 전 제스트라 오일을 사용해 클리토리스를 중심으로 외음부를 천천히 애무해주면 서서히 느낌이 올 것이다. 미심쩍거든 손등에 살짝 발라 마사지해보면 안다. 조금씩 따뜻해지는 손등에 바람을 후, 불어보면 간질간질 묘한 느낌이 들 것이다. 더불어 우머나이저와 함께 사용하면 성감도 올라가고 흡입구의 밀착력도 높아지면서 더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거기 에 모나 웨이브까지 사용한다면? 안 해봐서 모르겠다!

 

키득이 기자 (hufsalli@gmail.com) 

**기사의 의도와 달리 색안경 끼고 볼 이들을 우려해 필명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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