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올해 왜 이렇게 들을 수업이 없어? 교수가 짤렸거든!

올해 왜 이렇게 들을 수업이 없어?

교수가 짤렸거든!

수강신청을 앞둔 학우들 사이에서 "전공 수업 들을 게 없다"는 말이 돌고 있다. '교양 수업이 다양하지 못하다' '들을 게 없다'는 지적은 항상 있었다. 매년 "예산이 부족해서"라며 학우들끼리 웃어넘겼지만, 이번엔 차원이 다르다. 들을 수업이 정말로 없어졌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일례로, 사회과학부는 올해 1학기 단 25개의 수업만이 개설되었다. 지난해 1학기에 33개의 전공 수업이 개설된 것에 비해 대폭 줄었다. 전년대비 25%가 줄어든 셈이다. 사회과학부 뿐만 아니라 성공회대의 모든 학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영어학과와 사회복지학과, 디지컬컨텐츠학과, 경영학과는 각각 2개가 줄었고 글로컬IT학과, 신문방송학과, 일어일본학과, 컴퓨터공학과에서도 각각 4개의 전공 수업이 줄었다. 특히 소프트웨어학과는 10개가, 정보통신공학과는 11개의 전공 수업이 줄어들며 가장 많은 감소율을 보였다.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시간강사법' 도입에 반대하는 네트워크 '분노의 강사들'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이 1월 24일 청와대 앞에서 개정 고등교육법을 빌미로 강사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대학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연합뉴스

시간강사 대량해고 여파 현실로

전공수업이 줄어든 건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며 비정규직 교수들이 대량으로 해고된 여파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29일, 비정규직 교수들을 교원으로 인정하며 신분 보장, 교수 시간 규정등의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최소한의 강의비만 받던 비정규직 교수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성공회대학교의 경우 처우개선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자 성공회대 교무처는 대학 재정을 문제 삼으며 각 학과장들에게 시간강사를 추가로 고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

 

지난해 11월 26일 KBS가 보도한 성공회대학교 교무처가 각 학과장들에게 보낸 이메일. © 한국방송공사

처장단회의에서 '잠정 결정'된 이메일은 신학기 과목 개설 논의를 하되 외래교수 섭외를 중지할 것을 골자로 하며, 시간강사가 아닌 전임 교수들의 강의시간을 늘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정규직 교수 26명이 해고됐다. 전체 비정규직 교수의 20%에 해당하는 숫자다. 2018년 1학기에는 128명이 154개의 강좌를 맡았으나 올해 1학기에는 102명이 110개의 강좌를 맡게 됐다.

피해는 남은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강의계획서를 확인해본 결과 2018년 1학기 사회과학부 전공수업을 맡은 교수는 26명이었으나 2019년 1학기에는 21명으로 5명이 줄었다. 전공 과목이 2개밖에 감소하지 않은 사회복지학과도 담당 교수의 숫자가 31명에서 21명으로 대폭 줄어 교수 1인당 담당과목 숫자가 1.4개에서 2.04개로 증가했다.

© 엄재연 기자

뿐만 아니다. 교양 수업은 지난해 102개가 개설되었지만 올해는 22개가 줄어 80개의 강좌만 남았다. 학우들 사이에서 교양 수업의 다양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있었으나 학교는 반대로 가고 있다. 게다가 사회괴학부의 경우 졸업을 위해 꼭 들어야 하는 정치학 세미나와 사회학 세미나가 개설되지 않아 졸업을 앞둔 학우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학교 측 “교과과정 개편으로 인한 인원감축”, 노조 “일부 과목 그대로 있어”

이에 학교 측은 이번 인원감축이 '시간강사법'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성공회대학교 교무처는 회대알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방학 중 임금이나 퇴직금의 정도와 정부지원금의 규모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우리 대학은 외래교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과정 개편에 따른 자연적인 변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정규교수노조 성공회대학교 분회 홍영경 분회장은 본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감원된 시간강사가 맡던 과목을 폐강시키지 않고 전임교수에게 맡기는 사례도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실제 본 기자가 확인한 결과 사회복지학과만 해도 '사회복지 보장론', '사회복지 정책론', '학교사회복지', '사회복지 법제' 등의 과목은 원래 담당하던 비정규 교수 대신 전임 교수가 맡고 있었다. 교과 과정 개편 때문이라는 학교 측의 주장과 상반된다.

홍영경 분회장은 "시간강사를 고용하는 것 보다 전임 교수에게 추가근무수당을 지급하는 게 더 싸다. 시간강사 시급은 61,000원인데 전임교수 추가 근무 수당은 41,000원이다. 거기다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4대보험 등 추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정규직 교수를) 교육 노동자로서 대우해주지 않고 비융을 줄일 방법만을 궁리하고 있는 것." 이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에게 아무 피해 없을 거라고는 하지만...

학교 측은 "수업의 다양성은 교과과정의 문제이지 강사 고용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장 "들을 수업이 없다"며 휴학, 편입까지 고려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 답변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시급을 61,000원으로 따졌을 때 기존의 시간강사의 월 급여는 15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시간강사법 시행은 비용절감의 기회가 아니라 비정규직 교수들의 처우 개선과 교양 수업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어야 했다.

 

취재, 글 = 엄재연 기자 (eomzkx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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