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5 (월)

대학알리

기본분류

한림대의 소통방식은 여전히 '통보'였다

 소프트웨어 중심사업이란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일부 대학을 선정하여 소프트웨어 중점의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국가에서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다. 작년까지 20개의 대학이 선정되었고, 이번 년도에는 한림대, 강원대, 건국대, 숭실대, 한양대(에리카)가 선정되었다. 지원비는 총 110억 원이며, 1차에서 6차까지 나눠받게 된다.

 컴퓨터공학과 간담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중심사업은 전공을 더욱 혁신적으로 설계하여 학생들에게 교육함으로써 기업과 대학교 사이의 괴리를 줄이고자 실시되었다고 한다. 또한 비전공자 학생들에게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확대하고자함을 밝혔다. (비전공자 소프트웨어 기초 교육은 내년부터 실시될 것이며, 필수적으로 코딩교육을 5학점 이수해야 한다)

 대학평의원회에서 논의된 학칙 개정(안)을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선정이후 공과대학이 사라지고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이 설립된다. 또한 일부 과들은 독립 스쿨로 개편된다. 컴퓨터공학과 간담회에선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 선정되면서 장학금 제공, 해외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학생들을 위한 많은 혜택들이 제공된다고 전했다. 그런데 왜 학생들은 이토록 뿔이 난 것일까?

 

 한림알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244명의 학우 중 91%의 학우는 학칙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표시했다. 반대하는 이유 중 가장 높은 표를 받은 것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95.6%)’였다. 두 번째 이유는 ‘계속된 학교 측의 약속 불이행(74.7%)’이었다. 학생들의 자세한 의견과 공과대 학생회장의 생각을 들어보자.

 

1) “학관이름은 투표로 뽑으면서 중요한 건...”

알리 Q : 현 사태(학교 측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해 공과대 학생회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과대 학생회장 A : 교수님들이나 교직원분들이 학생들한테 이득이 되라고 변경했다고 해도, 선택해야 되는 건 학생들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짜여있는 커리큘럼을 보고, 학과 이름을 보고 배워야 되는 것을 미리 공부해 온 학생들도 있는데, 그런 학생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학생들이 무상교육을 받는 것도 아닌데 학생들에게 왜 전혀 선택권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학교에 묻고 싶습니다.

 

“인문대 통폐합, 법행정학과 행정전공 분리와 정치행정학과로의 편입”

“국사철 통폐합, 수학과 졸업증 관련문제 등 한두 번이 아니다”

“15년도에도 일방적인 광고홍보학과 독립과 방송통신 전공 통폐합”

“에너지공학과 신설했다가 해당년도에 폐지한 사례”

 

 ‘이전에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학교 측의 통보로 피해 입은 사례가 있다면 적어주세요’라는 요청에 답변한 학생들의 대답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 학생들이 겪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계속된 학교 측의 학과 통폐합과 학생의 의견은 묻지 않는 일방적인 제도 개편. 학생들은 다음에 자신의 과도 피해를 볼까 두려워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학교에서는 왜 공과대학을 없애고 새로운 과를 신설하고자 했을까? 컴퓨터공학과 간담회 당시 교수들은 “공대 중 융합소프트웨어학과와 컴퓨터공학과를 제외하면 전자공학과와 융합신소재공학과만 남게 된다. 이 2개 학과로 공대를 유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결정을 하였다”고 전했다. “왜 이렇게 큰 사업을 학생들도 모르게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심지어 컴공 간담회가 열린다는 것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라는 질문에는 “앞으로 소통을 잘하겠다.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이로 인해 기분이 상했다면 양해 부탁한다”고 답했다.

 “개정은 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학교도 변화해야 성장할 수 있으니. 그러나 학생중심교육이라는 슬로건을 여기저기 갖다 붙이면서, 학칙개정에 있어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는 행위다” 설문에 응한 한 학생의 응답이다. 한림대학교의 대표적인 슬로건은 ‘학생중심교육’이다. 이 슬로건을 보고 입학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슬로건과는 상반되는 학교 측의 행동들. 한림대학교가 추구하는 학생중심교육이란 무엇일까.

 

2) “현 재학생들이 세워놓은 미래 < 110억 원 지원비”

 문제가 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변경된 이 제도로 인해 입학 때 학생들이 세운 4년간의 계획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다수의 학생들은 학교, 학과의 커리큘럼을 보고 대학을 선택한다. 하지만 수학과, 에너지공학과, 인문학부 등 통폐합된 대부분 과들은 전공생들이 모두 졸업하기도 전에 커리큘럼이 바뀌었다. 학교 측에서는 재학생들에게 피해가 안가도록 전공을 유지해주겠다 했지만, 이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다. 제대한 뒤 복학한 학생들은 새로운 교과목을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한 학생은 “스스로 배우고 싶은 학문이 있어 대학에 입학했음에도 배울 수 없고, 재정적인 부분과 학생 취업에만 혈안인 한림대학교는 더 이상 학교의 기능을 하지 못 하고 있으며 그저 하나의 취업 지원 센터로 보일 뿐이다”라고 답변했다.

 ‘고등 교육을 베푸는 교육 기관.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한다’ 어학사전에 실린 대학의 의미이다. 학술 이론, 응용 방법을 교수,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곳. 한림대학교가 대학의 본래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다음은 공과대 학생회장과의 인터뷰이다.

공과대 'Blank:채움' 학생회장 홍정빈

알리 Q : 학과 변동 후 재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얻는 피해는 무엇인가요?

공과대 학생회장 A : 아무래도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건 교육 커리큘럼입니다. 다음으론 학과 이름을 판단하는 자격증 같은 게 있겠죠. 예를 들어 ‘전자공학과를 6학기 이상 이수해야만 수험 자격이 생긴다’ 같은. 그런데 이번에 전자공학과가 없어지면서 학과이름이 스마트IoT전공이나 콘텐츠IT전공, 빅데이터전공 이 세 개 중에 하나로 바뀌게 되면 자격증 시험 응시를 못한다고 합니다. 물론 자격증 업체와 얘기를 해서 학교가 신청하면 가능하긴 한데 학교는 이에 대한 준비도 없었습니다. 또 기획처장님이 ‘어차피 80명중에 자격증을 따려고 하고, 따는 사람은 3명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아는 자격증을 따려고 휴학한 사람만 해도 6명이 넘습니다. 학교에서 그걸 알려면 학생들이 (자격증을) 땄다는 증명서를 내야 되는데, 4학년 학생 중 어느 누가 그걸 증명하려고 학교에 증명서를 낼까요. 또 다른 단점은 군대에 가 있는 학생들의 피해, 부모님들의 우려겠죠.

 

3) “학생들을 위한 학과 개편인지 의문이 듭니다”

알리 Q : (공론화 된 이후)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나요?

공과대 학생회장 A : 전자공학과가 없어지면 전자공학과로 들어오는 학생이 없고, 점점 수업에 대한 수요가 줄면 수업이 없어집니다. 들은 바로는 어떤 교수가 수업시간에 그것에 대해 학생들에게 ‘어차피 너네 그 수업 싫어했는데 없어진다니까 왜 섭섭해하냐’ 이런 식의 말도 했다고 합니다.

학생이 수업 중 녹음한 내용을 정리해서 공과대 학생회장에게 보낸 내용

아무래도 학생들이 제일 민감한 게 전기기사 자격증 같은 건데 그것도 ‘너네 못딴다’ 이렇게도 말씀 하셨었고....

알리 Q : 컴퓨터공학과 간담회에서도 ‘전자공학과 교수들도 불쌍하게 생각해야한다. 가서 위로해줘라’라는 말을 하시기도 했죠.

공과대학회장 A : 네, 그래서 정말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을 생각하긴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진/인터뷰 = 조한솔기자 (whgksthf98@daum.net)

인터뷰 = 김소영기자(soyoung1897@naver.com)

글 = 강유진기자(kang6652785@naver.com)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