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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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젠더

”우리가 노는 것을 방해하지 마세요. 당신 같은 분을 보고 소위 ‘꼽사리’라고 하는 겁니다.” - 성공회대학교 퀴어모임 아스가르드 인터뷰

"우리가 노는 것을 방해하지 마세요. 당신 같은 분을 보고 소위 '꼽사리'라고 하는 겁니다."

성공회대학교 퀴어모임 아스가르드 인터뷰

-성공회대학교 퀴어모임 레인 페이스북 페이지

성공회대학교 퀴어모임 ‘레인’이 겨울방학 종료일을 기점으로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평범한 모임이 사라지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성소수자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숱한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며, 인권과 평화의 대학, 성공회대에서도 그럴 수 있다. 성소수자에게는 성정체성을 표현하고 서로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공동체가 소중하다. 학교에서는 레인이 공개적으로 그 역할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레인이 사라지며 성소수자가 기댈 몇 없는 공간이 줄어들었다.

 

-성공회대학교 퀴어모임 아스가르드 페이스북 페이지

레인 활동 종료 선언 이후 비공개모임이었던 퀴어모임 ‘아스가르드’가 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레인의 뒤를 이어 학내 유일 공개 퀴어모임이 된 아스가르드는 어떤 목적을 가진 단체일까. 회대알리가 아스가르드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아스가르드가 만들어진 년도와 배경은?

A. 아스가르드는 2017년 2학기 처음 만들어졌다. 처음엔 체계성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 아닌 당사자 간의 단순 모임으로써, '서로 아는 사람들' 간의 비공식 모임이었다. 체계성 없는 모임의 성격이 원인이었는지 모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만들어진 배경은 단순하다. "놀고 싶어서"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하지만 성소수자로서, 즉 숨김없는 '나'로서 '함께' 놀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Q. 2월 26일자로 공개 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공개모임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는?

A. 모임이 중단 상태에 빠진 것은 멤버들이 개인 사정으로 꾸준한 만남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여건이나 역량이 넉넉해서 모임을 다시 꾸리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성소수자 학우들과 만나고 함께하고 싶어서"라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공개모임으로 다시 출발하게 되었다.

 

Q. 회원 모집 후 활동계획은?

A. 모임의 체계성과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다. 회칙을 만들거나, 주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학내에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활동을 할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중요한 연대감을 확인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Q. 성소수자가 아닌 앨라이*들도 참여 가능한가?

앨라이: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다양한 성적소수자들의 인권 개선을 지원하고, 차별에 반대하며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A. 현재는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 학우에 한하여 가입이 가능하다. 이렇게 설정하게 된 이유는 1, 폭력적인 아웃팅의 위험성 2,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당사자 간의 연대감 형성 등이 있다. 현재 가시화 된 정체성인 게이나 레즈비언 등에 국한되지 않고 LGBTAIQ, 자신의 성 정체성 및 지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거나 확립된 모든 이들이 가입할 수 있다.

 

Q. 성공회대의 성소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어딘가에서 살아 남아가고 있을 모든 성소수자 학우 분들, 우리 모임에 가입 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꼭 하늘 아래 함께 버텨 살아갑시다. 각자의 위치에서 언젠간 '나'로서 말하고 행동하며 '놀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이 오르막길이 끝나고 분명 만나게 될 자유롭고 평등한 새로운 세상에서 만나길 기다리겠습니다.

 

Q. 성공회대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에브리타임에 올린 아스가르드 홍보문에 달린 댓글

A. 최근 에브리타임에 게시했던 아스가르드 홍보 게시글에 악의적인 댓글이 달렸었습니다. ‘더러워~’라던지 정확한 지식도 없이 '에이즈'질병을 언급하며 시대 지난 혐오 발언들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브리타임에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글을 자주 목격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댓글들과 글들에 반박하며 성소수자에게 연대의 뜻을 보내는 학우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사소한, 몇 문장 안 되는 연대의 글 속에서 얼마나 벅찬 감정을 느꼈는지 문장으로 설명이 힘들 정도입니다.

분명 우리 모임은 언젠간 망할 것입니다. 언젠간 끝을 볼 것입니다. 하지만 아스가르드에 라그나로크가 일어나 사라지더라도 그것은 곧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여배우 케인트 블란쳇이 했던 말 중 "실패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면 우아하게 실패하라"처럼 우리의 아름다운 끝마침을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여는 것은 지금의 아스가르드가 아닌 모두의 몫이라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악의 가득한 혐오로 무장한 학우 분들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우리가 노는 것을 방해하지 마세요. 당신 같은 분을 보고 소위 '꼽사리'라고 하는 겁니다.

 

짧은 인터뷰 속에서도 아스가르드가 느끼는 감정들이 강렬하게 전해졌다. 자유로운 공동체에 대한 열망, 아웃팅의 공포, 혐오발언으로 받는 상처, 연대에서 느끼는 감동까지. 이는 혐오로 가득한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아스가르드가 단순 소모임을 넘어선 특별한 단체인 이유는 성공회대를 다니는 성소수자가 기댈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아스가르드는 훌륭한 안식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글: 박상혁 기자(qkrtkdgur9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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